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검찰청 특수부(부장검사 김석우)가 24일 한수원이 수사 의뢰한 원전부품 납품비리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이 밝힌 총체적 비리의 재발 방지를 위해 수사결과를 요약 게재한다. <편집자 주>

 

품질보증서 위조 및 이중사용

 

<품질보증서 위조 관련 흐름도>
위조 품질보증서로 납품된 부품 내역은 총 377개 품목, 1만,396개 부품이 한수원에 납품됐다. 1만396개 부품은 한수원에서 수사 요청한 부품 총 9,537개와 검찰 수사를 통해 추가로 밝혀진 859개 부품으로 구성된다. 납품된 부품 중 실제로 설치된 부품은 총 178개 품목, 6,012개로, 현재 5,700여 개 부품은 교체 완료하였고, 미설치 부품은 폐기 예정이다.

 

품질보증서 위조 및 행사 과정은 교묘했다. 안정성 인증 품질보증서 (Dedication) 즉 원전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부품은 Q등급, A등급으로 분류되어 한수원의 검증을 거쳐 등록된 업체의 제품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예외적으로 등록되지 아니한 업체의 제품을 사용할 경우, 공인된 12개 인증업체의 안전성 인증 테스트를 거친 제품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인증업체는 미국의 U○○사를 비롯 모두 12개 업체, 일반적으로 납품업체가 국내 대행업체에 부품 공급을 의뢰하면 그 대행업체가 부품과 함께 안전성 인증에 관한 품질보증서를 교부한다. 그런데 ㉠사 대표 등은 납품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자체적으로 위조한 품질보증서를 교부하여 한수원측에 제출하도록 했다. 정상적 품질보증서 발급시 소요되는 비용·시간을 대폭 줄임으로써 영광원전에 납품되는 품질보증서 발급 업무를 사실상 ‘싹쓸이’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제조사 발행 일반 품질보증서(Certificate)의 경우 즉 Q등급, A등급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수원에 납품되는 부품들에 대해 사용기한, 성능 등을 담보하기 위해 제조사 발행 품질보증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일부 납품업체들의 경우 자신들이 임의로 만든 제조사 명의 품질보증서를 한수원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① 이미 사용한 품질보증서를 컴퓨터에 PDF 파일로 저장한 후 동일 회사 제품을 납품할 기회에 기존 PDF 파일을 편집하여 제출하거나, ② 처음부터 엑셀을 이용하여 보증서 양식을 임의로 만든 후 회사 로고 등을 인터넷 등에서 오려붙인 후 제출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제조 경로가 불투명한 부품을 인터넷 등을 통해 헐값에 구입한 후 보증서를 위조하여 납품하는 비정상적 거래관계도 발생했다.

품질보증서 이중 사용도 있다. 이미 사용한 품질보증서를 컴퓨터 파일로 저장하여 두고 동일 회사 제품을 납품할 기회에 기존 서명, 양식을 이용 위조하거나 재사용한 것. 보증서 사본 제출을 허용하는 일부 실무 관행을 악용한 사례로 검찰은 보고 있다.

 

‘자재 빼돌리기’를 통한 부품 횡령

 

<자재 횡령 및 재납품 과정>
허술한 현장 자재 관리 시스템을 악용한 사례로 한수원 자재부에 입고된 후, 현장부서가 자재창고에서 반출하여 보관하는 자재, 교환된 자재 등에 대한 관리 시스템 구축이 미흡했다.

 

2012년 고리원전의 유사 사건 발생 이후 현장 자재 보관 금지, 중고 자재 폐기시 사진 촬영 등 재고 관련 지침이 시행되었으나(‘12. 3. 22.자), 아직도 다수 자재들이 등록하지 않은 채 자체 보관됐다. 영광원전 제1발전소 계측제어팀에서 등록되지 않고 보관 중인 자재의 경우 1,013 품목, 6,173개에 이른다.

