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90년대 ‘똠방’ ‘똠방 각하’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졸부들이 대거 등장한 시대상을 풍자한 말이다. 글로벌 시대에 ‘수읽기’가 서투른 대외 관계는 국익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 한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이은 일왕 사과 촉구 발언으로 경제 전쟁이 우려된다. ‘똠방 각하’가 갑자기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1990년 MBC 드라마 ‘똠방각하’가 방영 됐다. 신 신애와 황 신혜· 연 규진 등이 출연 했다.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땅 값이 폭등해 졸부들이 대거 출연하는 시대상을 코믹하게 그렸다. 그 이후 우리 사회에는 ‘똠방’ ‘똠방 각하’라는 단어가 유행 했다. ‘똠방 각하’는 무능력 하면서 능력 있는 것처럼 허풍 떠는 사람을 가리킨다. 경제 발전과 함께 가진 것이라고는 돈 밖에 없는 졸부들이 대거 등장한 시대를 풍자한 대표적 유행어다. 유행은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속성이 있다. ‘똠방 각하’도 세월과 함께 사라져 지금은 거의 쓰는 사람이 없다. 그 사라진 유행어 ‘똠방 각하’가 갑자기 생각난다. 실정을 거듭해온 이 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튀는 행보를 거듭하면서다.

어느날 갑자기 독도를 방문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다. 독도 사랑은 애국심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국민적 관심을 유발 했다. 그에 따라 지지도도 올랐지만 국가적 문제가 발생 했다. 일본의 항의다. 자기네 땅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기 나라 허락도 없이 멋대로 방문 했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로서는 어이없는 억지다. 예상 됐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다. 문제는 그 다음 이다.

지지도 상승으로 기세가 오른 대통령은 뜬금없이 일본 천왕의 사죄를 요구하고 나섰다. 아니릴까. 일본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일본에 일던 한류(韓流)에 재를 뿌리고, 반한 감정을 드러내는 시위가 번지고 있다. 생명이 간당간당 하던 노다 정부는 이때다 싶은지 노골적으로 보복하겠다고 나선다. 이쯤 되면 우리 국민에게도 ‘스트레스’다. 결국 이 대통령이 국민들을 ‘스트레스’ 받게 만들어버렸다.

이 명박 대통령이 못할 짓 하고 못할 말 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외교적 실리를 따져 수위를 조절하고 시기를 조절했어야 했다. 일왕의 사과 요구는 며칠 참았다가 8·15 경축사에서 했다면 이같은 극단적인 관계 악화는 피할 수도 있었다. 지구상 어느 나라도 홀로 살수 없는 ‘글로벌’ 시대다. 세계 각국과의 원만한 외교적 관계는 국익과 직결 된다. 이 대통령의 일본을 상대로 한 행보는 사실상 일본과의 경제 전쟁 상태를 초래 했다. 대통령의 행보는 결국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 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의 반응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 ‘해야 할 일’‘해야 할 말’을 하고서도 서투른 ‘수읽기’로 국익을 해치는 것은 반일 감정을 이용한 포퓰리즘적 정치행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세계가 경제 불안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마당에 이웃 나라, 그것도 우리보다 경제력이 앞서 있는 나라와 경제전쟁을 벌이는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똠방’ 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우리는 일본을 유리 그릇 다루듯 조심스럽게, 세련되게 다루어야 한다.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세밀한 ‘수읽기’를 해야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는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일본의 실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일반 국민들도 일본이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지 안다. 장기 불황과 대지진으로 죽을 맛인데다 4년 내에 동경 인근에서 대지진이 날 것으로 예상돼 수도 이전 계획까지 세워야 하는 처지다.

일본 국민들이 표현은 안해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노다 정부도 국민의 신뢰를 잃어 생명이 간당간당 하다. 국민이나 정부나 불만과 불안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다. 그들이 내부적 불만과 불안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계기와 상대를 우리가 제공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독도는 우리 땅이고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느긋하고 의연하게 힘을 기르면 모두 풀릴 문제다. ‘똠방 각하’가 갑자기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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