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당선인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걱정된다. 34년 이전 아버지 박정희의 그것과 판박이다. 권력 집중이 예상 된다. 당선인 앞에는 수많은 과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화해와 소통의 부재, 코드 인사가 빚어낸 것들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운은 권력 집중에서 비롯됐다”

박근혜 정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뜨악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바쁠 수밖에 없는 진용이다. 전문가 집단이라 평할 수는 있지만 부문별 국정을 이끌어갈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성은 갖췄지만 무게감도 존재감도 떨어지는 ‘약체’ 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만 돋보일 뿐 책임지고 부처를 이끌어 갈 면면들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동흡·김용준으로 이어진 ‘실패한 인사’를 보면서 ‘박근혜 인사 스타일’은 국민적 우려를 자아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책임 총리’ ‘책임 장관’을 강조 했지만 결국은 모든 것을 스스로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형’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의 천명으로 읽힌다. 만기친람을 하려다보니 ‘대탕평 인사’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우려를 금치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만기친람형 대통령은 박정희다. ‘박 대통령의 딸’이라는 ‘스펙’만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박정희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무려 33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세 번도 더 바뀐 대한민국에서 그 시절의 리더십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비민주는 민주로 바뀌었다. 인구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경제 규모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커졌다. 따라서 국민의 기대치도 수천 수만배 커졌다.

한마디로 당선인이 아버지 박정희의 스타일을 동경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만기친람형 국정운영, 그것이 바로 ‘독재’다. 당선인은 강하게 부인하겠지만 ‘만기친람’은 독재와 일맥상통 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새정치’ 요구를 무시한 것이다. 국민이 당선인에게 요구한 것은 33년 이전의 정치가 아니다. 황제적 대통령이 아니라 권력의 분산으로 조화를 이루는 민주 정치다.

역대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그들에게 집중된 권력에 덜미를 잡혀 불명예를 안았고 불행한 결과를 초래 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의 불운과 불행은 개인은 물론 대한민국의 불운이요 불행 이었다. 민주화 이후의 대통령들도 마찬가지다. 아들들을 교도소로 보낸 것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모두 ‘막강한 권력’에서 비롯됐다. 이명박 정권이 ‘최악’이란 평가를 면치 못하는 것도 만기친람형 이었기 때문이다.

취임을 앞둔 박근혜 당선인이 만기친람형 대통령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사가 만사’인데 보여주는 인사 스타일이 만기친람 형으로 가고 있다는 시각이다. 대한민국과 새로운 정권의 불운과 불행을 원치 않는 충정이다. 당선인은 공약 이행을 입버릇처럼 외고 있다. 정부 각 부처를 통한 정책의 실행만이 공약은 아니다. 화해와 소통을 강조하며 약속한 ‘대탕평’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공약이다.

수많은 ‘시한폭탄’들이 당선인의 취임을 기다리고 있다. 핵을 앞세운 북측의 도발, 동서· 빈부· 성별· 계층간의 극대화된 갈등,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위협, 엔저 등 경제적 불안 요인들, 폭증하는 복지 수요, 경제 민주화, 늘어난 공직 부패, 국민의 ‘새정치 요구 등이다. 모두 화해와 소통의 부재, 코드 인사로 비롯된 것들이다. 취임을 앞두고 IMF 사태를 맞은 김대중만큼이나 큰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책임과는 거리감이 있는 총리, 기관장 평가에서 ‘매우 미흡’ 평가를 받은 경제부총리, 위문금을 개인 통장으로 관리한 국방장관, 공석에서 ‘섹스 프리’를 제안하고 광복절에 일본으로 골프 치러 간 비서실장 등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뭔가 판을 바꿀 것 같은 인사들을 기용했으면 좋겠다. 독재는 필망(必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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