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금상

스스로를 향해 페달을 밟다

해룡고등학교 1학년 이은빈 

이 책은 열 세 살인 호진이가 가정에서 자신은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무작정 삼촌이 있는 광주로 내려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자전거 여행 가이드인 삼촌을 따라 처음에는 심부름꾼으로 시작했던 여행이 나중에는 호진이도 자전거를 타면서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11박 12일 동안 서로의 아픔을 나눈 참가자들은 더욱 친해지고 유대감이 깊어진다. 최종 목적지인 통일 전망대에 도착한 그들은 자신의 새로운 각오와 목표를 가슴에 담은 채 각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자전거 여행이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변화하게 하는 힘을 준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사람들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리며 끝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책 속에 주인공들도 모두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오르며 자신을 과거로부터 탈바꿈시키기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호진이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자전거 폐달을 밟으며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해지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인공들의 이런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 몸 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힘이 솟아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그들과 함께 아픔과 땀방울을 나누고 용기를 얻는 멋진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을 통해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 주고 싶다.

문득 호진이의 삶의 탈출구가 자전거 여행이었다면 과연 나의 탈출구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진이는 불과 열세 살에 자기 스스로 자신의 탈출구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자전거 여행이라는 답을 얻었다. 나는 울적하거나 화가 날 때마다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억지로라도 웃는다. 어떻게든 가라앉은 기분을 띄우기 위해서 내가 내 자신에게 애를 쓴다. 그렇게 영화나 드라마에 몰입을 하다보면 그 순간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호진이가 미시령의 고갯길을 올라갈 때 나는 쉽게 호진이의 마음과 기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적극적인 호진이가 부럽기도 했다. 나는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어도 ‘학업’이라는 큰 족쇄에 갇혀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것이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현실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간접적으로 자전거 여행 체험을 해봤지만 아직도 미련이 남는다. 언젠가는 꼭 직접 자전거를 타고 우리나라의 숨결을 느끼며 나 자신과의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갖고 싶다.

이 책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호진이가 자전거 여행을 통해 부모님을 이해하고 더 성숙해 질 수 있었던 까닭은 그가 많은 언덕길을 오르고 여러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호진이처럼 가정의 불화 속에서 사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자라날 때에 따스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해 주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자신의 힘으로 탈출구를 찾아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

 

■학생부 은상

‘불량한 자전거여행’ 를 읽고

영광고등학교 2학년 김지원

어느 해 여름보다 무더운 요즘, 책꽂이에서 나를 기다리던 ‘불량한 자전거여행’을 읽던 밤엔, 책 속의 열기 때문인지 바람 한 점 불지 않던 열대야가 오히려 물러선 듯 하였다.

처음엔 자전거동호회원들의 전국 일주 경험담을 아이의 눈으로 그리고 있는 아기자기한 동화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책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작품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주인공 호진이는 그다지 공부도 잘하지 못하고 특별한 꿈도 찾지 못한 6학년 남자아이이다. 부모님은 경제적인 이유로 자주 다투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급기야는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가족의 일원인 호진이의 의사는 전혀 무시된 채로.

무작정 집을 나선 호진이는 결국 광주에서 삼촌이 이끄는 자전거 여행 '여자친구(여행하는 자전거 친구)'에 도우미로 따라 나서, 자전거로 구례와 부산을 거쳐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1,100km를 달리는 11박 12일 여행을 시작한다. 주인공 호진이는 비록 어린 아이이지만 왕따 경험이 있는 고등학생 누나, 알콜 중독 경험이 있는 실업자, 결혼 전에 자전거 세계 일주를 하고 있다는 외국인 커플, 초등학교 예비선생님, 수술을 앞두고 있는 말기 암환자 그리고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 취급을 받고 있는 삼촌의 어두운 시절, 도둑질 경험이 있는 아저씨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의 많은 고통과 문제점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전거여행은 모두 즐거운 맘으로 시작한 여행은 아니었다. 무작정 막막한 마음으로 집을 뛰쳐나와 참여하게 된 아직 어린 호진이도 있고. 부모님에 의해 강제로 참가하게 된 누나도 있었다.

