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조봉암을 사형한 진보당 사건은 53년만의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압수수색은 전문가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압수수색의 명분은 납득이 안된다. 분명 ‘꼼수’가 있다. 대선을 겨냥한 ‘꼼수’라는 의심을 받아서는 안된다. 제2의 진보당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길 빈다”

1958년 1월. 이승만 정권은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진보당 조봉암의 제거에 나섰다. 특무대와 검찰, 법원이 동원 됐다. 간첩과 접선해 공작금을 받았고, 북의 지령을 받아 간첩 행위를 한 혐의를 씌워 재판에 회부했다. 조봉암과 함께 진보당 간부들까지 함께 기소했다. 당원을 의회에 진출 시켜 대한민국의 파괴를 기도했다는 이유로 진보당의 등록을 취소했다. 재판 결과 당 간부들은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조봉암은 다음해 7월 사형이 집행 됐다. 부끄럽고 어두운 역사의 한 대목 이다.

‘진보당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된 이 사건은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정권에 위협이 되는 야당 정치인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표적수사를 해 사형에 처한 것으로 민주국가에 있어서는 안 될 인권 유린이자 정치탄압”으로 규정 했다. 이에 따라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조봉암은 5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군․검찰․법원 등 국가기관들의 불법행위가 인정돼 24억7천여만 원의 배상 판결이 났다.

2012년 5월. 검찰이 통합진보당을 압수수색 했다. 정치학자나 법학자 등 전문가들은 대부분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정당 활동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민주주의의 훼손 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먹이’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는 않다. 검경과 당원 간에 벌이는 몸싸움을 보는 것도 고통스럽다. 법치 국가에서 법의 집행이 방해 받는 모습도, 헌법에 보장된 정당 활동의 자유가 공권력에 의해 위축되는 모습도 외면하고 싶다.

오랜 정치 현장 경험자들도 정치학자나 법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조치에 대해 못마땅해 한다.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정당인들은 “수십 년 동안 중앙당에 대한 압수수색은 없었다” “중앙당이 아니라 지구당에서도 공권력의 집행이 이루어진 사례는 드물다”면서 정치 행위의 위축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했다. “통합진보당의 모습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당 내부에서 풀어 가야 정당과 정치가 발전한다. 검찰의 개입은 정치 발전이나 민주주의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진보에 대한 탄압을 우려하기도 했다.

검찰이 발표한 압수수색의 명분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상황’과 ‘국민적 공분’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검찰이 압수색이라는 칼을 빼드는 명분은 이해가 안 된다. 해결을 하든 못하든 당내 문제는 당이 알아서 할 일이 아닌가. 당이 국민적 공분을 산다면 지지율이 낮아져 결국 당이 손해를 보게 된다. 통합진보당이 자멸의 길을 걷는데 검찰이 일으켜 세우겠다는 것인가. 검찰이 압수수색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선 데는 분명 밝히지 않는 ‘꼼수’가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검찰의 ‘꼼수’가 보인다. 통합진보당이 원내 제3당으로 부상한 사실 자체가 마뜩치 않다. 어떻게든 이들을 ‘손보고 싶은’ 보수적 본능이 꿈틀 거린다. 때맞춰 부정행위로 당이 내분에 휩싸이고 국민 여론도 악화 됐다. 더욱 당선자 가운데는 친북 인사도 있다고 한다. 지지율이 올라가는 진보를 ‘손보기’에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겠는가. 그래서 낸 ‘꼼수’가 압수수색 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지만 검찰의 ‘꼼수’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당내 문제는 당에 맡기고 친북, 혹은 종북과 관련된 문제나 인물이 있다면 관련법에 따라 정식 수사를 하면 된다. ‘진보 탄압’이라는 비판이나 헌법이나 법률 위배 논란이 일 까닭이 없다. 검찰은 계속 전진 할 것인가, 아니면 적당히 후퇴할 것인가 하는 전략적 선택을 서둘러야 한다. 연말 대선을 겨냥, 진보 진영에 타격을 주기 위한 ‘꼼수’라는 의심을 받아서도 안 된다. 제2의 진보당 사건이 되지 않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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