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사마천은 잘못된 역사의 반복을 경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성패흥망의 원리를 살펴 사기를 완성 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어두운 과거사를 되풀이 해 쓰고 있다. 사찰, 종북, 색깔논 등 패망의 원인들이 되살아난 것이다. 어두운 과거로의 회귀를 꾀하는 무리들이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사마천은 동양 최고의 역사가로 평가 받는다. 그가 남긴 사기(史記)도 당연히 동양 최고의 역사서다. 흉노에 항복한 장군을 변호 했다가 궁형을 받은 사마천은 친지 임안(任安)에게 편지를 보냈다. “행해진 일을 상고 하고 처음과 끝을 정리하여 성패흥망의 원리를 살펴 저술하다 화를 당했는데 작업이 완성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이 여긴 까닭에 극형을 당하고도 부끄러워 할 줄 몰랐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내뜻을 알아준다면 비록 만 번 주륙을 당한다 해도 어찌 후회가 있겠습니까? 이것은 지혜로운 이에겐 말할 수 있지만 속인에겐 말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잘못된 역사의 반복을 경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사기를 완성 했다는 동양 최고 역사가의 진솔한 고백이다. 나는 오늘 2100여 년 전에 그가 했던 고백 가운데 “성패흥망(成敗興亡)의 원리를 살펴…”라고 한 대목에 주목 한다. 어두운 과거사에서 패망(敗亡)의 원인이 됐던 일들이 버젓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민간인 사찰이나 색깔론 공방은 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전가의 보도 이었다. 그것들이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다시 횡행하는 것은 분명 어두운 과거사를 되풀이다.

사찰은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 이었고, 색깔론은 선거 때만 되면 살아나는 독재정권 재창출의 도구 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독재정권의 비참한 몰락을 부른 원인이 되기고 했다. 독재정권을 패망 시킨 과거사가 되풀이 되는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이자 역사의 후퇴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주의가 번거롭고 마땅찮아 망령들을 부르는, 어두웠던 과거로의 회귀를 꾀하는 집단이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내란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전두환 등 ‘제5공화국’의 주역들이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박수와 사열을 받은 ‘사건’은 과거를 동경하는 집단이 있다는 증좌가 아닌가 우려된다. 더욱 두려운 것은 할 수만 있다면 다시 군부(軍部)가 정권을 장악하길 바라는 무리들이 우리 군(軍) 내부에 있을 가능성이다. 전두환 등 5공 주역들을 향해 “우로 봐!”를 시킨 ‘사연’에 대한 당사자들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정치권에는 분명 이 땅에 군사독재 정권이 다시 들어서길 바라는 사람이 최소한 한사람은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 한 기호 의원이다. 군 장성 출신인 한 의원은 육사의 반란 수괴에 대한 예우를 비판한 민주당을 향해 “육사의 명예를 훼손 했다”고 했다. 현행법상 ‘쿠데타’로 규정한 5․16이 구국의 결단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정도면 분명 군사정권에 대한 짙은 향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 민족이 두개의 나라로 분단된 나라는 지구촌에 우리뿐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성패흥망의 원리’를 살펴 지혜롭게 헤쳐 나가 민족적 비극의 막을 내려야 한다. 역사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역사의식을 갖고 깨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두운 과거로의 회귀를 꾀하는 무리들의 ‘꼼수’를 퇴치하고 역사를 발전시킬 수 있다. 특히 육사 생도들은 나라를 지키는 미래의 주역들이다. 차제에 그들에 대한 교육을 ‘사찰’해 잘못된 부분들은 바로잡아야 한다.

‘종북’이니 ‘색깔’이니 하는 구시대의 단어들로 시끄러운 정치권에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성패흥망의 원리를 살피길 권한다. 의원 연찬회라도 열어 대한민국의 역사 발전을 위해 정치인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공부를 하면 어떨까. 죽을 때까지 배운다고 했으니 부끄러울 것은 없다. 정치인으로서 성공하는 길도, 정당이 성공하는 길도 보일 것이다. 특히 한 기호 의원 같은 경우는 과외라도 시켜야 한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