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이동흡 지명은 한마디로 실패다. 30여가지에 달하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인물을 ‘갑자기’ 들이민 ‘인사 스타일’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 이어서 존재감이 없는 인물을 총리로 지명 했다. 인수위의 움직임도, 곧 터질 ‘인사’도 깜깜하다. 국민도 조금은 알고, 예측도 가능한 정치가 합리적이다”

박근혜 당선인 첫 인사는 ‘실패작’이란 판정을 받았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새 정권의 ‘만사’가 걱정 된다. 비록 실패한 인사였지만 지명자가 이동흡 전 대법관은 나라에 큰‘업적’을 남긴 인물로 남게 됐다. 청문회 과정에서 거의 모든 고위 공직자들이 공직 수행 명목의 돈을 개인 월급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직 사회에서 관행으로 여기며 죄의식 없이 펑펑 쓰인 돈은 말 그대로 ‘국민의 혈세’다.

국민들은 대법관 ‘씩’이나 지낸 사람이 30가지가 넘는 의혹을 사고 있다는 데 놀랐고 분노 했다. 더욱 놀라고 분노한 것은 그로인해 드러난 고위공직자들의 ‘못된’ 관행이다. “나는 아니다” “우리는 아니다”고 주장하는 기관이나 개인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김해영 사무관의 “다른 기관이 밝히면 우리도 밝히겠다”는 답변에 어느 기관이나 개인도 떳떳함을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무감각, 무의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위공직 사회가 이럴진대 그 아래 공직자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공직 사회 전반이 ‘청렴’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이동흡은 이같은 공직사회의 현주소를 드러나게 했다. 이제 ‘첫 인사’에 실패한 당선인은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어렵지 않은 문제다. 어려운 것은 드러난 공직사회의 문제를 도려내기 위해 ‘공직사회와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알고도 모르는 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당선인의 취임을 전후한 인사가 ‘나홀로’이루어지는 것이다. 속내는 그렇지 않다해도 이동흡에 이어 김용준의 총리 지명을 보면 거의 ‘나홀로’ 인사다. 이동흡은 법조계 내부에서조차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었다. 김용준은 인수위원장이라 하지만 도대체 존재감이 없는 인물이다. 개인적 소신이나 주장도 없다. 이런 인물을 총리로 기용하는 것은 당선인이 내세운 ‘책임 총리’와는 거리가 멀다. 존재감이 없는 총리는 관리형도 못되고 통합형도 되지 못한다.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 총리를 내세운 것이다.

취임을 앞둔 당선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수장 자리를 비워두는 것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사태’다. 절차를 충분히 감안해 서둘렀어야 했다. ‘민주주의공화국’ 대한민국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총리에게는 소신껏 입을 열 수 있게 하고 권한을 주면 되니까 지켜볼 일이다. 여기까지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수위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불만도 증폭되고 있다. 당선자의 취임 전 정치 행위를 국민은 물론 언론에서 조차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조직의 개편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규모의 축소를 예상 했다. 기획관 자리 몇 개 줄이고 ‘작은 청와대’라고 발표 했다. 언론도 ‘발표’에 맞장구를 치고 있지만 역대 어는 정권보다 큰 규모로 ‘발전’될 가능성이 보인다.

예측은 나름대로 앞뒤가 맞는 합리성에 근거 한다. 따라서 예측이 어긋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일관성이 없으며 합리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 여론에 반할 경우도 많다. 화해와 소통보다는 불통으로 인한 갈등이 커지기 십상이다. 화해와 소통은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박 당선자의 당선을 적극 도운 대부분의 매스컴조차 답답해하고 있다. 스타일을 바꿔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정치를 바란다. 정권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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