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가 가져야할 시대적 지혜와 대안은 무엇인가?

김상훈/ 사)한농연 전남연합회 감사, 대추귀말자연학교장

지난 5월 2일 한중FTA 협상을 선언한 후, 5월14일 한중 양국간 1차 협상이 중국 베이징에서 끝났다. 그 후속 협상으로 오는 7월 3일부터 5일까지 제주도에서 한중FTA 비준을 위한 2차 협상이 진행된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개방정책은 협상의 속도를 한층 가속화하고 있어 그 개방의 끝이 어디일지 가늠하기 어렵게 되었고, 이에 따른 농수축산계의 막대한 피해를 막기 위한 농어민 전체의 저지투쟁이 절실한 시점이 되었다. 가뭄에 논들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는 현실이지만,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는 강렬한 의지와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우리의 권리와 삶’을 지키고 살리기 위해 다시금 떨쳐 일어나야할 때이다.

이에 7월3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FTA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37개 농수축산비상대책위 주도의 집회는 2차협상을 벌이고 있는 양국의 대표단들에게 농어업축산부분 만큼은 더 이상 건드리지 말라는 최후통첩과도 같은 절규였으며 몸짓이었다. 더 이상 순박한 농사꾼들을 궁지로 몰아넣어 퇴로를 끊는 일이 없길 바란다. 그 끝은 아무도 막지 못할 쓰나미가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올 대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농업은 농장사유화라는 자본주의적 경제시스템을 도입한 후 2000년대 들어 연평균 12% 이상의 성장을 해왔다. 그 결과 농업생산액은 우리나라의 30배에 이르고 있으며, 생산품종이나 작부체계가 거의 같아 가격경쟁력에서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중국의 토지이용과 임금은 우리나라의 1/10 수준이고 농수축산물 생산비는 우리의 20 ~ 30%에 불과해 현 시점에서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

2006년 국책연구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농수산물 중 대중국 농수산물과 관련하여 230여 가지가 민감품목으로 구별되어 한중 FTA가 체결되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으며, 농산물 수입액이 13조 4천억이 증가하여 우리나라 농업생산액은 14.7%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는 한미FTA체결에 따른 피해액의 2배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비교는 단순감소만 생각한 것으로 농수축산업의 붕괴에 따른 부가적인 피해는 계산에 넣지도 않은 피해 예측이라는 점을 볼 때, 그 피해의 정도를 측정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MB정부의 주도세력은 2차 협상에서 농식품부가 주장하는 낮은 단계의 협상 목표와는 달리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하기위해서 협상력을 높여야한다는 논리로 양허품목에서 제외하자는 10%정도의 수준을 양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진 자의 편에 철저히 서있는 이 정부의 태생적 한계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다. 과연 이들에게 국익이라는 것은 오로지 ‘돈 되는 것이면 뭐든 좋은 것이다’라는 생각밖에 없나보다. 돈 되는 것에는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돈 안 되는 것은 도태시켜 버리면 나라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법칙만이 절대 ‘善(선)’으로 여기는 가치관의 발상이리라. 이는 못가진 자들은 결국 가진 자들의 노리개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아니고 무엇이랴? 요즘한창 인기있는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권력과 부를 쫒다가 양심을 저버린 기득권 추종자가 내뱉는 사고의 실재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못살고 못나고 못 배웠어도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 인간은 충분히 인간답게 살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다. 기층민들의 아픔과 소외를 돈 몇 푼 쥐어준 ‘복지’라는 명목으로 삶의 존재가치를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지 치가 떨릴 지경이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상황 속에 숨어있는 가진 자들의 술책 - 기득권을 가진 자만이 세상에서 성공한 것이니 너희들도 억울하면 나를 따라 살아라!는 경제정치논리 - 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사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의 모습이다. 가진 자들이 주장하는 논리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고 ‘나도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가진 자의 편에 설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된 꿈을 쫓아가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 그 모습이다. 이는 가진 자들이 쳐놓은 덧에 빠져 모든 것을 다 잃을 때까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어리석고 자기밖에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이기적 생각이 그 마음의 창을 가려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고 하기 싫어하는 게으름과 나태함 속에서 일어나는 ‘맹목적 순종’이 그 원인이다. 이제 이런 맹목적 사고의 노예에 자신을 방치하지 말자.

철저한 자기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를 늘 점검하면서 자신을 깨워야할 때이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자본주의의 속성상 가진 자들이 <자원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축적한 부를 낮은 곳으로 흘러가게 하는 <삶의 혁명>이 있지 않고서는 가진 자들의 못가진 자들을 향한 ‘현혹하는 피리소리’는 계속될 것이란 것이다.

이제 이런 시대적 자각을 가진 눈으로 한중FTA 문제나 세상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자. 그리고 자본의 힘만이 ‘절대지존’이라는 저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게 해주자. 그 시작이 ‘나’부터이다. 먼저 해야 할일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데 필요한 ‘자기헌신’이다. 남들이 하는 것 보고 나중에 나도 참여하겠다는 생각은 ‘우리’의 연대를 깨는 가장 강력한 적이다. 먼저 깬 자가 먼저 행동해야 사회가 바뀐다! 우리가 딛고 서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하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런 자각과 자기혁신이 있는 곳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깨어있는 ‘나’들이 모인 ‘우리’는 그 다음 무얼 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는 끊임없는 교육과 토론을 통한 ‘정체성 세우기’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안에 필요하고 정당한 요구가 무엇인지? 그 필요가 정당성과 공공성에 합당하여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어떤 정당한 방법과 절차로 얻을 것인지에 대한 공동체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한중간의 자유무역협정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우리’ 안에서 먼저 준비해야할 것이 무엇일까? 먼저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온힘을 다해 막아내야 할 것이며 여기에 우리의 가진 바를 다 쏟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위임했던 현재의 권력이 이 일을 끝까지 진행시키겠다면 그 다음 대안으로는 그 협정 내용에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사실 우리가 직접 주체가 되기엔 한계가 있다. 우리는 이 일에 협력자로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우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여기에 우리의 살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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