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프로 보노(pro bono)'의 원래 의미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무보수로 변론이나 자문을 해주는 봉사활동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들의 실천으로 귀에 익숙한 '재능기부'는 이같이 서구 사회에 뿌리내린 '프로 보노' 관습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금전적인 기부가 일회성에 그치기 쉬운데 반해 기부자의 전문성과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지속적인 기부 형태라는 점에서 '재능기부'는 기부 문화가 한 단계 진화된 모델이라는 평을 듣는다.

서울 한 성당에서 음악과 문학, 조각 등 자신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예술적 재능을 성당 재건축을 위해 내놓는 '교회 내의 재능기부'는 또 다른 의미이다.

이제 사회 안에서는 재능기부가 광범위하게 확대되는 추세이다. 유명인들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취미나 동아리 활동을 활용해 재능기부를 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재능기부는 물질적 측면만이 아니라 함께 느끼고 동참하는데 더욱 큰 의의가 있다는 말에 동감한다. 예술적 재능이나 특별한 전문 기술이 없다 하더라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활용해 지역사회와 또 주변의 이웃을 위해 재능기부에 동참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재능기부자

동양화가 김진호 화백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에서 재능기부자로 나선 동양화가 김진호(65) 화백은 하루종일 서서 붓질하는 통에 밤에 다리가 아파서 잠을 못 이룰 정도이다.

김 화백은 개회식이 열린 지난달 29일부터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선수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수들을 격려하고 한국 문화도 알리라고 김 화백에게 재능기부를 부탁해, 부채에 사군자를 그려주고 한글 이름도 써주면서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300∼500개점씩 그려, 선수들에게 돌아간 작품이 수천 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선수나 선수 가족에게만 주고 있지만 선수들이 매일 자꾸 오는 바람에 일이 훨씬 많아졌다.

김 화백은 대회가 중반을 넘어서자 손에 힘이 빠진 듯하나, 선수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폐회 때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김 화백은 "매, 난, 국, 죽은 각기 의미가 다르다"며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부귀를 상징하는 목단을 많이 그려주고 있다는 것.

이번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대회에는 엘리트 선수, 연주단원, 합창단원, 행사 사회자 등 체육, 문화행사에 재능기부자 수백명이 참여했다.

지적장애인 선수들이 선전할 힘을 불어넣고 그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해 편견을 바로잡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기부자들이 있어 대회의 의미가 더 깊어지고 있다.

 

동탄국제고 학생들의

영어공부 재능기부

동탄국제고의 학생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로 된 동화를 읽어주는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학생들은 영어스토리텔링과 영어회화 프로그램과 같은 학교 중심의 기부활동 외에도 음악회, 벽화그리기, 페이스페인팅, 영어스토리텔링, 동탄복합문화센터와 협조한 전시회 등 학교 외의 영역으로 나누어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재능기부 활동에 혜택을 받고 있는 어린 학생들은 물론 화성시의 부모들 까지도 학생들의 재능기부를 무척 환영하고 있다.

재능기부하는 학생들 역시 정서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은 분명 재능기부를 통해 학교와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이상의 중요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영어재능 기부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국제고는 영어를 비롯한 각종 외국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로만 생각하거나,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도, 사회봉사와 도전을 통하여 다양성을 포용하는 건전함과 각자가 지닌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킬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고 보인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재능기부를 돕기 위해 수준별 어린이용 영어도서를 1천여 권 구입했다. 이 책들은 스토리텔링과 도서대출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재능기부를 받은 아이들이 영어에 재미를 붙여 또 다른 영어 재능기부 선생으로 활동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가 이외수, 지휘자 금난새씨

농어촌 재능기부에 나섰다.

소설가 이외수와 지휘자 금난새씨 등이 농어촌 재능기부에 나선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이들이 출연하는 농어촌 재능기부 TV공익광고를 시작으로 농어촌 재능기부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외수씨는 이미 지난 2006년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에 귀촌한 후 창작활동을 하는 틈틈이 무료 문학 강좌를 개설해 문학 재능을 기부하고 조용했던 마을을 연간 4000여명의 관광객과 문하생들이 방문하는 문화 관광마을로 바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금난새씨도 올 4월부터 ‘농어촌 희망 청소년 오케스트라’ 예술 감독을 맡아 음악재능을 기부, 농어촌 지역의 청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8월 1일 스마일 재능뱅크 홈페이지(www.smilebank.kr)를 구축해 농어촌 마을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도시 재능기부자를 모집해 농어촌 마을과 연계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농어촌 재능기부란 개인, 기업 또는 단체가 가진 지식, 경험, 기술을 농어촌 활력 창출을 위해 기부하는 사회봉사활동을 말한다.

재능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분야는 농산업 기술(품목, 생산기술, 수확후 관리), 홍보, 경영, 마게팅, 지역개발계획 수립 및 토목 설계, 의료, 복지 등 매우 다양하다.

 

 

유명가수들의 재능기부

자선콘서트 ‘나눔’에서

가수 장혜진과 김종서 등이 자선콘서트 '나눔'의 무대에 나섰다.

이들은 자선구호단체 ㈔브레드미니스트리스(www.breadministries.or.kr)가 지난해 4월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을 주제로 여는 콘서트에 재능기부 형식으로 출연했다.

유영미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첫날 행사에는 '나는 가수다'에서 가창력을 뽐냈던 장혜진을 비롯해 유럽에서 활동하는 성악가 우나(Una), '슈퍼스타K'의 샛별이자 드라마 '사랑비'로 주가를 올리는 서인국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인디밴드 내귀에 도청장치, 먼데이키즈, 토미기타&블루밍필드, 신세대 싱어송라이터 맹유나, 신예 힙합그룹 클랩(CLAP)도 첫날 행사에 함께했다.

다음날에는 록가수 김종서를 비롯해 감성보컬 MC 더맥스, 그룹 FIX, 드라마 삽입곡 등으로 많은 히트를 친 J심포니, 통기타 가수 김희진 & 엔젤스, 뉴욕에서 활동하는 팝페라가수 스텔라 등의 노래무대가 펼쳐졌다.

이어사 한승기, 박호명, 손지예, 김수일, 장대희, 이수아 등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다수 출동하고 이치현이 초대가수로 나왔다.

행사 총괄프로듀서는 "콘서트와 토크쇼 형태를 통해 진정한 나눔이 무엇인지 보여줄 예정이며 수익금 전액은 기부했다"고 밝혔다.

브레드미니스트리스는 국내외 빈곤어린이·다문화 가정·홀몸 노인 등을 돕고 있으며, 캄보디아 몽포트 지역에서 수년째 구호활동을 벌여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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