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전국 언론인 3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21일부터 3일간 ‘마을기업과 마을만들기’를 주제로 광주광역시, 전북 완주군, 진안군 등에서 마을만들기 전문가들을 강사로 한 전문연수를 진행했다. 이에 본지는 마을만들기 선진 사례 및 전문가들의 의견 등 연수결과를 통해 우리지역 마을만들기 활성화 및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마을과 마을만들기란 무엇인가?

권상동 마을만들기 전국네트워크 사무국장

마을이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말’이라고도 부르며 ‘마실’이라고도 한다. 교리, 동리, 방리, 방촌, 이락, 이항, 촌, 촌락, 촌리, 향보 등이 있다. 이중 촌락(村落)은 적은 수의 사람들이 한 마을을 이루어 제1차 산업을 중심으로 하여, 공통된 생활을 하고 있는 지역을 촌락이라고 한다. 비슷한 의미의 부락은 시골에서 여러 민가(民家)가 모여 이룬 마을, 또는 그 마을을 이룬 곳을 마을로 순화했다. 일본에서 천민집단이 모여 사는 곳, 일제강점기 때 부락이라 불렸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우리동네’ 하는 동네는 자기가 사는 집의 근처, 집이 이웃하여 살아가는 공간의 물리적 범위를 말한다.

즉 마을의 공간적 의미는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지칭하는 우리말로 모을, 마르, 몰, 마을이라고 불렸으며, 비슷한 뜻의 한자어 촌락, 취락이 있다.

마을의 사회적 의미는 주민들이 최소한의 규범들을 서로 의식하고 자발적으로 준수하고 있는 상호제약의 범위이다. 농어촌마을은 농업생산이나 일상생활의 협동을 위한 의식 공유의 범위이다. 이장, 개발위원회, 부녀회 등 공식 조직이 위계를 가지고 존재하며 자치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당산제, 산신제, 성황당 등 공동의 신앙 전통이 아직 남아 있기도 하다.

마을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집이 한동아리를 이루어 모여 사는’으로 사실상 사람을 제외한 공간적 의미가 짙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보는 마을만들기란 무엇일까? 권상동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협동사무국장은 현재 강릉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 센터장을 겸하고 있는 이 계통의 전문가이다.

권 국장은 지역공간을 주민이 스스로 디자인해가는 과정, 지역공간을 중심으로 지역주민이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마을만들기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정부나 전국 각 지자체들이 추진한 마을가꾸기, 마을 디자인, 공동체 운동, 마을진흥사업, 주민자치운동, 마을의제운동, 소재지 종합개발사업, 새마을운동 등도 넓은 의미의 마을만들기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

 

“다함께 살기 좋은 곳 만드는 게 핵심”

“보조사업 받아 소진해가는 것 아니다”

권상동 사무국장은 마을만들기에 공간만 중요시하고 사람을 배제하는 게 문제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단순히 마을의 기반시설 들만 조성하거나 보수하는 하드웨어사업 만으로는 제대로 된 마을만들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권 국장은 “마을만들기란 공모사업을 받아 소진해가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대부분의 마을만들기 사업들이 선진 지역을 벤치마킹한다는 미명하에 이러한 형태로 추진돼 예산만 낭비하고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의미다. 마을만들기는 시설이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 보다는 사람을 중시한 다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있다. 통상 시설을 잘 해놓는 게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실패가 비롯된다. 살기 좋은 마을이란 살고 싶은 곳, 인심이 좋은 곳, 싸우지 않는 곳, 노인, 여성, 청장년, 어린이 등 각자의 환경이 요구하는 문제가 없는 곳을 말하지만 어느 지역에나 맞는 규격화된 정답은 없다.

도시의 경우 사는 곳과 일하는 곳, 쉬는 곳의 겹치는 영역이 일부인 반면, 농촌의 경우 삶터와 일터, 쉼터가 거의 겹치는 공간이다. 지역적, 환경적, 문화적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천편일률적 마을만들기 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다함께 살기 좋은 마을은 도시와 농촌,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며, 문화∙경제∙자치 공동체가 하나로 융화되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한다.