자재 빼돌리기 후 중복 구매한 사례는 현장부서의 재고 관리가 허술한 상황에서 기존에 납품된 부품을 임의로 빼돌려 업자에게 교부한 후, 당해 부품에 대한 신규 구매 계약을 체결한다. 신규 구매 필요성에 대한 검증 절차가 미흡한 점을 악용하여 납품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중복 구매하는 방식을 통해 납품업자의 이익 취득을 도모했다. 현재 비상디젤발전기의 CMR 전자회로기판은 2000년경 설치되어 사용 중이나, 2008년 이후에만 9개가 추가 구매되었는데, 그 중 5개가 기존 구입한 부품을 빼돌린 후 신규 구입 형식을 취해 다시 반입한 것. 비상발전기는 외부에서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경우 디젤연료를 이용하여 원자로에 전원 공급을 하기 위한 장치로서 지난해 2월 9일 고리원자력발전소 제1호기에서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하지 않아 12분간이나 원자로에 전원 공급이 중단(Black Out)된 사실이 있었다. 기판은 발전소 디젤발전기의 각종 운전변수를 온라인으로 감시하여 비상디젤발전기 성능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온라인 성능감시 자재이다.

한수원 ㅇ○○ 과장은 2008년 9월 1일 영광원전 주차장에서 ㉣사 대표 ㅁ○○을 만나 당일 ㅁ○○이 납품한 5,394만원 상당의 전자회로기판 4개를 빼돌려 주고, ㅁ○○로 하여금 추가 계약을 통해 2009년 2월 27일 빼돌린 4개 중 2개를 2,790만 원에 납품하게 하는 등 3차례에 걸쳐 빼돌린 4개를 새로운 계약을 통해 납품하게 하고, 심지어 ㅁ○○에게 수리를 맡긴 자재를 신품인 것처럼 495만원에 납품하게 한 혐의다.

 

입찰 과정의 담합 비리

현 입찰 시스템은 현장부서에서 ‘예산가격’을 추산하여 구매를 의뢰하면 구매부서에는 ‘사정가격’을 산정하여 내부 결재를 받아 입찰 공고하여 최저가 낙찰한다. 낙찰자 선정 기준이 되는 ‘예정가격’은 입찰 공고 후 결정한다.

여기엔 ‘가견적서’ 제출을 통한 사실상 ‘낙찰자’를 내정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현장부서에서 ‘예산가격’을 추산하기 위해 특정 업체에 납품가격·납품가능일을 기재한 ‘가견적서’ 제출 요구하고, 가견적서 제출을 요구받은 업체는 특정 부품에 대한 입찰 실시 예정 사실을 고지받으면서 입찰을 준비할 수 있어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입찰공고 후 10일 이내에 낙찰자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미리 견적작업을 마쳐 준비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는 낙찰 가능성에 결정적 차이가 난다는 검찰 분석이다. ‘가견적서’상의 금액이 사실상 입찰의 기준금액이 되므로 해당 업체는 투찰시 ‘가견적서’상의 금액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여 낙찰받는 관행이다.

업체 상호간 사전 담합도 있다. 가견적서 제출을 의뢰받은 업체는 견적금액을 다른 업체에 알려주면서 자신보다 높은 금액으로 투찰할 것을 의뢰하여 형식적 입찰을 실시한다. 업체 상호간에 ‘최초 견적의뢰 받은 업체는 곧 낙찰업체’라는 인식이 있어 이와 같은 투찰 의뢰가 있으면 상부상조하면서 투찰한 셈. 발전소의 현장 부서 담당자와 특정 업체 간 유착관계가 있어 납품업체 상호간 ‘들러리’ 입찰에 응하면서 한수원 계약을 ‘나눠먹기’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영광원전 납품은 ㉡사, ㉢사, ㉣사 이상 3개 업체들의 사실상 독과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특히 ㄹ○○ 운영의 ㉢사는 25회 입찰 담합을 통해 총 15억 8,000만원, ㄷ○○ 운영의 ㉡사는 17회 입찰 담함을 통해 총 8억 5,000만원 납품 건을 수주(2008-2012년 기준) 받은 혐의다.

