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공동체 대표

사회적경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과 사회적경제 관련 다양한 생태계 조성에 대한 영광군의 관심과 준비는 어느 정도일까. 다른 지자체들은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까지 준비하며 사회적경제에 대해 치밀한 접근하고 있다. 공동체회사의 육성과 공동체간의 연대로 건강한 지역 순환경제를 이뤄가기 위한 단체장들의 고민의 반영인 셈이다.

이미 많은 지자체가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시책을 추진하는 사례를 보라. 서울 성북구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경제과’를 신설하고, 작년 7월부터 전국 최초로 사회적경제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익히 알려져 있는 전북 완주군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은 우수사례로 손꼽혀 전국적인 순례지가 되고 있다.

또한 성남시는 청소업무를 대행하는 시민기업을 운영하기도 하고, 광주 광산구는 협동조합지원팀을 두고 광주전남지역 최초의 협동조합을 설립해 협동조합 대표도시를 선언하기도 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지방정부의 열의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반증이다.

영광군도 연대를 통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주체역량 강화, 거버넌스 구축 등 사회적경제 인프라 마련에 민관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 공감대 확산,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 사회적경제 제품 공공부문 구매 확대, 사회적경제 우수사례 벤치마킹, 불합리한 법령개정 등 제도개선 등을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다. 개별적인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넘어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다양한 사회혁신 기업, 시민 사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사회적경제가 저절로 깊어지고 파급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군이 예산을 할당하고 정책을 펴고, 사람을 파견한다고 되는 단편적인 일이 아니다. 핵심은 ‘사람’이다.

사회적경제 인재육성이 가장 절박한 과제라는 뜻이다. 처음부터 준비된 활동가를 조직하려다가 ‘사람이 없다’면서 물러서는 일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이다. 애당초 준비된 사람이란 없다. 장이 서면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다. 서너 명부터 천천히 생각을 키워가자.

물론, 최고의 원칙은 자립이다. 자칫 행정에서는 예산에 맞춰 사업집행은 해야겠고, 주민들은 그것이 전부 공돈이라 여기는 나랏돈이니, 결국 공동체는 죽고 주민들 간에는 갈등만 남는 아픔도 있다. 그래서 나랏돈일수록 준비된 사람과 조직에 바탕해서 건강하게 집행될 수 있는 꼼꼼한 여과장치가 필요한 법이다. 사회적경제에 열정을 가진 주민들을 지원하고, 이를 위해 행정이 직접 나서기보다 중간지원조직을 발족시켜 민관 관이 실질적인 협력을 해 나가는 것이 방법이다.

단체장이나 정책이 바뀌고 예산이 줄어들면 시스템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중간지원조직이 자율적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행정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체감해야 가능한 일이다. “공무원이 앞장서게 하지 말라,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 고 했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철학처럼, 행정의 과욕과 과속을 경계하면서 스스로 자립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거들어 주는 일이 행정이 해야할 마지노선이어야 한다. 늘 경험했다시피 주민들은 수동적 참여에 길들여지고 행정은 교육과 계몽의 주체가 돼 버리면 사회적경제의 방향과 성과가 흔들릴 개연성이 다분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민의 소통과 관계의 강화로부터 자연스럽게,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가는 과정의 민주주의가 중요하다. 사회적경제는 1, 2, 3 섹터 간 융합과 소통을 통해 성장한다. 캐나다의 샹티에나 영국의 협동조합위원회 등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정책의 입안부터, 실행 평가 과정에 이르기까지 거버넌스를 어떻게 작동시키느냐에 따라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성패가 좌우된다. 책상 머리 공무원 혹은 먹물 외부전문가가 아니라 영광에 있는 현장의 활동가들에게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면서 사회적경제의 생태계를 차분하게 구축해가는 게 중요한 과제인 이유다.

언제나 그랬듯이, 길을 내는 사람이 늘 선구자다. 선구자의 길은 낙관의 상상력이 결정적이다. 주민의 선의를 믿고, 협동과 공생의 대의를 잃지 않으면, 반드시 그 상상력은 현실이 되는 법이다. 결코 무늬만 그리다가, 혹은 흉내만 내다가 그만둬서는 안 된다. 조급하지 않게, 멀리 보며 오래가자. 그래서 사회적경제를 또 하나의 ‘영광스타일’로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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