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공동체 대표

바야흐로 ‘협동조합’ 시대를 맞고 있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올 해는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다. 우리나라도 지난 연말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이 이제 12월부터 시행된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5명 이상의 조합원만 마음을 모으면 설립할 수 있다. 자본금의 제한규정도 없으며, 신용사업과 보험(공제)사업을 빼면 어떤 사업이든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각종 지면과 방송에서 이탈리아의 볼로냐나 스페인의 몬드라곤의 모범을 소개하고 있고, 협동조합의 철학과 공유가치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섬세한 자료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한살림과 아이쿱생협, 독자들이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 같은 이들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해 만들어진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NH농협은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해 만들어진 농업협동조합이다. 수협은 수산업협동조합이고, 신협은 신용협동조합이다. 이들 조직은 각각 다른 사업을 하고, 각각 다른 법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모두 ‘협동조합’이다.

축구광들이 열광하는 FC바르셀로나는 시민들이 만든 ‘협동조합 축구클럽’이다. 오렌지주스의 대명사 ‘썬키스트’도 원래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의 오렌지 농가들이 만든 ‘썬키스트오렌지농업협동조합’의 대표브랜드이다. 이탈리아나 스위스에서 소비자협동조합은 소매유통의 30~40%를 점유하고 있으며, 북유럽은 새로 짓는 주택의 상당수를 주택협동조합이 시행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가능한 이미 검증된 사업체 운영 방식이며, 앞으로도 상상하는 만큼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래서다. 지자체들도 협동조합 배우기가 한창이다. 8000개의 협동조합이 지역경제의 그물코 역할을 하는 이탈리아 북동부 에밀리아로마냐 주를 다녀오는 단체장도 늘고 있다. 1950년대 지독히 가난했던 지역이 협동조합 중심의 지역경제가 정착되면서 1인 당 소득 4만유로(5800만원)로 유럽연합 5대 고소득 지역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평균임금은 이탈리아 평균의 2배에 달할 정도다. 단체장들은 특히 협동조합을 통해 주민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지역에서 순환되는 현장을 목도하고, 해당 지자체에서 협동조합 시대의 개막을 어떻게 맞을 것인지 깊은 궁리를 하고 있다.

협동조합 도시를 꿈꾸는 서울시는 물론이고, 곳곳의 시군구 지자체에서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의 사회적 경제 영역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주무 팀을 구성하기까지 한다. 지자체 단위에서 자조와 자기책임, 평등하고 민주적인 운영, 정직과 공정성,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책임 등 협동조합 정신을 담은 비전을 선포하고 협동조합 시대 지자체의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곳도 많다. 특히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해 ‘삼농’의 대표도시를 표방한 충청남도는 얼마 전 전국 최초로 ‘사회적 경제 육성조례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조례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개념을 밝히고 교육훈련 지원, 조직과 민간네트워크 구축·활동에 필요한 재정지원, 사회적 경제 지원센터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경비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협동조합 시대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마음이 바쁘기는 민간영역도 마찬가지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나 지역재단 그리고 여러 농업농민연구소 등은 이미 전국적 연계를 맺고 심도 높은 토론과 학습을 이어왔다.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같은 커뮤니티를 결성해서 ‘협동조합 아카데미’를 열고, 민과 관의 협동조합 거버넌스를 구축하는데 있어 민간 영역이 오히려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영광군도 협동조합 시대에 대한 차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반복된 금융위기 속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시장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에 대한 농업 농촌의 대응전략이 절실한 탓이다. 현장의 농업종사자 또는 활동가들은 기존 협동조합과 새로운 협동조합의 차이점이나 역할, 기존 조직의 전환절차, 새로운 협동조합의 설립절차 등 내용과 과정에 있어서 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영광군도 행정과 민간이 만나 지역 내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행정은 지자체 내에 주무팀을 꾸려 법령과 제도 정비, 지원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하고, 민간은 주민조직과 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가칭 ‘협동조합연구교육원’ 형식의 교육모임과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등의 실천모임을 만들어 새로운 대안경제 영역을 활성화시킬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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