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원전 3・4호기의 안내관과 증기발생기 결함으로 인한 원전 안정성 조사를 위한 군민대책위가 구성되고 조만간 조사단 활동이 시작된다. 본지는 영광원전 안전에 최대 핵심과제로 대두된 ‘인코넬600’을 토대로 한 영국 서섹스대학교 과학정책기술연구소 석광훈 연구책임자가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에 제출한 ‘원전 주기기 인코넬600 재료의 국내외 경험과 안전문제 보고서’를 4회에 걸쳐 요약 게재한다. <편집자주>
해외 가압경수로 증기발생기 문제와 경험
인코넬600 재료의 개발과 역사
인코넬600(Inconel alloy 600)은 1932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헌팅턴에 위치한 International Nickel Company사의 O.B.J. Fraser가 개발하였으며, 이는 당시 최초로 크롬을 함유한 합금의 개발사례이다. 그 이후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인코넬600은 증기발생기 등 신규원전 주요기기의 재료로 사용되었는데, 당시에는 이 재료가 액체환경에서 부식저항성이 강하며 기계적 특성이 우수하다는 측면이 평가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원전가동 경험이 축적되면서 이 재료가 원전의 일차냉각수 환경에서 응력부식균열(SCC)에 취약하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미국 등 해외 핵산업계는 막대한 설비교체 비용에 대한 우려로 장기간 재료의 교체를 유보하고, 냉각수 화학세정 등 정비방식의 개선을 통해 응력부식균열을 완화에 집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초반 응력부식균열로 인한 증기발생 전열관 균열과 냉각수 누설은 지속되었고 이로 인한 원전의 이용율 저하가 심각한 쟁점이 되었다.
결국 서구 핵산업계는 1980년대 초반에 이르러 문제의 인코넬600이 사용된 증기발생기 전체를 교체하는 방향으로 결정하였고, 이에 따라 기존 600재료의 크롬함량을 약 15%에서 약 30%로 증배시킨 인코넬 690의 증기발생기 전열관 개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증기발생기를 넘어 원자로 압력용기도 교체중
이미 국내 업계와 학계에서도 지적되고 있듯이 Alloy 또는 Inconel 600(이하 인코넬600)이라는 세관의 재료가 균열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미국이 핵발전소를 건설하던 지난 1960~70년대에는 인코넬600이 열전달 효율과 부식 저항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 가압경수로의 증기발생기 세관 재료로 선택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세관누수와 세관파열사고가 발생하면서 응력부식균열에 취약성이 드러나 설계수명의 절반 정도 기간에 대부분 증기발생기를 교체하거나 발전소를 폐쇄하는 추세이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가동중인 69기 가압경수로 중 지금까지 약 60기에서 증기발생기가 교체되었으며, 1989년부터는 모두 응력부식균열에 보다 저항성이강한 인코넬 690이 채택되었다. 다만 1991년 교체된 Palisades 증기발생기에는 예외적으로 인코넬600재질이 적용되었다.
이처럼 미국의 안전규제당국과 핵산업계는 이미 문제의 인코넬600을 사용한 증기발생기를 대부분 교체한 상황이며, 더 나아가서 원자로 압력용기의 상, 하부헤드는 물론 가압기, 냉각펌프 등 핵증기 공급시스템에 다수 존재하는 인코넬600 재료를 다른 재료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을 전후로 프랑스와 미국에서 각각 원자로 압력용기 상부에서 심각한 수준의 부식과 냉각수 누설이 발견되면서 미국에서는 원자로 상부헤드를 인코넬690재료로 교체하는 추세이다.
미국 웨스팅하우스・CE사, 37기 원전 증기발생기 손해배상
미국 내 가동중인 웨스팅하우스 및 CE사 설계 가압경수로는 각각 48기, 14기에 이르며 이들 발전소는 이미 지난 1970년대 중반부터 인코넬600 재질로 인한 세관균열과 세관파열사고로 발전사업자들이 증기발생기 공급자들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해왔다. 이 밖에 Babcock & Wilcox사 설계 가압경수로 7기가 가동 중이다. 그 결과 16개 발전사업자가 웨스팅하우스사에게 31기 원전의 증기발생기에 대해, 7개 발전사업자가 CE사에게 10기 원전 증기발생기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및 소송을 벌였다.
