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영광 주민들 “안전성 전면조사”
“안 되면 조기폐쇄 운동” 시민단체·군의회도 연대
검증되지 않은 부품의 대량 사용으로 전남 영광원자력발전소 5, 6호기의 가동이 중단되자 극도의 불안감을 표출해왔던 지역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원전의 안전성 확인을 위한 전면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영광원전의 조기 폐쇄 운동을 벌여나가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영광지역 9개 단체로 구성된 ‘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영광 공동행동’은 6일 오전 영광읍 ‘영광 여성의전화’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미검증 부품이 대량 사용된 영광원전에서 일본 후쿠시마(福島)원전과 같은 사고가 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따라서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영광원전의 안전성이 밝혀질 때까지 전면 조사를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원전 수명 연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사태 이후에는 원전 수명이 끝나기 전에라도 조기 폐쇄 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영광원전의 수명이 끝나는 해는 2025년(1호기)∼2042년(6호기)이다.
영광군의회와 군의회 산하 원전특위도 이들 단체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원전특위 위원장 김양모 의원은 “5, 6호기의 가동 중단 후 부품 교체만 하지 말고 국제원자력기구 수준의 안전 점검을 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조기 폐쇄 쪽으로 간다면 군의회도 그 뜻을 전폭적으로 좇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25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영광원전 5호기의 잦은 고장이 부품 때문이 아니냐’고 따졌으나 위원장은 면담을 회피했고 담당 직원은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며 “결국 이들이 우리를 완전히 속인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군의회는 시민단체들과 연대 회의를 한 뒤 다음 주부터 항의농성 등 단체행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광주·전남 20여 개 단체로 결성된 ‘핵 없는 세상 광주전남 행동’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영광원전으로부터 30㎞ 내 지자체, 의회,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안전점검단을 구성해 전면적인 안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식경제부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은 광주지검은 이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해 업체들의 검증서 위조 수법, 위조 과정에서의 한수원 직원과의 공모 여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6.3매
위조부품 영광원전에 쏠린 이유는 ?
품질 검증서를 위조한 부품이 고장이 잦은 영광원전에 집중적으로 공급된 사실이 알려지자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지식경제부와 영광원전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위조 검증서를 이용해 공급된 제품은 237개 품목 7,682개였다. 이 가운데 실제 원전에 사용된 136개 품목 5,233개 제품 가운데 98.2%인 5,137개가 영광 5·6호기에 설치됐으며 영광 3·4호기에 51개, 울진 3호기에 45개가 사용됐다. 영광원전에 ‘위조 부품’이 집중된 것은 노형 때문이다.
영광원전은 미국의 CE(컨버스천 엔지니어링)사가 설계해 공급했는데 이 원자로형에 쓰이는 부품 제조회사에서 위조한 검증서로 절차를 밟고 납품했다고 영광원전 측은 밝혔다.
특히 영광원전 5호기는 2002년 5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후 18건의 고장이 발생, 빈번한 사고와 미검증 부품의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5호기는 최근에도 고장을 일으켜 변압기 교체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원전 측에서는 미검증 부품 방사능 누출과 관련된 원전의 핵심안전 설비에 사용하지 않아 사고 위험성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전의 한 관계자는 "(미검증 부품은) 그동안 고장난 곳에 쓰이지 않았다"며 "5호기에서 변압기 교체 중인 때 위조부품 사용 사실이 알려져 덤터기를 쓰고 있을 뿐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훨씬 일찍 상업운전에 들어간 울진 1호기나 고리 1호기보다 고장이 잦은 영광원전 5호기 등에 위조부품이 대량 공급된 사실을 우연의 일치로만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영광 원전 2기를 정지하고 문제의 부품 교체 및 설비 안전성 조사 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재가동 승인을 요청할 방침이다. 5매
안전위, 품질검증서 위조 원전부품 철저 조사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강창순, 이하 ‘안전위’)는 5일 오전 9시경 한수원으로부터 원전부품 공급업체가 품질 검증서를 위조한 부품을 영광 5·6호기 등 일부 원전에 공급(237개품목, 7,682개제품, 8.2억원 규모)해 온 사실을 보고 받음에 따라, 자세한 경위와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위는 동 사실을 보고 받은 즉시 한수원으로 하여금 원전에 공급된 전체 안전등급 품목에 대해 전수조사 후 안전위에 보고하도록 조치했다. 아울러, 안전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을 한수원 본사와 원전시설에 파견해 관련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안전위는 동 건과 관련하여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위해 민간전문가와 함께 「민관합동조사단」을 조속히 구성하여 면밀히 조사해 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금번 사건을 계기로, 원전에 대한 품질보증관리체계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고,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대책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민간감시위 “책임자 처벌, 전면 조사” 촉구
영광원전 미검증 부품 사용 대책
영광원전 미검증 부품 사용으로 5·6호기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영광원전시민감시위원회 등은 지난 5일 “영광원자력 안전위원회 해체와 함께 민·형사적 책임자 처벌이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영광원전민간감시위원회는 이날 오후 영광원전환경·안전감시센터 2층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영광원자력 발전소는 총체적 부실 덩어리다”며 “영광원전 1호기부터 6호기까지 전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연말까지 조사 기간으로 정했지만 이는 무의미한 조치이고 다른 나라처럼 정밀 조사를 한 뒤 발전소 재가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민·관 합동으로 국제적 수준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간감시위는 이어 “조사는 부품에 국한하지 않고 기계가 받는 노화도, 인적 자원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방사능 누출 여부에 대해서도 군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감시위는 “영광원자력 안전위원회 해체와 함께 민·형사적 책임 추궁이 이뤄져야 한다”며 강력 항의했다.
