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안철수의 노원병 출마에 언론도, 새누리당도, 민주당까지도 딴지를 걸고 있다. 안철수의 ‘새정치’가 두려운 사람들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신당은 수도권과 호남에서 민주당을 압도할 것이다. 안철수와 새정치가 헤쳐가야 할 가시밭길이다”

정치인 냄새가 나지 않던 안철수에게서 정치인 ‘포스’가 느껴진다. 모호하던 메시지의 내용도 확실해졌고 향후 행보도 분명히 밝혔다. 약속대로 정치인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시운(時運)도 따른다.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정치인 안철수가 공백 기간 없이 정치판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교수와 기업인으로서 성공을 거둔 그가 정치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국민적 관심사다.

‘안철수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이 안철수 보다 바쁘다. 그에게 딴지 거는 소리가 요란하다. 맨 앞에서 딴지를 거는 그룹은 소위 주류 언론이다. 왜 연고지인 부산 영도에서 출마하지 않고 서울 노원병에서 출마하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새누리당의 김무성이 무서워 피하느냐는 비아냥거림이 담겨 있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많아 국가적 문제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지역이어서” “지역주의를 벗어나” 등 노원병을 선택한 이유는 ‘당선되고 보자’는 변명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정치인은 그 이름이 언론에서 사라지면 ‘사망’이다. 안철수의 정치적 성공이 달갑지 않으면 안철수가 무슨 짓을 하던 관심을 갖지 않고 보도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대도 그들은 안철수가 귀국하는 공항에서 진을 치고 기다렸다 기자회견을 하느라 법석을 떨었다. 방송은 실시간 중계까지 했다. ‘전문가’를 내세워 안철수의 행보에 대한 비평도 쏟아내고 있다. 말이 비평이지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부산 영도에 출마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대부분이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연고지에서 출발해 ‘거물’이 된 후에는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노무현과 이명박도 서울 종로에 명함을 내밀었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 됐다. 연고지 국회의원으로 대선 후보가 된 정동영은 실패 했다. 연고지 국회의원으로 대통령이 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뿐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의 딸이 아니었다면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을까?

안철수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정치에 입문 했다. ‘연고지’ 단계를 건너 뛰어 ‘거물’이 돼버렸다. 서울에 둥지를 틀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입장이다. 이같은 안철수의 입장에서 노원병의 보궐선거는 국회 ‘입성’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이자 행운 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펼치는 3류 정치가 아닌, 새로운 정치로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에 까지 이르는 정치적 성공의 청사진이다.

안철수가 본격적으로 나선 우리 정치의 앞날을 상상해 보자. ‘새로운 정치’에 환호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업은 안철수는 무난히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교두보 구축에는 성공했지만 정치적 경륜이 부족한 안철수는 7월에 귀국할 손학규에게 손을 내민다. 손학규가 안철수의 손을 뿌리칠 이유가 없다. 새로운 정치라는 명분이 있다.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겼다는 ‘멍에’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이념을 앞세우지 앞세우지 않는 새로운 정당이 탄생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리고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성공 가능성이 컸던 총선과 대선에서 연속 실패하고서도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책임지라고 할만한 사람도 없는 민주당은 갈팡질팡을 계속 한다. 국민의 눈에 에너지가 고갈된 정당으로 비친다. 자연스럽게 내년 지방선거에서 2등의 자리를 신당에 내주고 3등으로 내려앉는다. 수도권과 호남이 신당의 손을 들어준 때문이다. 마침내 현역 국회의원들도 신당행을 결심한다. 민주당의 추락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보수 정권을 떠받치는 보수 언론, 붕괴 위기를 예감하는 민주당까지 안철수와 새로운 정당의 출현은 달갑지 않다. 사사건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딴지를 걸고 비판하게 되어 있다.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새로운 정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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