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과거사를 반성한 독일은 주변국들과의 공동 번영에 기여하고 있다.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은 분쟁만 야기하고 있다. 잘못된 과거사를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고집 부리는 독재자의 딸. 이에 맞서 역사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며 나선 안 철수를 지지하는 이유다”

독일은 2차 대전이 끝난 후 피해국들에게 사죄 했다. 전범들을 철저히 색출, 처단 했다. 해외로 도피한 전범들을 60여 년간이나 추적해 처단했다. 지금도 기회 있을 때마다 그들이 저지를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빠른 기간에 경제 강국으로 발전 했고 주변국들과의 공동 번영에 기여하고 있다. 경제 위기에 빠진 나라들을 도와 유럽공동체(EU)의 붕괴를 막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과 같은 전범국인 일본은 전범들을 처벌하는 흉내만 내고 어물쩍 넘어갔다. 피해국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도 물론 없었다. 침략 전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저지른 명백한 만행도 부인하고 있다. 경제 강국으로 발전한 것은 독일과 같지만 그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주변국들과의 공동번영은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많지 않은 주변국 모두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주변국이래야 한국·중국·러시아 뿐인데 그들 모두와 분쟁중이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은 두말할 가치도 없다. 러시아와는 북방 4개섬(쿠릴열도), 중국과는 조어도(센가쿠 열도)를 둘러싸고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애매한 것은 러시아와의 분쟁뿐이라는 생각이다. 조어도는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고는 하나 대만에 붙어 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이해한다.

일본이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에서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는 것과 무관 하지 않다.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는 뻔뻔함이 영토 분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기분 나쁘다. 더욱 기분 나쁜 것은 중국의 기세에는 눌리면서 우리에게는 힘으로 누르겠다는 태도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어정쩡한 과거사 정리가 남긴 후유증이 빚은 동북아의 비극이다.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탓에 대한민국도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광복 후 친일의 역사를 정리하지 못했고, 독재 정권이 저지른 만행의 역사를 정리하지 못했다. 일제 치하의 관료와 경찰이 대한민국의 관료와 경찰로 득세할 수 있었던 역사가 일본군 장교 출신의 쿠데타를 가능케 했다. 그리고 34년의 군부 통치 역사를 기록 했다. 잘못된 역사에 대한 철저한 정리가 없었기에 민주주의 공화국으로 태어난 대한민국은 건국후 46년간이나 ‘반민주’의 길을 걸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의 길을 걸은 것은 실제 14년 밖에 안 되는 셈이다. 노무현 정권의 ‘과거사정리 위원회’는 역사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 친일과 한국전쟁을 전후한 역사의 일부만 정리하고 사라져 아쉽지만 크게 평가 받아 마땅하다. 아직도 잘못된 과거사 속에서 ‘단물’을 빨며 성장한 세력이 ‘주류’로서 기반을 굳건히 하고 있는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박 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여당의 대선 후보로 기염을 토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과거사를 반성하고 정리한 독일은 꾸준히 번영의 역사를 쓰고 있다. 대한민국도 번영의 역사를 계속하려면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정리가 절실하다. 일본군 장교 출신의 쿠데타도, 독재 정권의 연장을 위한 유신도, 사법부 스스로 ‘사법 살인’을 인정한 ‘인혁당 재건’ 사건도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대통령이 과연 이 나라를 번영의 길로 이끌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역사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나서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교수에게 국민들이 환호하는 이유다. 정치 발전을 바라는 국민들이 ‘신인’ 안철수를 대통령으로 뽑겠다고 나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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