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내곡동 사저 특검과 검·경의 2중 수사는 코미디다. 법이란 좋은 것, 편한 것이며 만인에 평등하다고 한다. 법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대통령의 특권이 법 위에 있고, 검찰과 경찰이 서로 다투는 것이 법인가. 대통령과 검찰, 경찰이 법을 코미디로 만들었다”

코미디를 보면서 웃기만 하는가. 아니다. 눈물이 날 경우도 있다.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나는 경우와 코미디 속에서 비애를 느끼는 경우다. 예를 들어 못난 생김새로 웃음을 자아내는 경우 그 속에서 못생긴 자의 슬픔이 전달된다. 천재와 둔재, 행복과 불행이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처럼 희극과 비극도 종이 한 장 차이다. 코미디의 소재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불합리한 세태다. 코미디언들은 불합리한 세태를 신랄하게 비판 하면서도 비장하거나 엄숙하지 않다. 웃긴다. 그래서 비극 보다 더 비애를 자아내기도 한다.

장례식장에서 당시 최고 인기 코미디언을 만난 적이 있다. 웃음부터 나왔다. 하지만 웃을 수가 없었다. 보통 사람들보다 더 진지한 모습 때문이었다. 먼저 와 있는 선배 코미디언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사람들을 배꼽 빠지게 웃기던 그 선배 코미디언은 후배의 인사를 근엄하게 받았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또다시 좌중을 폭소로 몰아넣었다. 코미디언이야말로 배우중의 배우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코미디에서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그 이후부터다. ‘개그 콘서트’와 같은 프로그램을 단순 오락 프로그램이 아니라 비평, 혹은 교양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이게 된 동기다.

최근 대한민국의 ‘수사’는 코미디를 연상 시킨다.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사건과 고검 검사의 뇌물수수 사건 ‘수사’다. 내곡동 사저 사건은 특별검사 까지 임명해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도록 한 사건이다. 비용과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철저한 수사를 하라는 것이 국민과 국가의 명령이다. 그런데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특검 기간의 연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특검은 철저한 수사를 위해 시한 연장을 요구하는데 대통령은 “충분하다”면서 사실상 수사 종결을 지시했다.

국민의 압력에 못 이겨 특검을 임명하기는 했지만 특검은 많은 장애에 부딪쳐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 압수수색은 무산 됐다. 제출하는 자료만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의 특권이 법의 권위보다 우위에 있음만 확인 했다. 당연히 수사가 미진할 수밖에 없다. 수사 주체는 수사할 것이 더 있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충분하단다. 정말 웃긴다. 코미디다. 대통령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미리 짜두고 특검을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특검 코미디와 함께 검찰과 경찰의 2중수사 코미디가 터졌다. 경찰이 검사가 피의자인 사건을 수사하자 검찰이 부랴부랴 특임검사팀을 꾸려 수사토록 함으로써 국민을 웃겼다. 나라 안에 박장대소 소리가 울리자 수사‘트라우마’에 빠져 못 본채 하던 청와대가 입을 열었다. “지켜보겠다”는 한 마디다. 하나마나, 시쳇말로 영양가 없는 소리다. 국민의 박장대소가 무색했는지 여간해선 나서지 않는 총리께서 “정부 차원의 조처를 하겠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효과 만점. 검·경은 부랴부랴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겉모습만의 정리다. 아직도 두 기관의 힘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웃긴다. 그런데 눈물이 난다.

‘법’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은 법을 좋은것, 편한 것이라고 ‘찬송’한다. 만인에 평등하다는 말은 입에 달고 산다. 천만의 말씀이다. 대통령 특권이 법보다 위에 있는 것을 보면 만인에 평등하지 않다. 같은 사건을 검·경이 따로 수사하는 법을 좋은 것, 편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수사 ‘코미디’의 각본을 쓰는 데는 유용하다는 것이다. 법을 코미디로 만든 대통령, 법으로 밥 먹고 살면서 수사를 코미디로 만든 검찰과 경찰은 들리는가. “국민 차원의 조처를 하겠다”는 분노에 찬 경고가.

법은 권력과 부(富)의 있고 없음을 차별하지 않을 때 ‘좋은 것, 편한 것’이다. 그런 나라 만드는 대통령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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