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전 사)한농연 영광군연합회장,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2012년 대선이 끝나고 한달여가 지났지만 대선 때문에 생긴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이는 대선 끝난 지 한참이 지나갔지만 제대로 뉴스를 보지 못한다고 하소연이다. 이런 실망감에 빠진 우리에게 계사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좌절과 비통함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인은 이번 기고문을 통해 새해를 맞는 우리가 좌절을 통해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내면의 각오를 다지는 계기를 삼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민주주의의 진정한 거듭남을 염원했던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희망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새 시대를 설계하고 준비하며 자신과 외부세계의 낡음을 끊임없이 닦아내는 영광군민 하나하나의 노력이라 할 것이다.

다만 재집권에 성공한 새누리당에게 바라기는 "패배의 아픔과 허탈감"으로 삶 자체를 버리고 싶은 절망감에 빠진 자들에게 어떻게든 참고 견딜 수 있도록 공감과 위로의 손길을 뻗어야할 것을 주문한다. 오늘아침 뉴스에 또 한 명의 쌍용차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국민대통합을 대선 최우선 이슈로 내건 새누리당의 포용과 화합의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반면 패배의 결과를 냉철하게 비판해보면서 무엇이 부족해서 당연히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할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았는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선 결과를 두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로 DJP연합이나 노무현ㆍ정몽준 단일화 같은 이질적 세력의 도움 없이 (야당 후보가)투표인구 48%의 지지를 받았고 1,470만 표라는 기록적인 득표를 일궈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를 다른 표현으로 정리하면 국민은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어 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잘해서도, 문재인 후보의 정치력이나 개인적 득표력이 탁월해서도 아니며 오로지 그를 찍는 것이 대의에 더 부합한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판단해서 만들어낸 성과라고 여겨지기에 아직도 희망의 불씨는 살아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에서 패한 결정적 평가로 언급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아쉬움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새 정부와 각을 세우는데 아무런 문제나 갈등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이번 박 당선인이 당선된 이후엔 왠지 모르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가 찬 느낌"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 내막을 살펴보면 얼마나 야당이 허술했는지, 전략의 부재가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박당선인은 대통령후보가 되자마자 보수주의자들의 논리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될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진보진영의 핵심가치를 자신의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중도 실용적 생각을 가진 중간지대를 점령해 버렸다. 어차피 진보와 보수 양자의 싸움이란 것을 간파한 박당선인 측의 선공으로 진보진영은 싸울 명분과 전선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영역인 보수세력을 굳게 다지는 전략을 썼다. 반면 민주당과 시민세력들 그리고 안철수씨를 지지한 사람들은 단일화만 이루어진다면 무조건 선거에 이길 것이란 망상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전쟁 중 야전에서 치열한 접전을 통한 땅 다지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효과도 장담 못할 포탄만 여기저기에 터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마디로 전략도 전술도 다 실패한 전쟁을 치룬 결과가 지금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어떻게 판단하고 미래를 대처해야 할까? 이번 대선을 치르는 동안 실패의 원인제공을 한 민주당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건 책임있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 역사의 주체가 되어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준비하는 재출발의 기회를 삼아야 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공약의 이행을 감시ㆍ비판해야 할 제1야당이 아직 혼미 상태인데다 시민사회에서 그런 기능을 일차적으로 떠맡은 언론계와 지식인사회의 풍토가 이명박 정부 5년을 거치면서 극도로 황폐해졌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또한 모든 이슈의 방점을 대선에 두고 ‘희망2013'은 실종한 것이니 '희망2015'이나 '희망2018'을 구상해야 한다는 선거위주의 생각에서 벗어날 것을 우리 스스로에게 주문해야할 것이다. '희망2013'이 위기를 맞았고 힘든 여정이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실행의 경로가 더 복잡해졌을 뿐, 2013년 이후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있고 여기에 그 염원을 감당하려는 민주시민들의 한결 끈덕지고 담대하며 유연한 활동이 더해진다면 '희망2013'은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은 새 시대를 설계하고 준비하며 자신과 외부세계의 낡음을 끊임없이 닦아내는 영광군민 하나하나의 노력이며 그것은 미래의 어느 시기가 아니라 당장에 수행되어야 할 과제라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희망을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할 때이다. 광야의 외치는 자의 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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