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채/ 영광군농민회장

기억을 되돌리기에도 끔찍한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연이은 습격으로 전국이 상처투성이다.

태풍 발생 전후로 보도에 열을 올리던 주요 신문·방송은 예상외의 막대한 피해를 남긴 태풍 후속 대책 관련 보도가 거의 중단되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태풍이라는 자연 재해가 보여준 선정성보다 그로 인한 삶의 좌절을 경험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과 사회의 고통은 외면하는 기이한 풍경이다. 비틀어 보자면 금번 재난이 모두 하늘이 가져다준 천재임을 강조하면서 이것으로 언론의 역할이 끝났다고 보는듯 하다. 피해 대책 관련 토론회, 심층 분석 보도 한번 내보내지 않는 주요 언론의 행태는 정권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교묘한 눈속임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들넠은 참담하다. 다 지어놓은 나락은 백수, 흑수, 황화현상 등으로 쭉정이만 남았고, 과수, 대파, 고추, 인삼 등 주요 밭작물의 막대한 피해는 헤아리기 힘들다. 그 생생한 피해 현장이 언론을 타고 국회와 정부로 고스란히 전해 졌다면 지금쯤 정부 차원의 특별 대책 논의가 본격화 되어야 할 시기다.

2006년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하 기본법)으로 사유 재산에 관한 특별 지원 기준을 사실상 없애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 특별재난지역 선포의 허실을 말하고, 기본법 재개정 및 특별지원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피해 대책의 전부인양 여론을 몰아가는 형국이다.

정부는 또한 어떻한가 관계 장관 및 정부 고위 관료가 피해 현장을 누비던 광경은 이제 옛 풍경이 되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기본 사명은 사라지고 어쩔 수 없는 하늘의 재해(천재)에 따른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를 규정한 메뉴얼만 강조되는 형편이다. 시설 및 농작물 피해가 막대한 농민들은 지금 생존의 벼랑 끝에 서있다.

피해가 덜한 농민 또한 자연 재해로부터 늘 안전을 위협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재해로 인한 피해가 생산량의 30%를 넘어서면 피해 규모의 70%까지 보상해 주는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집권 5년이 다 되도록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한 정부가 75%를 지원하고 있는 농작물 재해 보험의 품목 제한과 보상의 현실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이에 따른 제도 정비에 농협과 정부의 명확한 후속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재해보상법 제정을 하지 못했다면 금번 국가 재난 사태에 따른 한시적 특별 대책이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적극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해 국민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국회 또한 대권을 향한 정치 일정에 총력을 경주하면서 늘 반복되는 구태를 이번에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감당하기 힘든 피해를 당한 시·군 지자체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정부가 하지 못하고 있는 특별 대책을 세우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시

설 피해 보상에 늘 따르는 자부담 해소 및 실효적 피해 보상이 난망한 농작물등 기본법 개정 이전 수준의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한다. 각급 자치단체는 즉시 유관 기관과 피해 주민 대표, 농어민 단체 대표가 함께하는 한시적 대책 기구를 구성하여 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피해 시·군 지자체와의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정치권과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유도해야 한다.

자연 재해를 관리하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국가적 시스템 구축은 늘 재난의 안전지대에서 살아가는 기득권 집단의 차가운 머리에서 만들어 지기보다 각종 자연 재해가 주는 피해의 맨 앞에 서 있는 농어민과 일반 국민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저항으로 만들어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끝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뜻밖의 재난에 맞서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시다 유명을 달리하신 모든 분들이 평화롭게 영면하시길 기원하며 이 글을 맺는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