조일근/ 언론인,프리랜서

“헌화참배는 정계의 미풍양속이다. 문제는 그 진정성이다. 헌화참배 할 때의 다짐과 달리 먼지와 악취를 풍기는 정치인들 때문에 국민들의 호흡이 곤란할 정도다. 기존 정치인들에게는 스스로 먼지를 터는 용기를 요구 한다. 새내기 의원들은 당과 중진이 아닌 민생에 올인 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각오를 새로이 다질 때 국립묘지나 5·18 묘역을 찾는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 하신 분들의 거룩한 정신을 이어 받겠다는 다짐이다. 각오를 밝히는 글을 남기기도 한다. 대부분 남북통일과 민주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 하겠다는 내용 이다. 종교인이 성소를 찾는 것과 같다. 우리 정계의 관행 가운데 몇 안 되는 ‘미풍양속’이다.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 하는 ‘정치 쇼’ 이기도 하다.

문제는 묘역을 벗어나면 언제 그 같은 다짐을 했느냐는 듯 세속의 유혹과 손을 잡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정치인이 없는 것 같다. 요즘 국민들의 호흡이 곤란 하다. ‘가장 정의로운 권력’으로 포장된 ‘가장 부패한 권력’에서 나오는 먼지와 악취 때문이다. 드러난 것은 극히 일부분의 ‘재수 없는 사람’들­ 최시중·박영준 등­ 이지만 언제 자기에게 칼날이 겨누어질 것인가 불안해 잠자리가 불편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정치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같다는 말이 실감 난다.

정치인들에게 정치란 무엇이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교과서에 나오는 답들을 줄줄이 외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고, 그 권력을 이용해 돈을 버는 행위”다. 명함은 정치인 이지만 하는 일은 경제인과 다름없는 정치꾼들이 많아서다. 청와대 권력의 ‘먼지’가 휘날리자 손가락질 하고 돌멩이를 던지느라 여의도가 시끄럽다. 하지만 그들도 ‘한통속’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여의도도 청와대 못지않은 먼지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선대의 묘를 한 곳으로 이장 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미루어 오던 집안의 ‘숙원 사업’ 이다. 윤년을 맞아 우리 집 뿐 아니라 선조의 묘를 돌보는 집안들이 많다. 흩어져 있는 묘를 한데 모으기도 하고, 봉분형 묘를 ‘현대식’ 으로 바꾸느라 일손이 딸릴 정도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정성껏 조상을 모시는 아름다운 풍속은 건재 하다. 선조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는 우리 국민들의 다짐이다.

정치인들처럼 묘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도 드물다. 묘소를 잘 꾸며 놓은 것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묘소 관리에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선현들께 드리는 헌화참배는 대국민 홍보용으로만 이용하는 것은 자기 조상을 모독하는 것과 같은 죄를 짓는 것이다. 자기 조상께 드리는 것과 같은 진정성이 요구 된다. ‘순수’와 ‘정의’의 약속을 지킬 의지가 없으면 아예 헌화참배 라는 정치적 ‘카드’는 꺼내 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늘에 죄를 지어 천벌을 받기 전에.

아직 교도소에 가지 않은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은 정말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는 정치인 인가. 거짓말 하지 말라. 당신들은 정말 거짓말과 변명의 명수다. 법망에 걸려든 정치인치고 혐의를 부인 하지 않는 사람 없더라. 그래도 결국은 유죄더라. 남들에게, 특히 조상과 후손들에게 존경 받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 모두 털어 놓고 사죄 하라. 그러면 용서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성공을 보장 하겠다. 왜냐하면 당신은 용감하니까. 국가와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용기로 지켜낼 수 있다고 믿으니까.

19대 국회가 시작 된다. 내친김에 새내기 국회의원들께도 잔소리 한마디. 국회의원 몇 번 더 했다고 그 꽁무니를 쫓지 말라. 그들이 하는 것과 반대로만 하면 당신은 성공한 정치인이 될 것이다. 그들은 입신영달의 요령만 알 뿐 정치는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정치를 3류로 만든 사람들일 뿐이다. 당신들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어라. 당과 ‘중진’에 얽매이지 말고 민생에 ‘올인’ 하라. 자신 없으면 헌화참배 같은 쇼는 하지 말라. 이제 역겨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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