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스페이스 클럽 회원이란 영예를 안았다. 진정한 국격의 상승이다. 우주산업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꾸준한 투자가 절실하다. 우리는 500여년전 인류 최초의 로켓인 신기전을 쏘아 올린 민족이다. 나로호의 발사에 성공한 날은 마땅히 국경일로 지정돼야 한다”

매년 새 달력이 나오면 ‘빨간날’ 혹은 태극기 그려진 날을 짚어본다. 학교나 직장을 가지 않아도 되는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기라도 하면 괜히 기분이 나빠진다. 도둑맞은 기분이랄까. 쉬는 날이 너무 많다는 여론도 있지만 학생이나 직장인들로서는 ‘보너스’ 받는 기분이다. 연휴가 이어지면 앞에 ‘황금’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유엔의 날(10월24일)과 한글날(10월9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자 대단히 서운했다. 논란 끝에 한글날은 올해부터 공휴일로 복권(?) 됐다.

우리에게 한글보다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유산이 없다. 세계에 한글을 자랑하기 위해서라도 큰 잔치를 벌이는 국경일이어야 마땅하다. 한글날을 ‘빨간날’에서 제외한 것은 일 중독에 빠진 분들의 자가당착이요 착각이었다. 이제라도 깨닫고 바로 잡아 다행이다. 공휴일이 아무리 많아도 국가적으로 경축해야 하는 날에는 경축해야 한다. 기념해야 하는 날은 기념해야 한다. 역사와 문화의 계승․발전이 곧 밝은 미래이기 때문이다.

일꾼들 노는 것이 아무리 배가 아파도 국경일을 하루 늘려야 할 것 같다. 대한민국의 우주시대를 연 1월 30일이다. 나로호 발사의 성공은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으로의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무한한 시장성을 지닌 신성장산업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 날이다. 무엇보다 강국들과 함께 ‘스페이스 클럽’의 일원이 됐다는 자긍심을 갖게 됐다. 국경일이 되어야 할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었다. 당연히 국경일로 지정돼야 한다.

초등학생이던 시절 만화를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엄마 찬아 삼만리’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고, ‘어사 박문수’를 보면서 정의를 배웠다. ‘깨막이’와 ‘칠성이’를 보면서는 노력을 통한 성장의 꿈을 키우고, 공상 과학 만화를 보면서 인류가 과연 달나라를 정복할 수 있을까를 생각 했다. 인류가 달에 착륙하는 광경은 만화에서 본 모습과 거의 똑 같았다. 착륙선과 우주복은 만화가들이 상상으로 그렸던 그것과 똑 같았다. 그 후 만화가들은 천재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상상과 꿈은 언젠가 이루어진다는 믿음도 생겼다.

만화를 통한 상상과 꿈은 나로호로 인해 현실화 됐다. 우주 개발은 거의 모든 과학 기술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나로호의 성공은 과학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증거다.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꾸준히 개발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우주산업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눈물 나도록 반가운 소식이다. 경기 둔화로 사기가 저하된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한 것도 나로호가 이룬 큰 업적중 하나다.

이제 첫걸음을 떼었다. 문제는 관련 기술의 국산화다. 지속적인 관심과 꾸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중국은 인민들의 배고픔과 질병을 해결하기 전부터 우주개발에 많은 투자를 했다. 선진국들에게 비굴할 만큼 저자세로 투자를 구걸하다시피 하면서도 꾸준한 투자로 우주 선진국들을 따라 잡았다. 현재는 우주 유영은 물론 우주 정거장도 쏘아 올릴 정도의 우주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김대중 정부 이후 투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쓸 데 없는(?) 4대강 개발에는 펑펑 쓰고 우주 개발은 ‘따위’ 취급을 했다. 이제라도 인식을 달리 해야 한다. 경제 사정이 아무리 나빠진다 해도 우주산업에의 투자는 극대화해야 한다. 투자 없는 발전은 없다. 성과가 금방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의 투자 소홀을 불러올 가능성이 우려된다. 우리는 500여년전 인류 최초의 로켓인 ‘신기전’을 쏘아 올린 민족이다. 나로호가 성공한 1월 30일의 국경일 지정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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