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희/하누리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제가 이곳에 와서 장애인잔치한마당 행사를 진행한지 벌써 5년 째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제주도를 매년 다녀오게 되는데요, 제주도에 가볼 만한 관광명소가 정해져있다 보니 이제는 별로 신기하지도 놀랍지도 재밌지도 않은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주도를 처음 가보는 장애인들의 행복한 모습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소중한 수고와 나눔이 항상 저를 감동시킴과 동시에 다음 해의 장애인잔치한마당 행사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번엔 이러한 기대보다도 걱정과 두려움이 더 앞서게 된 것은... 매년 갔던 제주도가 아닌 여수 세계박람회를 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이드 없이 2박3일을 과연 무탈하게 잘 보내고 올 수 있을까.. 여수세계박람회는 알차게 잘 관람하고 올 수 있을까.. 사람도 엄청 많다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다 한 두 개 밖에 못 보고 오는 건 아닐까.. 그 많은 인파속에서 누구하나 잃어버리면 어떻하나...

이러한 걱정 때문에 여행 전날 잠도 한숨 못자고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여행 첫날 아침 8시 집합 장소에 함께 여행하게 될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한분도 빠짐없이 모였고 영광군청 주민생활지원과 과장님과 계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제13회 장애인잔치 한마당 행사가 순탄하게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휴게소에서 일이 벌어졌습니다. 장애인 한분이 큰 볼일을 참지 못하고 옷에 실수를 한 것입니다. 버스 안 통로부터 화장실 가는 길 걸음 걸음 흔적을 많이 남겨 놓았더랬지요... 인솔자로 오신 선생님은 옷가지를 챙겨서 휴게소 뒤편으로 가 씻기고 신발도 새로 사서 신기셨고 우리는 그 흔적들을 열심히 치웠습니다.

버스 안 가득 냄새가 가득했고 30분 가까이 휴게소에서 정체하고 있어서 짜증날 법도 한데 그 누구하나 얼굴 찌뿌리며 짜증내는 사람도 없었고 버스 기사 아저씨도 아침부터 ×을 봤으니 좋은 일이 생길거라며 버스안에 방향제 까지 뿌려주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버스 기사님은 장애인단체라고 하여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자처하여 나오셨고 자녀 두명을 사회복지사로 키운 자랑스러운 아버지셨습니다.

외도 관광일정이 풍랑주의보로 취소가 된 관계로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관람하고 여수 세계박람회 야간개장에 입장해 Big-O 쇼를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쇼가 시작되는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몇 천명쯤 되는 인파가 자리를 잡고 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명과 레이저, 불꽃이 어루러져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 졌는데요 바다를 탐험하는 소녀가 등장해 평화와 화합, 희망 같은 주제를 다뤄 바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시각적인 효과가 가미되어 큰 감동을 더해 주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본격적으로 아침 일찍 여수세계박람회에 입장해 아쿠아리움과 국제관, 한국관, 기후환경관등을 관람하고 오후엔 해상무대에서 주제 공연 ‘꽃 피는 바다’ 해상쇼를 관람했습니다. 난생 처음보는 워터보드 및 제트스키의 스릴 넘치는 해상 스턴트쇼와 화려한 공중서커스가 한 여름의 더위를 모두 날려버리는 듯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스카이타워를 가고 싶었지만 대기자가 너무 많아 삼성관을 관람하고 이승기,이선희,린의 콘서트를 관람했습니다. 삼성관도 대기자가 많은 탓에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고 콘서트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제대로 구경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휠체어 탄 장애인만 들어갈 수 있도록 별도로 공간을 마련해 놓긴 했지만 나중엔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화장실 가는 것도 매우 불편했습니다. 장애인을 우선으로 해주는 전시관이 있는가 하면 삼성관이나 이런 콘서트는 장애인을 배려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셋째 날에는 세계 피겨스케이팅계를 주름 잡던 40여명의 선수들이 펼치는 볼쇼이아이스쇼를 관람했습니다. 아이스링크장이 좀 작은 것만 빼고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호흡과 고난위도의 개인기까지 재미와 감동과 놀라움을 함께 선사해 주어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그 감동의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스케이트 쇼에 장애인분들 또한 눈을 떼지 못하고 연신 박수를 보내며 즐겁게 관람하는 모습 속에서 삶의 여유와 행복이 가득 묻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을 잊지 말고 집에 돌아가서도 이 날의 그 감동을 기억하며 또 다시 행복 가득한 미소를 지어보길 바래봅니다. 아마도 여행하는 2박3일 찍은 사진들을 인화해서 주면 더 잘 기억하실 수 있겠죠? 사진을 보며 함박 웃음을 지어 보이는 모습이 눈에 벌써 선합니다.

영광에 도착하니 벌써 가족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이 와 계셨습니다. 2박3일 함께 동고동락 하며 정이 들어 버렸는지 한분 한분 가족과 함께 집에 돌아가는 모습에 벌써 서운함이 역력합니다. 전혀 다른 공간에 살던 사람들, 다른 유형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2박3일 함께 하며 이미 한 가족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시설 인솔자 선생님께서는 모시고 온 장애인분들이 시설 안에만 있다가 다른 분들과 함께 어울리며 즐거워 하시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며 소감을 전해 주셨고 한편으로는 일정이 너무 빠듯한 것과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 집중력이 흐려진 것이 아쉽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랜만에 외출하는 장애인들에게 더 좋은 것을 많이 보여주고자 하는 우리들의 욕심이 좀 과했었나 봅니다. *^^* 이 모든 것을 참고로 하여 내년 제14회 행사에는 더 즐겁고 편안한 여행이 되도록 노력하겠으며 바쁜 일정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수고해 주신 자원봉사자들과 후원해 주신 영광군청, 한수원(주)영광원자력본부, 해뜨는집 그리고 자원봉사자처럼 애써주신 버스 기사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올해에도 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남으로 세상 어디에서 얻을 수 없는 감동과 기쁨을 맛보고 옵니다. 나눔이 있는 곳에 섬김이 있는 곳에 이해와 공감이 있는 곳에 언제나 행복이라는 열매가 사랑이라는 열매가 맺어지는 것 같습니다. 장애인에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만 열어 주세요. 큰 감동과 행복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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