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살아 남기 위해 27년간 조국에서 도망쳐야 했던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김종훈. 장호권은 조국은 물론,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김종훈은 군말 없이 장관 시켜주지 않았다고 조국에 돌을 던졌다. 큰 돈을 번 김종훈 보다 장호권이 존경스럽지 않은가”

두 사람의 이름이 오버랩 된다. 장호권과 김종훈 이다. 장호권은 장준하 선생의 장남이고 김 종훈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 됐다 사퇴한 재미 동포다. 공통점이라고는 오랜 기간 조국을 떠나 살았다는 점 외에는 없는 두 사람의 이름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조국을 대하는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어서다. 장호권은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27년간이나 피난살이를 했으면서도 조국을 비난하지 않았다. 김종훈은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가 크게 성공 했지만 조국에 돌을 던졌다.

장호권은 76년 등산 도중 의문사한 아버지의 사인을 밝히려 했다는 이유로 턱뼈가 산산조각이 나는 테러를 당했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입국 비자가 필요 없는 말레이시아로 ‘도망’ 갔다. 박정희 정권이 끝나자 귀국 했으나 전두환 정권으로부터도 생명의 위협을 받고 다시 싱가포르로 달아났다. 그렇게 27년간을 공사장 인부로 연명 했다. 그리고 귀국 후 10년. 보통 사람 같으면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 포기 했을 힘든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장준하의 아들로 사는 길이다.

사상계를 복간하고 고구려문화연구회 이사장과 안중근 기념사업회 위원으로 살고 있다.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 시킬 돌출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방송사의 요청으로 출연해 세상에 그의 존재가 부각됐을 뿐이다. 그는 아버지 장준하를 ‘아버지’라 칭하지 않았다. ‘장준하 선생’이라 불렀다. 그의 가슴속에 장준하 선생은 개인의 아버지가 아닌 대한민국의 선각자요 지도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의미다.

장준하 선생은 24세에 항일운동에 투신 했으며 사상계를 창간해 독재에 항거 했다. 사상계는 60년대 지식인과 대학생의 필독서였다. 70년 5월 재벌과 국회의원, 장성, 장·차관을 나라의 도적으로 표현한 김지하의 시 ‘5적’이 실리는 ‘사건’으로 박 정권에 의해 폐간 됐다. 그러고도 반독재 투쟁을 계속했다. 일본군 장교 출신의 독재자 박정희와 장준하를 역사는 ‘ 필생의 라이벌’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대도 아들 장호권은 박정희의 딸 박근혜나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에게 어떤 원망도, 비난도 하지 않았다. 물론 조국을 비방하지도 않았다.

장호권과 달리 김종훈은 최근 미국 유력 일간지에 고국 동포를 비난하고 조국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마녀사냥 당하듯 했으며 본인은 스파이, 아내는 매매춘 관련자로 몰렸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축복에 영원히 감사한다고도 했다. “뛰어난 능력이 있어 미국에서 크게 성공한 나를 몰라보고 왈가왈부하는 내 조국 대한민국은 참으로 한심한 나라다. 나는 이제 영원히 미국인으로 살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김종훈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이다. 첫째, 대한민국은 그가 미국으로 떠나던 열네살 때의 가난하고 ‘별볼일없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자기 정도면 “장관을 맡아주셔서 고맙습니다”하며 박수를 쳐줄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둘째,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장관 내정자들도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물론 낙마도 한다. 공부와 사업에는 능력이 있지만 정치엔 무지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셋째, 조국을 비하하고 미국에 감사한다고 하면 미국인들이 박수를 쳐주고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잘나가는 미국인치고 그들의 뿌리를 부정하거나 비하하는 사람은 없다. 오바마를 보라.

장호권은 보수주의를 무시한 진보주의의 독선적 성향을 지적한다. 아름다운 명분도 독선으로 치달아서는 안된다고. 또한 보수주의도 대안의 제시 없이 진보주의에 삿대질만 해서는 안된다고. 따뜻한 진보, 따뜻한 보수를 표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묘를 두 번이나 여는 큰 죄를 지었으니 시묘를 해야 마땅하다며 시묘살이를 시작 했다. 김종훈은 우습고 장호권은 존경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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