웨스팅하우스와 CE사측은 이러한 청구에 대해 증기발생기의 세관균열은 제조결함보다는 발전사업자의 운영미숙 때문이라는 주장을 했으나 대부분 법원에서 기각되었다. 공급사측의 문제 제기가 기각된 주요 배경에는 증기발생기를 공급할 때 공급자와 발전사업자간 체결되는 공급계약서에 정상적인 가동조건에서 증기발생기의 설계수명이 40년이라는 명시적 보증(express warranty) 조항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분쟁 및 소송의 결과 웨스팅하우스는 14개 발전사업자에게 분쟁대상인 27기 발전소의 증기발생기에 대해, CE는 7개 발전사업자에게 10기 발전소 증기발생기에 대해 손해배상을 하였다. 지난 1979년 Virginia Electric & Power(VEPCO)사와 웨스팅하우스사간 합의된 Surry 1,2호기증기발생기 손해배상액은 당시금액으로 현금 3천2백5십만달러 (현재가치 1억5백만달러), Consumer Power Company사와 CE사간1977년 합의된 Palisades 증기발생기 손해배상은 현금 3천6백만달러(현재가치 1억3천5백만달러) 지급과 증기발생기 교체비용의 50% 즉 4천3백5십만달러(현재가치 1억6천4백만달러)였다. 두 공급자는 이후의 분쟁에서 모든 배상합의 내용을 비밀로 부쳐왔으나 대부분 초기의 합의사례를 근거로 다른 발전사업자들과 합의해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원전의 원조, CE 증기발생기의 문제
‘한국표준형 원전’의 원조격인 CE사의 증기발생기 세관은 초기에 상대적으로 세관내측 응력부식균열(PWSCC 또는 IDSCC)에 저항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내 Maine Yankee 등의 발전소에서 다양한 세관내측 응력부식균열이 발견되었다. 특히 CE사 발전소들의 가동년수가 늘어남에 따라 세계 각국의 가압경수로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세관외측균열(ODSCC) 문제를 똑같이 겪는다는 점이 밝혀졌다. 현재 울진 3・4호기가 겪는 문제 역시 세관외측 균열이다. 이에 따라 CE사 설계 원전 15기를 운영하던 발전사업자들은 폐쇄하거나 증기발생기를 인코넬690재질로 교체한 상황이다.
특히 영광 3~6, 울진 3・4호기 등 한국표준형 원전의 직접적인 참조모델(CE System 80)인 팔로버드(Palo Verde)의 경우 2호기가 가동을 시작한지 9년째인 지난 1993년 세관파열사고를 일으켰고, 나머지 1・3호기도 세관균열로 지난 2000년대 모두 가동된지 20년도 지나지 않아 인코넬690 재질의 증기발생기로 교체하였다. 더욱이 팔로버드2호기 세관파열사고는 축방향의 세관외측균열(ODSCC)을 통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현재 축방향 세관외측균열(ODSCC)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울진 3・4호기에서 유사사고 가능성을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동일 유형 증기발생기 세관균열 급증은 다중 세관 파열사고의 징후
지금까지 발생한 세관파열사고는 모두 단일 세관의 파열에 국한되었지만 현재 울진 3・4호기와 같이 동일유형 세관균열(세관외측축방향균열)이 급속하게 확산될 경우 다중 세관파열사고의 위험을 가중시킨다. 증기발생기 세관은 고온(약 320°), 고압(약 150기압)의 원자로 냉각수를 식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수의 세관이 파열될 경우 노심용융과 같은 대형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증기발생기 세관의 다중 세관파열사고는 1) 동일한 유형의 균열이 다수 세관에 존재할 때 다른 사고나 충격으로 인해 일시에 파열되는 경우, 2)단일 세관 파열의 영향에 의한 인접 세관의 연쇄 세관파열의 경우로 나뉠 수 있다.
지난1988년 미국 핵규제위원회(NRC)의 Kenneth Rogers위원은 동종 세관열화현상이 다수 존재할 경우 압력천이나 지진 등의 충격에 의해 다중 세관파열사고가 일어나 대량 방사능누출과 1차냉각수 유실사고(LOCA)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992년 증기발생기 세관균열과 냉각수 누수로 문제를 일으킨 미국의 트로전(Trojan)핵발전소는 핵규제위원회의 검토결과 주증배관파열사고(MSLB)시 다수의 균열이 존재하는 증기발생기 세관이 다중파열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주 증기배관 파단에 의한 증기발생기 세관 파열은 증기발생기에서 발생한 증기를 터빈으로 연결해주는 주 증기배관이 파손될 경우 증기발생기 내의 세관이 관내부 냉각수의 고압과 관외부의 갑작스런 압력저하로 인해 파열되는 경우이다. 이에 따라 발전사업자인 플로리다전력(FPL)은 이듬해인 1993년 트로전을 영구폐쇄하고 증기발생기 결함에 대해 제조사인 웨스팅하우스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