힘들게 시작한 자전거 여행은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반복하기도 하고 도로에서 대형 트럭을 만나 바람에 휘청이기도 하고 배기가스에 숨이 막히기도 하고 엄청난 경적 소리에 귀가 멍멍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가슴 속에서 잊혀졌던 나의 자전거의 추억들이 살아나고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주 작은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처음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처음엔 보조바퀴가 없으면 균형도 잡지 못하고 넘어져서 뒤에서 잡아주거나 발로 자전거를 끌곤 했는데, 어느 날 친구와 자전거를 발로 끌며 택시 놀이를 하다가 내리막길에서 땅을 놓쳐버렸다. 자전거가 내리막길로 내려가는 순간 ‘아, 넘어지면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지만 정신을 차리니 넘어지기는커녕 내가 발을 땐 채 내리막길을 잘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넘어질까 두려웠지만 페달을 밟았다.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보조바퀴 없이 자전거를 탔다. 처음으로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바람을 맞는 순간 너무 기쁘고 또 내가 자랑스러웠다. 그 덥고 뜨거운 길을 자전거로 순식간에 지나며 그때만큼 무언가를 해냈다는 기쁨이 컸었던 적이 없었다. 한번 그렇게 달리고나니 그 뒤부터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기어도 척척 바꾸며 자전거를 타고 낯선 곳에서 친구들과 친해지며 이곳저곳을 달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탈 때 오르막길은 험난한 고비였다. 특히 여름에는 기어를 아무리 가볍게 바꿔도 다리는 아프고 땀도 줄줄 나오니 이때만큼 짜증나는 것이 없다. 그러나 오르막길을 다 올라가면 내리막길이 있다. 고생한 만큼 이제는 기어에서 발을 때어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내려오고 그 기세로 힘차게 집까지 페달을 밟는다. 오늘도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이 솟아나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작은 섬마을에서 우정도 쌓고 자신감도 찾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힘든 여정 속에서 저녁이면 모닥불 불꽃 아래에선 모인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솔직하게 내보이면서 인생의 힘듦을 서로 감싸 안기도 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암수술 받기 전인 배병진 아저씨 ‘하루하루가 가지산을 오르는 것처럼 힘들어도 끝까지 내리막길 없는 오르막길이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은 겁니다.’라는 말 속에 모인 사람들 눈망울에 모닥불이 비쳤다. 술 대신 자전거가 답이 될 줄 몰랐다는 알콜 중독의 영우 아저씨, “단체 자전거 여행에서 자전거 타기를 딱 절반입니다. 사람들하고 친해지는 게 나머지 절반이에요”라며 서로를 더 잘 알아가자던 만석이 형. 어느 새 모두 하나가 되어 진심으로 힘내자고 다독이고 있는 자신들을 만나게 된다.

 

자전거를 타며 함께 했던 힘든 여정 속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의 아픔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땀흘리며 서로의 아픔을 껴안다 보면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 솟구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상을 향해 좀 더 가슴을 열고 따스하게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한 잔잔한 감동과 함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세상 속으로 힘껏 페달을 밟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더 높은 오르막길을 올라가본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다른 오르막길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험난했던 미시령고개를 올라간 뒤 이제 다른 길들은 수월하게 달리는 호진이처럼 그 힘들었을 때 터득한 방법들과 그곳을 정복한 뒤 오는 자신감 때문이 아닐까.

무더위 속에서 한줄기 소낙비처럼 반갑게 나를 되돌아 보게 했던 ‘불량한 자전거여행’을 마치며 나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오르막길을 마주치게 되겠지만 피하지 않고 이겨내고 정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었다.

나에게 최초로 자신감을 주었던 자전거와 함께라면 더 이상 피할 이유가 없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학생부 동상

욕망은 학습 된다

영광여중 2학년 이순주

이혼을 하자며 싸우는 부모님을 보고 호진은 어머니가 기피하던 삼촌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처음엔 조수로써 간식을 나누거나 설거지를 하는 역이었으나, 부상자의 자리를 대신하여 자전거를 타게 되면서 자전거 여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던 도중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고 부모님과의 갈등을 해결하려고 부모님을 16회 자전거 여행에 합류시키게 되었다. 자신이 자전거 여행을 하며 느낀 것들을 부모님이 느끼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라캉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했다. 호진의 부모님은 부모로써 사회인으로써의 타인의 기대를 충족하려는 욕망 때문에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저버리고 그저 잘 보이기 위해 행동해 왔다. 그에 의해 그들은 남들에게 보이는 생활에 힘이 들었고 서로에게 그 괴로움을 표현하며 갈등을 빚게 되었다. 아마 호진도 그랬을 것이다. 아들로써 학생이므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주위의 시선에 지치고 더군다나 가정불화로 인해 가출이라는 이름의 일탈을 꿈꾸게 된 것 같다.

호진은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주저앉고 싶고 포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루에 1시간도 아닌 짧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선 계속 달려야 했다. 국토 순례나 자전거 여행은 주위에서 들은 적은 있었으나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되었다. 내가 나로써 해야 할 일도 충분히 괴로울 텐데 그 일보다 더 힘든 일을 직접 찾아한다니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들은 고난과 괴로움 속에서 대체 무엇을 찾아 돈까지 내고 여행을 하게 되었을까? 그들은 아마도 고난을 이겨내면 찾아오는 기쁨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언젠가는 내리막길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힘을 들여 오르막길을 올라 내리막길을 타고 빠르게 내려가는 순간을 위해 여행에 참가하게 되어 고난 속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그에 걸맞을 희열과 결과들이 말이다.

호진의 삼촌은 도둑질을 했다. 주위에서 말은 많았지만 그만두지 않아 그저 저렇게 되진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방관하게 되었다. 호진의 삼촌은 일에 얽매이는 그들보다 자유롭고 또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람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수 없어.’ 라고 말한다. 그런다고 삼촌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산다고 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산다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하고 인연을 맺고 기쁨을 느끼고 슬픔을 느끼고 살아간다. 내 생각에는 호진의 삼촌은 충분히 도벽을 고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둑질을 하면서 주위의 기대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자유를 원해서 계속 한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호진의 아버지의 황금기를 앗아간 것은 가족들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가정을 위해 일해야 하는 입장으로써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면서 그것을 가족 탓으로 돌렸지만 그것 또한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욕망을 자제하는 것을 배운다. 학습을 통해 배운 욕망을 자제하며 타인의 기대감을 얻었을 때는 모두 자신의 선택이며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호진의 아버지는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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