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이냐 사익이냐 현명한 선택 필요
전남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복마을 사업의 일환인 한옥마을 조성사업이 영광지역 곳곳에서 추진 중이다. 본지는 한옥마을 조성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타지역 우수 조성 및 운영사례 등을 통해 성공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끝> / 편집자 주.
한옥마을 긍정적 효과 기대 높아
마을 분위기 개선 등 각종 개발 사업도
행복마을사업은 낙후된 농어촌 마을을 사람이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어 현 주민들과 후손들이 정착하고, 도시민들이 돌아오는 마을로 조성하고자 추진되는 사업이다. 지속가능한 공동체 복원을 통한 ‘농어촌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이란 비전하에 전남도와 영광군은 이를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주거환경 정비로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주민 소득증대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한옥으로 주택을 개량하고, 마을 상·하수도 및 회관, 진입로, 안길, 주차장 등을 확보한다. 주민 소득증대는 마을의 특화작물(약초, 녹차, 연꽃, 딸기, 야생화 등)을 소득화 하고, 도시민을 유치하여 민박과 체험을 실시하면서 지역특산품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마을에 필요로 하는 기초생활 시설 및 경관개선사업과 소득증대를 도모 할 수 있는 사업을 패키지로 지원해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남형 한옥마을을 조성한 우수지역을 살펴본 결과 긍정적 반응들이 나타났다. 보성군 삼정마을은 한옥들이 들어선 뒤로 마을분위기가 바뀌고 행정에서 각종사업도 지원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70대가 넘는 고령화가 심각한 마을에 상대적으로 젊은 50대 입주민들이 들어오면서 마을에 활기를 띄고 있다. 외부인 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마을에 민박 방문객들도 늘었다고 한다.
산업화 등으로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마을은 노인들만 남아 심각한 고령화로 폐가만 늘던 담양군 무월마을은 2009년 행복마을로 지정되면서 3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농촌체험명소로 거듭나는 등 놀라운 변화를 이룬 곳이다. 이 마을은 한옥행복마을을 비롯해 녹색농촌체험휴양마을, 경관우수 시범마을, 농어촌체험교육 시범마을, Rural-20 선정마을 등에 선정돼 각종사업을 추진해왔다. 쓰러지던 시골 작은 마을을 한옥마을이 살려낸 것이다. 당초 이사업의 목적인 주민들의 주거문화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연관사업 등으로 이어지면서 마을이 발전하고 주민들의 의식까지 변화돼 마을공동체가 살아나고 있다.
전남형 한옥마을과는 다소 다르지만 전주한옥마을은 700여 채의 한옥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 한옥촌으로 전국 유일의 도심 한옥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북 안동하회마을과 군자마을, 경주시 양동마을, 우리나라 수도에 위치한 북촌한옥마을 등은 역사 문화적 가치까지 겸비하고 있어 개발과 보호라는 기로에 서있지만, 이들 한옥마을 역시 한옥 자체의 긍정적 효과는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부익부빈익빈’ 가진 자를 위한 특혜
80억원대 세금 개인들에게 지원하는 셈
현재 영광군을 비롯해 전남도내 각 시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옥마을 조성 사업은 가진 자들을 위한 특혜로 비춰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재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큰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욱 가난하게 될 수 있는 일종의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을 부를 수 있다는 것.
이유는 간단하다. 마을에 10호 이상의 한옥을 짓는다고 지정받은 곳에는 1곳당 한옥신축 보조금 4,000만원을 준다. 여기에 융자금 3,000만원(연리 2%, 3년 거치 7년 상환)까지 총 7,000만원을 지원하는 셈이다. 이를 지원받아 85㎡ 이상 한옥을 짓는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은 입주자가 부담해야 한다. 준공 후 3년 이내에 매매를 금지하고 손님방을 만들어 민박으로 활용하는 조건이다.
