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부부의 날에 부처

설영기 /사회복지법인 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터장

영원한 최고의 동지이지만 자칫하면 쳐다보기도 싫은 원수가 될 수 있는 사이. 일심동체로서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유일한 사람이자, 자식이라는 끈으로 연결된 가장 가까운 사이. 바로 부부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옛 부터 우리 조상은 부부의 연을 맺는 걸 매우 중시하였고 백년해로를 최고의 미덕 중 하나로 꼽았다.

5월은 유독 가족들을 돌아보게 하는 달이다.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에 이어 ‘부부의 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의 날’이 5월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부부관계의 개인적,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법정 기념일로 제정된 ‘부부의 날’. 둘(2)이 만나 하나(1)가 되어 평생을 함께 살아간다는 뜻을 담고자, 5월 21일로 날을 잡았다고 한다. 5월을 가정의 달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살아온 곳과 방식, 유전적 기질이나 환경 등이 서로 다른 사람이 인연을 맺어 결혼을 한다는 건 그 자체가 인생에서 특별한 일이다. 지구촌 70억 인구 중에서 운명처럼 둘이 만나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부부. 이런 까닭에 부부의 인연은 하늘이 내린 거라고 말하나 보다.

허나 세월의 흐름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은 사람의 마음과 사랑을 흔들어 놓기 마련이다. 연애시절이나 신혼 때 느끼던 애틋함과 설레임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희미해지기 십상이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지 못한 탓에, 상호간의 신뢰가 점차 깨어지는 탓에,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심지어 이혼이라는 파국을 맞는 부부를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보게 된다. 이쯤 되니 “꿈속에 있는 것이 연인들이고, 꿈에서 깨어난 것이 부부다.”라는 A. 포드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하루 평균 342쌍의 부부가 이혼을 하고 있다. 이혼을 무턱대고 나쁘게 볼 일은 아니지만 걱정스런 일임은 분명하다. “부부라는 둥지(가정)가 깨지면 그 안에 담긴 알(자식)이 성할 수는 없다” 이처럼 가정의 위기는 가족을 불행으로 이끄는 출발점이며, 국가와 사회의 위기를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부부가 일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물론 부부 모두의 책임과 노력이 필수다. 그러나 필자가 남자여서일까? 부부의 사랑을 지켜내는 고상하고 성스러운 전쟁에서 남자가 여자보다는 먼저 노력하고 변해야 함을 역설하고 싶다. 왜냐면 필자가 일하고 있는 노인복지시설을 통해 남자는 늙을수록 아내의 존재가 더욱더 절실히 필요하다는 걸 온몸으로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최소한 부부에게 있어 세월은 거의 일방적일만큼 아내편이다. 더군다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아내가 남편을 돌봐야 하는 기간도 그만큼 길어질 게 뻔해졌다. 하여 남편은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젊어서부터 아내에게 잘해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편들은 이 순간에도 설마라는 생각에 빠져 아내를 홀대하고 무시하고 있다. 맘은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게으른 남편도 주변에 흔하다. 이른바 간이 큰 많은 남편들은, 소중한 아내가 늘 너무도 가까이 있기에 그 고마움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남편들이 먼 뒷날 후회할 일을 오늘 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

현명한 남편이라면 노후에도 아내에게 대우를 받고, 편안하며 즐겁게 지내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사람의 모든 행동은 습관에 의해 전적으로 지배당하기에 이제부터라도 남자는 아내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버릇을 애써 길러야 한다.

남자가 나이 들수록 얼마나 무력해지고 추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우스갯소리를 하나 들어보자.「연령대별로 남자들에게 가장 두려울 때가 언제일까? 30대에겐 신용카드 청구서가 날아 올 때. 40대는 아내가 야한 속옷 입고 서성일 때이고, 50대는 곰국을 끓일 때란다(아내가 한 솥 가득 끓여놓고 3박 4일 여행을 가기 때문). 60대의 남자에겐 이사 가는 날(이사 갈 때 자신을 버려두고 갈까봐, 보따리를 껴안고 트럭 조수석에 꼭 붙어 있는다)이며, 70대는 아내가 등산가자고 할 때란다. 이유는 혹시 산에 내다 버릴까 봐.」

남편들 입장에선 참으로 섬뜩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아내에게 사랑받기 위해 남편은 무엇을 해야 할까? 중앙일보 배명복 논설위원은 칼럼을 통해 “(부부사이에)대화가 부족하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는 원망을 낳는다. 원망이 쌓이면 미움이 되고, 미움의 끝은 이별이다”라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남편들이여! 아내의 생각을 이해하고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기 위해 진솔한 대화를 시도해보자. 아내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주자. 그리고 인내와 배려를 잊지 말자. 남편들이 기억할 게 있다. 아내를 자신의 가장 따뜻한 동행자로 만드냐, 마느냐는 어디까지나 내 손에 달려있다는 걸. 5월 21일이 다가온다. 부부의 날을 앞두고 남자인 필자가 남편인 필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고 싶다. “알았으면, 너부터~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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