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사상 최악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지 2년이 지났다. 후쿠시마는 아직도 방사능과의 전쟁이 진행 중이다. 원전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영광땅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악몽이다. 영광신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어제와 오늘을 특집으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후쿠시마 사고 결토 잊지 말아야’
후쿠시마 원전 사고 2주기 추모와 우정의 축제 열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2년,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핵에너지에서 벗어나자는 탈핵축제가 지난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환경운동연합과 한살림연합 등 7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주최한 이날 행사는 탈핵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전시와 체험행사가 열렸다.
이번 추모와 우정의 축제는 5대 종단 성직자들의 추모 기도와 원폭2·3세 환우들로 구성된 합천평화씨알합창단의 공연, 밀양·삼척 등에서 핵발전소와 송전탑 반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주장들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을 강타한 대지진과 지진해일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해, 지역이 황폐화하고 방사능 오염이 확산되며 주민 8만여 명이 아직 전국을 떠돌고 있는 사태가 한국에서 절대로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의지를 함께 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수명을 다한 노후 원전을 포함, 이미 21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현실에서 2030년까지 19기의 원전을 더 짓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이 땅에서 '제2 후쿠시마'가 발발할 가능성을 높다는 주장이다.
후쿠시마 사고 후 신규원전 건설부지로 지정된 강원도 삼척의 주민들은 이날 행사장에서 원전 반대 서명을 받았다. '원전 증설 정책 중단' '노후 발전소 폐쇄'가 적힌 팻말들이 천막 앞에 설치돼 눈길을 모았다.
이들은 ‘핵발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으며 정의로운 에너지가 아니므로 신규발전소 건설 중단과 노후발전소 폐쇄 등 탈핵사회로 나가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등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후쿠시마 재앙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탈핵과 에너지전환 정책을 적극 실천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공동선언문
3월 11일은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후쿠시마 핵사고는 핵발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주장하던 사회에 ‘더 이상 핵발전 안전신화는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후쿠시마 사고가 말해 주듯이 핵은 절대 안전하지 않은 에너지이며, 미래세대에게 그 위험을 고스란히 남겨주게 되는 에너지다. 또한 폐기물을 처리하고 발전소를 폐쇄하는 작업, 사고 시 처리하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경제적이지 못한 에너지다.
또한 핵발전 위주의 에너지 정책은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을 유발하고 에너지 생산과 소비 불균형의 원인이 되며, 원료채굴에서 처분까지 전과정에서 피폭이 나타나는 등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된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들은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삼아 핵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수정하고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독일은 기존의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2050년에는 재생가능에너지로만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대만 역시 ‘핵없는 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심지어 핵종주국인 프랑스 역시 “프랑스에서 심각한 핵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핵발전 비중을 낮추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핵발전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여전히 삼척과 영덕에는 신규 건설이 추진 중에 있고, 고리와 월성 등 노후된 발전소도 연장 가동되고 있으며, 밀양과 청도에서는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국제사회에서도 인정한 핵발전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국민들과 미래세대를 핵발전의 위험 속에 고스란히 남겨두는 정책인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지역갈등과 불균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아니다. 정의로운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다소비를 위해 지역 주민들과 약자들을 희생하게 하는 사회가 아니다. 정의로운 에너지 정책은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대안과 자립을 위해 노력하는 속에서 수립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우리 사회의 에너지원이 되는 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이미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재생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가 탈핵을 선언하고 에너지 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부는 바람은 후쿠시마에 원전 사고 이후 두 번째 부는 봄바람이다. 이 봄바람은 우리에게 후쿠시마의 교훈을 되새기고 핵 없는 미래의 봄을 만들도록 부추기고 있다. 봄은 희망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을 잊고 원전 중심의 정책이 고수되는 한 그 봄은 온전한 희망이 될 수 없다. 온전한 희망의 봄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에너지 다소비를 부추기는 핵발전 중심의 사회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선택해야 한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무서운 재앙이 앞으로는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책임이 크다. 우리의 아이들이 핵의 불안함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니라, 태양과 바람의 풍요로움을 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후쿠시마와 우리의 고향에 다시 불어올 바람이 핵 없는 봄을 불러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후쿠시마 2주기를 추모하며, 우리 사회가 탈핵으로 한걸음을 더 내디딜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선언한다.
1. 핵발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으며 정의로운 에너지가 아니다. 이에 우리는 신규발전소 건설 중단과 노후발전소 폐쇄 등 탈핵사회로 나가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2. 우리는 에너지 다소비를 조장하는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을 벌일 것이다.
3. 우리는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이 일어나지 다시는 않도록 모든 국가들이 탈핵과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전환할 때까지 함께 연대하여 여러 활동을 적극 실천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2년, 나아진 것이 없다
사고는 진행형, 한일 양국 정부는 원전 포기못해
생방송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던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전 세계의 원자력공학자들이나 관련 과학자들은, 그리고 핵산업계와 관련 정부 당국에서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대형 원전 사고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저마다 체르노빌과 자국의 원전이 어떻게 얼마나 달라서 안전한지 홍보해왔다. 그리고 원전은 폭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21세기에, 원전 선진국인 일본에서 3기의 원전이 폭발했다.
