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대선에 나서겠다는 잠룡들의 출사표에는 충심이 묻어난다. 그 출사표를 믿고 선택한 정권 가운데 성공한 정권은 없다. 이번에는 현란한 미사여구가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출사표가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장수가 전쟁에 나서기 전 왕에게 올리는 글을 출사표라 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위나라 토벌에 나선 제갈량의 출사표다. 제갈량은 북방의 영토를 수복 하라는 유비의 유언을 받들어 군사를 이끌고 떠나는 날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나아가 글을 바쳤다.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며 각 분야의 현명한 신하들을 추천 했다. 이를 읽고 울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나라를 걱정하는 충심이 담겨 있다.

출사표의 의미가 요즘은 선거에 나서겠다는 선언으로 변질(?)됐다. 변질되기는 했지만 그 내용은 제갈량의 그것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떻게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하고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널리 알림으로써 지지를 호소한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들어가기 전 지지층을 결집 시키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출마자들이 1차로 던지는 승부수인 셈이다.

대선에 나서겠다는 정치인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선언문에는 모두 나라를 위한 충심(忠心)이 묻어난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들이 수많은 ‘머리’와 ‘학식’을 총동원해 만든 선언문, 즉 출사표의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들이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그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출마를 결심했다는 사실만 알아줄 뿐,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내용에 대해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심조차 없다.

출사표에 담겨 있는 현란한 미사여구 가운데 국민들의 가슴에 와 닿는 단어는 딱 하나다. 그 단어 하나가 그들을 권좌에 올려놓는 셈이다. 김영삼 정권의 실정으로 IMF 위기를 맞자 ‘준비된 대통령’ 김대중을,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의 ‘맛’을 알게 되고는 ‘서민 대통령’ 노무현을, 경제가 어려워지자 기업인 출신 ‘경제 대통령’ 이명박을 선택 했다.

국민이 가장 바라는 바는 무엇인가? 언뜻 보면 비슷비슷한 후보자들의 ‘출사표’ 가운데 누구의 것이 ‘정답’인가는 선거 결과가 나온 후에야 명쾌하게 알 수 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모르지만 국민은 그 ‘정답’을 이미 알고 가려 뽑는다. 전문가들은 ‘정답’은 모르지만 결과 예측이 틀렸을 경우에 ‘면피’하는 방법은 잘 안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고들 한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하늘은 곧 국민이다.

새누리 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새누리 당은 시끄럽기만 하지 결과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후보는 박근혜 의원이다. 말로만 ‘경선’이다. 사실상 경선은 없다. 당내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구시대적 정당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선거가 6개월도 안 남았는데 아직 아무도, 심지어 박근혜 의원조차 출사표를 던지지 않고 있다. 국민과 국가에 대한 충심(忠心)이 아니라 진영 싸움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민주통합당의 후보 경선은 그런대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진행 되고 있다. 잠룡(潛龍)들이 하나 둘 출마를 선언하며 전쟁(?)에 돌입 했다. 출사표를 던지는 장소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 자못 흥미롭다. 손학규가 선택한 세종대왕 동상 앞, 문재인의 서대문 형무소 터, 정세균의 광장 시장 등은 그들의 출사표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들이 어떻게 국민과 국가에 충성할 것인가 짐작된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현란한 미사여구로 장식된 출사표를 믿었지만 모두가 ‘성공한 정권’이 되지 못했다. 국회 개원부터 해야 한다, 부정부패 하지 않겠다,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고 실행하겠다는 후보가 선택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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