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재해보험료 국가가 전담해야-

한반도가 태풍의 길?

대형태풍 볼라빈과 덴빈에 이어 산바가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곳곳에 많은 생체기를 남겼다.

지난 7월 상륙한 7호 태풍 카눈과 8월에 올라온 담레이를 포함해 올해에만 5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제주도 일부지역에만 영향을 주었던 담레이와 다소 세력이 약했던 카눈에 비해 볼라벤과 덴빈, 산바는 대형급 태풍으로 우리나라에 많은 피해를 주고 물러났다.

큰 나무가 뿌리 채 뽑히고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찢겨 나갔으며 수확을 눈앞에 둔 과일과 오곡이 쓰러지고 떨어지는 등 그 피해액만도 수천억원에 달했다.

올해처럼 5개의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친 것은 기상관측사상 처음이라니 그동안 한반도를 피하듯 비껴가던 태풍의 길이 새로 생기지나 않았나 하는 두려움마저 든다.

올들어 발생한 16개의 태풍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5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 것은 여름부터 자리를 잡고 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상시와 달리 가을에도 남동쪽으로 물러나지 않고 계속해 머무르면서 태풍의 북상길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분석이 있으나 편리함만 쫒는 인류의 이기심에 의해 파괴되어가는 지구의 온난화 영향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에 사뭇 찜찜하기만 하다.

바람의 역사

영광향토문화연구회에서 펴낸 영광역사연표에서는 영광을 중심으로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몇 건의 태풍 피해를 열거하고 있다.

실록에는 “1426년(세종8년) 7월 16일 영광에서 큰 바람이 불어 벼가 다 쓰러지고 큰 나무가 부러지거나 뿌리채 뽑힌 것이 많았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1829년(순조29년) 8월 15일, 벼가 이삭이 펴고 목면이 개화하는 시기에 큰 비와 함께 바람이 세차게 불어 벼와 목면이 쓰러지거나 떨어지는 피해를 입었다는 기록이 보이며 1854년(철종54년)에도 그해 6월29일과 30일 휘몰아친 비바람으로 영광의 가옥 169채가 무너지고 22명의 익사자가 발생했으며 하천이 범람하여 들판이 물에 잠겼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 기록으로만 봐서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태풍대비가 허술했던 조선조에 영광지역에 영향을 준 태풍보다 현대 들어 대비를 완벽하게 했음에도 태풍위력이 더 대형화하고 그 피해도 대규모화 됐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성난 농민의 절규

성난 농민들이 벼논을 갈아엎었다.

자식처럼 키운 벼를 갈아엎을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피맺힌 절규를 우리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영광신문 보도에 따르면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인해 영광지역 벼 재배 면적의 70%가량이 백수(벼가 하얗게 말라죽는 현상)피해를 봤는데 지원책은 1㎡당 대체 파종비 110원이 고작이라고 한다.

통상 한마지기로 불리는 200평(660㎡)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마지기당 72,600원에 불과한 쥐꼬리만도 못한 지원금인 것이다.

전체 피해율이 50%를 넘을 경우 가구당 8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지만 백수피해농가가 대체파종비와 생계비를 모두 보상받는다 해도 지원금은 1㎡당 200원꼴인 마지기당 132,000원에 머물게 되어 벼 한섬의 수입도 않될 것으로 보인다.

재해보험료 국가부담으로

태풍의 최대 피해자는 여건상 농업인이 될 수밖에 없다.

태풍의 영향으로 “삼겹살로 상추를 싸먹는다.”는 농담이 유행할 만큼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고 하지만 이는 수량 감소에 따른 가격 폭등일 뿐 수확을 하려해도 할 바탕이 없는 농민들에겐 그저 허황한 망상에 불과할 뿐이다.

농업인들이 태풍같은 재해 걱정없이 농사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농업재해보험이 필요하리라 본다.

현재도 농업재해에 따른 재해보험제도가 없는 건 아니다.

국비 50%에 도비 10%. 군비 20%, 그리고 자부담이 20%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지만 가입자가 12%에 불과하는 등 가입률이 저조한 것은 홍보부족과 함께 피해를 봐도 실질적인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농업인들이 외면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에서 재벌에게 주는 혜택의 극히 일부분만 가져도 농작업 재해 보험을 전액 국고로 가입시키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농업재해를 전문으로 예방하고 보상하는 정부차원의 전담기구를 설립해 볼만도 하다.

농업이 근간인 나라

우리나라는 농업을 바탕으로 산업대국을 일으킨 나라이다.

그 말은 바로 우리나라의 근간은 농업이라는 뜻이다.

농업이 흔들리면 사회, 나아가서는 국가가 흔들리게 되며 행여 세계경제불황이라는 태풍이라도 밀려 올라치면 뿌리채 뽑히고 쓰러질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위정자들은 명심해야 할 일이다.

태풍 피해복구를 위해 바쁜 업무를 뒤로 미룬 체 구슬땀을 흘리며 현장을 뛰어다녔던 영광군청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지원활동이 의욕을 잃고 좌절해 있는 피해농가에게 많은 위로와 격려가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엄청난 재난 앞에 상심해 있을 농업인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함께 빠른 원상복귀를 기원해 본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