문제는 농촌마을에서 3,000만원의 융자금을 받을 수 있는 신용은 그렇다 쳐도 1억원대를 넘나드는 현금성 자부담을 마련할 경제적 능력의 유무다. 한옥마을 입주민 자격은 경제적 능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마을에 들어서는 10여채의 한옥은 경제적 능력이 되는 기존 마을주민이나 외부 주민이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 위화감 조성은 물론 입주민과 기존 마을 주민 간 갈등은 이미 여러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남지역 한옥마을 조성 과정에 주민갈등이 없었던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실제 전남 우수사례지로 추천된 한 마을도 추진과정에 돈 있는 사람들만 집을 짓는다는 시각을 비롯해 마을로 지원된 기반조성비 사용문제를 두고 갈등이 심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한옥마을 관계자는 “원주민들과 정이 넘치고 인심이 좋았던 때와는 달리 재산증식을 위해 유입된 주민들과 땅 경계 소유권 등을 둔 다툼으로 인심이 박해지면서 마을공동체가 무너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영광도 예외는 아니다. 한옥마을 조성과 관련해 입주민 간 고소고발을 비롯해 땅매입 문제 등으로 평온한 마을에 투기바람까지 이는 등 흉흉해진 사례까지 전해지고 있다.
특히, 영광군 8개 한옥마을에 80여채의 한옥이 건립중이거나 계획된 점을 감안하면 도비와 군비를 포함해 순수 보조금 32억원, 융자금 24억원, 마을기반시설 조성비 24억원 등 무려 80억원 규모의 막대한 세금이 개인들에게 지원되는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 개인이 한옥 1채를 짓는데 영광군이 1억원을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입주민들이 한옥 조성 후 3년 뒤 이를 원가에 되팔더라도 최소 4,000만원의 수익은 올릴 수 있어 투기로 전락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한옥마을이 특혜성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전남도는 이러한 한옥마을을 전남도내 22개 시군 1개 읍면당 1곳 이상을 조성할 방침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지원효과 높여야
집단화 및 특색 있는 공동체 마을로
전국의 유명 한옥마을을 돌아보고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옥마을을 활용해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할 것인지, 단순 주거개선에 그칠 것인지 중요하다는 것. 이에 따라서 전략과 정책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 재원을 투입한 한옥마을에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는 전주한옥마을, 안동하회마을, 경주양동마을, 북촌한옥마을 등 관광산업화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들 지역은 수많은 방문객들로 주민들이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당하고 있을 정도지만 결과적으로 공공재원을 투입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공공의 이익은 올리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10여채씩 모아서 산발적으로 조성되는 우리지역 한옥마을과는 차원이 다르다. 수십채에서 수백채의 한옥이 집단화 된 것은 물론이고 주변에 관광산업과 연계할 문화·역사적, 지리적, 자연적 특색이 있다는 점이다. 연간 수십만명의 방문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이들 한옥마을과 똑같은 전략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수십년 뒤 10여채씩 조성한 한옥들이 점점 늘어나 연결된다면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아파트 같은 다세대 주택을 선호하는 현 주거문화상 현실적 한계가 있다.
반면, 한옥을 지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면, 가진 자들을 위한 특혜를 방지할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정인들에게만 혜택을 줘 한옥을 꼭 새로 짓는 것 보다는 기존 집을 한옥형으로 바꾸는 개량사업을 통해 많은 농가들에게 좀 더 지원체계를 늘려 상대적 박탈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돼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한옥 단지와는 달리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주거환경 개선형 한옥정책에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전통성도 없을뿐더러 있는 사람들을 위한 특혜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도 깊이 새겨야 한다. “마을조성 과정에 1억원 넘는 자부담 능력이 안 돼는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민원 및 갈등은 풀어야할 과제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한옥마을에 개인 한옥 10채를 짓는데 예산 10억원씩 총 80여억원을 지원하는 것 보다는 호당 600만원을 지원하는 노후주택개량 사업 1,300여곳을 추진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때문에 공공의 이익에 반해 그 효과가 불분명한 지역에 무분별하게 한옥마을을 지원, 조성하는 것은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옥마을은 조성부터 운영까지 공공의 이익에 우선해 판단하되 소외되는 주민이 없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마을공동체 유지 및 활성화에 최우선 해야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