 

기타 한수원 직원들의 비위 형태는?

 

‘자재 빼돌리기’ 후 금품수수

한수원 ㅇ○○ 과장은 2008년 9월 1일 자재부에서 보관하는 전자회로기판 4개 시가 5,394만원 상당을 횡령하여 ㅁ○○에게 건네주고, 그 직후 2008년 12월 26일 ㅁ○○으로부터 1,000만원을 송금받는 등 ㅇ○○ 과장의 총 수수 혐의는 4,800만원 규모다. 한수원 직원 ㅇ○○ 등은 납품업자 ㅁ○○에게 기존 부품을 빼돌려 제공하고, 그 대가로 ㅁ○○로부터 금품을 수수.

 

입찰과정 편의제공 후 금품수수

친분이 있는 특정업체에만 ‘가견적서’ 제출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특정업체로 하여금 낙찰을 받게 하고 금품수수.

 

납품일자 조작

실제 납품되지 않은 부품을 마치 입고된 것으로 허위 입고 처리하여 계약불이행에 의한 지체상금 부담 등 납품업체의 책임을 면탈케 한다. 한수원 자재부 ㅍ○○, 전기팀 ㄴ○○은 2008년 12월 30일 해당 부품(Run Time Meter)이 입고되지 않았음에도 이메일로 품질보증서를 송부받아 해당 부품이 그 날 납품된 것처럼 처리한다. 실제 납품일은 2009년 1월 9일경으로 추정되고 정작 2008년 12월 30일에는 해외에서 국내로 반입조차 되지 않았고, 위 품질보증서는 위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재지입’ 형식을 통한 부당 수의계약

정비과정에서 긴급을 요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정비업체로 하여금 수의계약으로 납품하도록 한 제도를 악용, 부당한 수의계약 사례다. 낙찰을 받은 B사 대표 ㄴ○○가 납기일 내에 한수원에 납품하지 못하게 되자, 한수원측은 정비회사인 H사의 요청으로 정비 과정에서 긴급한 자재가 필요하여 구입하는 것처럼 꾸며 수의계약을 통해 ㉡사 대표 ㄷ○○으로 하여금 4,900만원 상당의 자재를 납품하게 한다. ㄷ○○이 제출한 품질보증서는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적 영역까지도 밀월관계 유지

한수원 내 동호회 활동에 대한 지원비까지도 업체로부터 받고, 심지어 정상적 물품거래로 가장한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까지도 요구한 혐의다. 검찰은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부분은 해당 세무서에 통보했다. 한수원 내 헬스클럽 부품이나 전자제품 등 일상적인 비품 구입까지도 부탁하는 등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의뢰한 사례다.

한수원 직원 ㄹ□□은 한수원 관련 업체인 ㉦사로부터 한수원 내 체육동호회 후원금으로 200만원을 지급받기로 한 후,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납품업체인 ㉢사로 하여금 2010년 6월 1일 ㉦사에 모자 등을 공급한 것처럼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행케 하고, ㉦사로부터 200만원을 물품대금으로 가장하여 받도록 한 후 이를 다시 건네받아 체육동호회 후원금으로 사용한 혐의다.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거래

납품업자 명의의 계좌를 통해 한수원 납품업체로 코스닥 상장업체인 ㉡사의 주식을 거래하여 단기간 내 고율의 수익을 얻는 사례도 적발됐다. 한수원 ㄷ□□ 과장은 2009년말 UAE 원전 수출 계약으로 원전 관련 회사 주가가 앞으로 상승할 것을 예상하고 원전 납품업체인 U 업체 주식 거래를 통해 차액을 남기기로 하고 납품업자 ㅁ○○ 명의 계좌를 이용하여 2009년 11월 6일 500만원을 투자하여 주가 상승 후 바로 매도하여 2010년 1월 19일 차익 420만원의 이익을 취득하는 등 단기간 내 84% 고율의 이익을 취득한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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