마을만들기는 물리적요소, 문화, 생활, 일자리, 시스템,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다. 도로를 만들고 건물을 세우고, 벽에 멋진 그림을 그리는 등의 하드웨어 사업은 마을만들기의 가장 원시적인 단계일 뿐이다. 정치나 경제 등 지역만의 문화를 만들고 이를 생활화하고, 지역에서 생활하며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조성하는 등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고 이러한 과정을 추진할 수 있는 인재 곧 사람을 양성하는 전 과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마을만들기는 반드시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어 지역의 문제를 찾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 또는 방법론으로 정치, 경제, 문화 전 영역에서 진행되는 실천 활동이다.

 

성급하지 않은 일본의 마을만들기

주민주도의 상향식으로 성공률 높여

마을만들기는 일본의 ‘마찌즈꾸리’ 운동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알려진 대표 사례는 ‘오야마’. 1960년 초창기 농지 환경도 좋지 않은 이 지역은 싸우는오야마였다. 초창기 NPC운동으로 시작된 게 “매실농사 지어서 하와이가자”는 것이었다. 토양조건에 맞는 매실과 밤을 주 작목으로 선택해 협동해 일하자는 욕구를 끌어낸 것. 50명으로 시작한 이 운동은 최근 1,950명이 참여해 680여 품목의 농산물과 가공품을 생산한다. 1차 소득증대를 목표한 운동은 80년대 소득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여유와 풍요를 누리고, 이벤트나 각종 행사를 통해 서로가 격려하고 온화한 인격의 결합체를 만들자는 2차 운동으로 전환됐다. 90년대 농원과 직매장을 열어 11억엔의 매출을 올리는 등 하와이는 물론 세계 200개국을 돌며 교류를 이끌었다. 2000년대 오야마를 낙원으로 만들자는 3차 운동은 도로변 판매장 도입,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이루며 마을만들기 원조 격 사업들을 추진했다. 3년 전 인구 4,000명도 안 돼는 이곳은 농산물직매장에 3,587명이 참여하며 15억5,300만엔의 매출을 올렸다. 이곳의 마을만들기는 인간환경, 시민자치, 종합적 주체성, 지역 개성 확립, 계속적 창조성, 실천을 기본이념으로 지역 전체 환경을 공유하고 시민이 공용∙공존∙협동∙공감하는 등 상향식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후쿠오카현 아래 온천지역 유휴인도 인구 1만2,000명 수준의 도시이지만 연간 300억엔 규모의 소득을 올리는 등 10년째 일본 내에서 죽기 전 가봐야 할 여행지 1순위로 통한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똘똘 뭉쳐 35년째 일본 최초의 야외영화제 및 음악제를 열고 있으며, 소고기 먹고 소리치기, 갈대태우기 등 온천과 같은 지역 특성을 이용한 고품격 여행 프로그램으로 마을만들기에 성공했다.

일본 도쿄의 남쪽에 위치한 특별구 ‘세타가야구’ 역시 도시지역의 대표적인 마을만들기 사례지역이다. 1차 준비기(1975~1981)에는 1970년대 고도성장이 삶의 질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인식 확산으로 마을만들기가 제시됐다. 2차 실천기(1982~1991)는 마을만들기 조례 제정, 도시디자인실, 마을만들기추진과 설치등 행정지원 조직을 구축하고 시스템을 정비했다. 3차 발전기(1992~ )에는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마을만들기 펀드 설립을 통한 사업진행 등으로 운동이 더욱 확대됐다. 1960~70년대 도심 베드타운으로 조성됐던 세타가야구가 20여년 만에 도쿄에서 가장 살고 싶은 구로 바뀐 것은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노력과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의 마찌즈꾸리 운동이다. 1965년 일본 고도경제성장기에 자치제시대 및 주민참가론이 일면서 75년 복지국가기에 마찌즈꾸리 조례와 협회, 지구계획 등이 설립된다. 85년 그 동안 선언적이던 이 운동은 구체화되고 95년 대불황기에 지방분권 등과 함께 마찌즈꾸리NPO 및 커뮤니티비즈니스 등이 생겨나며, 2005년엔 지자체 권한은 내려가고 자치기능과 영역은 높아지는 등 새로운 공공사회기를 맞는다. 다만, 일본의 선진적 마을만들기 운동은 우리와 사회적 구조가 달라 원안 적용 시 성공률이 낮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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