그동안 한국의 원전추진론자들은 원전의 핵연료 노심이 녹아내릴 확률은 백만년에 한 번이라고 하면서 노심용융이 발생할 가능성은 번개를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렇게 확률이 낮으니 원전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평가방식이 바로 ‘확률론적 안전성평가’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 이 주장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발생 전에 노심용융 확률이 천만년에 한번이었다. 하지만 3기에서 동시에 원전 핵연료의 노심이 녹아내린 것이다.
천만년만에 한번이라는 재앙이 현실로
일본 정부와 동경전력 역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서로 책임을 미룬 탓에 사고가 더 악화되었으며 정보공개를 제때에 하지 않은 탓에 더 많은 일본 국민들이 방사능에 피폭되었다.
사고 이후 수습과정과 대처과정에서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래도 일본이니까 이 정도라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세계 어떤 나라라도 예상하지 않던 자연재해에 제대로 대처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나마 동경시민들 3천만명이 피난해야하는 최악의 사고로 치닫지 않도록 막은 요인 중 하나는 원전 직원들이 방사능으로부터 대피해서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면진(免震)중요동이라는 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진에 견디고 방사성물질을 막으면서 비상식량이 보관되어 있는 이 건물은 비상시의 상황실로 쓰이기 위해 사고 1년 전에 건설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원전에도 없는 건물이다.
핵연료봉 노심이 녹아내린 원전 1, 2, 3호기는 방사선량이 시간당 20∼100 밀리시버트(m㏜)로 기준치의 20만배에서 백만배에 이르는 방사선량이라서 보호장비가 있어도 사람이 접근할 수가 없다. 일본의 최첨단 로봇 덕분에 그나마 1호기와 2호기 안을 겨우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원전사고는 비행기 사고, 교통사고, 여느 자연재해와 비교할 수가 없다. 일본의 다른 쓰나미 피해지역은 2년이 지난 지금 복구를 해 가고 있지만 후쿠시마현은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페기물조차 수거해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사성물질에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사고수습이 되지 못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는 하루에 500톤 가량에 이르고, 그간 처리하지 못하고 물탱크에 보관하고 있는 양이 24만톤이 넘었다. 하지만 이 1000톤짜리 수백개의 물탱크는 급조된 것이라 수명이 5년에 불과하다.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방사성물질이 골칫덩어리로 원전부지에 쌓이고 있다. 이마저도 더 이상 쌓을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방사성물질을 제거한다고 해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어 바다로 방류하는 것은 오염을 더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도 원전 포기 못하는 박근혜 정부...
건설 중인 5기의 원전 등 재검토 대상에서 제외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기술, 핵분열 기술은 최악의 무기인 핵무기를 만들어냈고 최악의 발전시설인 핵발전소를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지구상에 없는 새로운 물질인 수백여 종의 인공 방사성물질이 확산되었다. 수천 번의 핵무기 실험과 쓰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를 잇는 대규모 핵발전소 사고로 60년 전만 해도 지구상에 없던 새로운 방사성물질이 토양과 대기, 바다에 흩뿌려졌다.
환경에 확산된 방사성물질은 먹이사슬을 타고 우리가 먹는 식품에 축적되고 있다. 외부에서 방사성물질에 의해 피폭되는 것보다 식품과 물을 통해서 우리 몸 내부에서 피폭되는 내부 피폭이 더 위험하다. 내부피폭이 전체 피폭의 90%를 차지한다는 것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년이 지난 후 의학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발생한지 27년째지만 오염지역의 방사능 수치는 여전히 허용치의 수백 배에 달하고 반경 30km는 출입제한지역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이제 겨우 2년이 지났을 뿐이다. 공식 오염 제거대상지역인 8개현(우리나라의 도)은커녕 후쿠시마현에서조차 제염 정도가 10%밖에 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도 관공서와 학교, 거주지와 도로 중심이고 숲이나 호수, 강들은 방치되어 있다. 모든 지역을 제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사성물질은 앞으로도 계속 대기를 타고, 지하수를 타고 주변 환경으로 확산될 것이다. 외부피폭은 물론 앞으로도 최소한 300년간은(세슘 137만 생각했을 때) 음식물을 통한 내부피폭이 계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정책 결정자들은 원전을 포기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규 원전에 대해 재검토를 발표했지만 건설 중인 5기의 원전과 2010년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한 6기의 신규 원전은 재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신규 원전의 방사성환경영향평가에는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사고는 아예 예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북핵 실험으로 인해 오히려 핵무장론까지 등장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년 전의 과거지만 방출된 방사성물질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 있고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을 위협할 것이다. 그런데,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