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팔/ 영광군새마을회장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가 내일모레(30일)다.

한가위란 가을의 한 가운데를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는데 우리 조상들이 풍성하게 결실을 맺은 오곡백과뿐만 아니라 높고 푸른 하늘과 휘영청 밝은 달빛을 두고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불렀을 만큼 모두의 마음이 풍요롭고 넉넉해지는 명절이 바로 한가위다.

한가위에는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차례를 지낸다.

햅쌀로 밥을 지으면 맛이 새롭고 기름기가 흐르게 되며 떡을 해도 묵은내가 나지 않았기에 제일먼저 수확을 했던 햇곡식으로 밥을 짓고 떡을 빚어 조상님께 드리기를 원했던 것이다.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송편을 빼놓을 수가 없다.

송편은 올벼로 만든 송편이라 해서 올벼송편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는데 햇쌀로 빚는 흰송편과 모싯잎을 섞어 만드는 모시송편 등이 한가위를 대표하는 전통 떡이라 하겠다.

송편 속에는 콩·팥·밤·대추 등을 넣기도 하는데, 냉장고가 없었던 우리조상들은 송편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시루 바닥에 천연방부제라는 솔잎을 깔고 떡을 찌는 지혜를 보여주기도 했다.

처녀,총각들은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잘생긴 배우자를 만나게 되고, 잘못 만들면 못생긴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고 해서 송편을 예쁘게 만들려고 솜씨경쟁을 했다.

임신 중인 부인이 태아가 아들인지 딸인지 궁금할 때에는 송편 속에 바늘이나 솔잎을 가로 넣고 찐 다음 한 쪽을 깨물어서 바늘의 귀 쪽이나 솔잎의 붙은 곳을 깨물면 딸을 낳고 바늘의 뾰족한 곳이나 솔잎의 끝 쪽을 깨물면 아들을 낳을 징조라고 점을 치는 일도 있었다.

열 나흗날, 밝은 달을 보면서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앉아 송편을 만드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경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명절 후 가정불화가 늘어나는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유행을 했을 정도로 즐거워야 할 명절이 가족 간의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잖았다.

급격한 산업사회로의 변환과정을 거치면서 정신적 수양이 미처 뒤따르지 못했던 탓이었을까?

보수적이라는 핀잔을 듣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만의 자랑이라고 여겼던 대가족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화에 따른 개인주의 사상이 우리사회의 중심 사상으로 득세를 하면서 대가족 중심이었던 명절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가는 느낌이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오랫동안 헤어졌던 가족들이 멀리서 한데 모여 함께 어울림으로써 가족애를 확인해 가는 명절 본래의 의미가 차츰 빛을 잃어 가는 것이다.

더군다나 올 한가위는 더 힘들고 쓸쓸한 명절이 될 것 같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속담이 생겨났을 만큼 모든 것이 풍요롭고 넉넉해야 할 한가위를 앞두고 연이어 3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우리의 농심은 찢기고 꺾인 체 태풍이 남겨 준 생체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여름 뙤얏볕 밑에서 구슬땀을 흘려가며 가꾼 곡식과 과일 등 오곡백과를 수확하여 조상님께 제사를 드리고자 했던 소박한 기쁨마저 짓이겨버린 태풍이 참으로 야속하기만 하다.

하지만 올 한가위가 상심에 젖어있는 농업인들의 상처 난 마음을 씻어주는 밝고 즐거운 한가위 명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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