감시위는 “영광원전에 가짜 부품이 광범위하게 납품된 것이 확인됨에 따라 영광원자력 안전위원회는 존재 의미가 없다”며 “이시간 이후로 안전위원회에 사망선고를 내리고 재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영광원자력은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임에도 가짜 부품이 납품된 것은 국민의 생명을 무시하는 처사다”며 “관련부서 인적 청산이 있어야 하고 형사적, 민사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전위원회 해체를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재구성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은폐 의혹이 있는 만큼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감시위는 전원 사퇴의사를 밝히고 비상체제로 돌입해 이번 일에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봉환 민간감시위원회 운영위원장은 “가장 안전한 부품을 사용해야 하는 영광원전이 가짜부품을 사용했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며 “민간감시위원회의 법적인 권한이 주어질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영광원전 측은 이날 민간감시위원회 긴급회의에 참석해 영광원전 미검증 부품 납품 사고에 대해 설명을 할 예정이었지만 위원회가 거부해 무산됐다.
진보연대, 영광원전 ‘시민안전점검단’ 구성 촉구
잦은 고장을 일으켰던 전남 영광원전이 품질 검증서를 위조한 부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가 지역 주민 등이 참여해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진보연대와 전남진보연대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안전점검단'을 구성해 원전 안전 대책을 수립할 것과 근본적인 에너지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그간 영광원전 사고와 고장 원인이 위조부품에 있었음이 드러났다"며 연말까지 발전이 중단된 영광 5, 6호기뿐만 아니라 미검증 부품 사용이 확인된 영광 3, 4호기와 울진 3호기 또한 가동을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시급히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영광원전의 안전문제를 더 이상 원전 측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직접 피해지역이 될 수 있는 원전 인근 30km 내의 지자체 및 의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영광원전 안전성 검증을 위한 공동안전점검단' 구성을 촉구했다.
광주·전남 진보연대는 지난해 방사능 물질 대량 유출을 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예를 들며 "'탈핵'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핵에너지 대신 재생 가능에너지를 사용하는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슨 말을 해도 못 믿어”
영광 주민들 이주대책 촉구
“이젠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못 믿겠어요.” “너무 가슴이 두근거려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10년 동안 미검증 부품을 대거 사용한 채 가동해온 영광원전 5·6호기가 발전을 중단한 6일 오전. 영광군 주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영광원전 앞 홍농읍 주민 대표들은 영광군청으로 몰려가 “불안해서 더 이상 살 수 없다”면서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영광군의회도 하루종일 ‘원전 특위’를 열고 “1~6호기 모두를 발전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정리했다.
주민단체들도 “더 이상 속고 살 수 없다”며 다음주부터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김양봉 홍농읍 발전위원회 위원장(62)은 “그렇게 위험하다는 원전에 미검증 부품을 10년간이나 사용했다는 사실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면서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하고 군청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오경미 영광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은 “영광원전이 다른 원전보다 사고가 잦았던 이유가 드러났다”면서 “그런 줄도 모르고 철석처럼 원전을 믿어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홍농읍 농민회·번영회·노인회 등 18개 주민단체 대표 5명은 정기호 군수를 1시간 동안 만나 홍농읍 전체 주민에 대한 신속한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영광원전이 전국에서 가장 위험한 원전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이상 더 이상 살 수가 없게 됐다”면서 “주민 8500여명이 거주할 새 살림터를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영광원전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홍농읍 성산리 4개 마을 주민들도 이날 오후 2시간 동안 마을회의를 열고 영광원전을 성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