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서 애국심을 찾아보기 힘들다. 애국심은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다. ‘국정철학 공유’보다 애국심이 발탁의 배경이 돼야 한다. 애국심 없는 능력은 국민에게 해악이다. 2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일이기도 하다” 인사 청문회를 통해 정권에 발탁된 인사들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있는 심경이 착잡하다 못해 참혹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도덕적 인격을 제대로 갖춘 사람이 하나도 없다. 애국심 타령은 사치다. ‘국정 철학을 공유 하고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되려면 도덕성이나 애국심은 버리고 오직 부의 축적과 출세에만 ‘올인’ 해야 하는가. 헷갈린다. 도덕적이지 못하고 애국심이 없는 사람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 믿어지지 않는다.

재산을 늘리고 출세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는 더 높은 벼슬자리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제 살림과 출세, 자식의 장래, 나아가 부와 권력의 세습에 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 봉사를 바라는 것은 나무 위에서 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다름없다. 아니, 그들에게 탐욕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나라가 제공한 것으로 보아도 틀리지 않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대통령에게 반항 하지 않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 일까. 그런 사람들을 뽑아 놓고 보니 재산 불리고 출세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향후 5년간 국정의 중심에 서게 됐다. 잘 먹고 잘 살던 사람들에게 더욱 잘 먹고 잘 살 여건이 갖추어 졌다. 선거 때 중심으로 떠올랐던 서민과 중산층은 또다시 변두리 신세로 전락한 분위기다.

며칠 전 청문회에서 장관 내정자와 그를 추궁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가 갑자기 흥분하고 나섰다. “정치하는 X이나 높은 X들 치고 애국심 있는 X 한 X도 없다”는 것이다. 그들을 많이 보아 왔는데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X들은 없고 하나같이 자기 이익 챙기라 바쁘더라는 얘기다. 학벌도 재산도, 사회적 지위도 ‘별 볼일 없는’ 친구 이지만 그의 입을 통해 들은 ‘애국심’이란 단어가 와 닿았다.

천안함 희생자 추모식 중계방송을 보면서 다시 ‘애국심’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침통한 표정으로 참석한 ‘요인’들에게 진정 애국심이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다. 우리 모두가 애국자로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들과 현재 역사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들이 비교 된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대표적인 애국자는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등이다. 이 분들은 자라면서 나라와 동포를 사랑하는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실천에 옮겼다. 역사 속에서 영원히 존경 받으며 살아 계실 분들이다.

김 구 선생의 호 백범(白凡)은 가장 미천하게 여겼던 백정이나 평범한 사람까지, 즉 국민 모두를 애국심을 가진 사람이 되게 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안중근 의사는 양반으로 남부럽잖게 살 수 있었지만 역사의 현장에 뛰어들어 교육과 산업 진흥운동, 독립 전쟁의 삶을 살다 여순 감옥에서 순국 하셨다. “잔 다르크 처럼 나라를 구하는 소녀가 되겠다”고 한 유관순 열사는 부모 형제가 죽어가는 현장에서 끝까지 천안 애오개 만세 사건을 주도 했다. 이 분들은 우리 가슴 속에 민족의 스승으로, 의사(義士)로, 열사로 영원히 살아 있다.

애국심은 나라의 독립과 경제 부흥의 가장 소중한 원동력 이었다. 배고픔과 질병으로부터 해방된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는 애국심과 애국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북, 동서, 빈부, 세대간, 계층 간의 갈등이 없어야 한다. 나라를 사랑하면 동포를 사랑하게 된다. 애국심이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이고도 유일한 에너지다.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스펙’이다. ‘국정철학 공유’보다 애국심이 발탁의 기준이 돼야 한다. 애국심 없는 능력은 국민에게 해악을 끼칠 뿐이다.

3월 26일은 천안함 용사들을 추모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안중근 의시가 여순 감옥에서 순국한 날이라는 역사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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