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윤진숙 해수부 장관 내전자의 인사청문회는 코미디였다. 전문성도 자질도 보여주지 못했다.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 받았다면 임명을 강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 위협에서 벗어나는 일이 대통령의 급선무다. 챙길 사람 있으면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역시 박근혜다. 기어코 윤진숙을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민 여론 따위는 무시하고 해냈다. 윤진숙의 전공은 지리교육학이다. 해양 관련 연구를 했다고는 하나 ‘해양’은 부전공인 셈이다. 정치력이나 조직 장악력은 약에 쓰려고 찾아봐도 없다. 최소한 청문회를 통해본 윤진숙은 주변머리도 없다. 상황 인식은 거의 ‘바보’ 수준이다. 딱 한가지, 어떤 경우에도 창피해 하거나 울지 않고 웃음으로써 보는 사람들을 어처구니없게 만드는 ‘재주’는 있다.

여야 정치권도, 국민도 윤진숙의 장관 임명을 반대했다. 윤진숙의 사퇴와 대통령의 적임자 재추천의 수순이 예상됐다.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이 정도면 모든 사안을 어느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 하겠다는 선언이다. 찬성과 반대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라면 ‘대통령이니까’ 허용된다. 찬성은 없고 반대만 무성한데도 자기 뜻대로 하는 것은 고집이다. 대통령의 공적 결정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당선된 날부터 사실상 국정운영의 책임자다. 빈틈없는 국정 운영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정부 조직을 추슬렀어야 했다. 4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부 조직을 완성시키지 못한 채 비틀거렸다. 인사를 잘 못해서다. “인사를 잘못해 죄송하다”고 스스로 인정 했다. 반성하고 국민이 만족할 인사를 하겠다는 약속이다.

청문회를 잠깐 들여다보자. 민주당 김 모 의원; 수산을 전혀 모르나요? 윤 내정자; 전혀 모르는 건 아니고요. 의원; 큰일 났네. 우리 어업 GDP 비율은 아세요? 내정자; GDP요? 정확히 모르겠는데. 하하…. 새누리당 홍 모 의원; 지금 항만 권역이 몇개인줄 아세요? 내정자; 항만권역이요? 권역 까지는 잘…. 의원; 잘 모르면 어떻게 하려고 여기 오셨어요? 새누리당 하 모 의원; 해양수도가 되기 위한 비전은 뭡니까? 내정자; 해양…크크크. 통진당 김 모 의원; 사과 하십시오. 내정자; 참! 어떻게 사과 해야 돼(혼잣말). 예, 알았습니다. 새누리당 김 모 의원; 서면질문 직접 쓰지 못했지요? 읽어보긴 다 읽어 봤나요? 내정자; 다는 못 읽어봤어요. 민주당 배 모 의원; 몇 번 사양 했나요? 내정자; 두 번 정도 한 것 같습니다. 의원; 마지막까지 사양하지 그랬나요. 인사청문회 속기록이라기보다 코미디 대본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런 코미디 같은 청문회를 박 대통령은 직접 보지도, 보고를 제대로 받지도 않은 것이 분명하다. 화합과 소통을 목이 쉬도록 외치던 박근혜는 어디로 갔는가. 정치권과 국민이 한목소리로 부적합하고 생각하는 인사를 강행한 대통령에게서 불통의 끝을 보는 것 같다. 이명박 전 대통령 보다 더 정치권을 무시하고 국민 여론에 귀를 틀어막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정도면 국정이 대통령 개인의 의견과 고집대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가 대한민국을 지켜보고 있다. 북측 김정은 정권이 과연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 대한민국은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길 것인가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지난 60년간 피땀 흘려 세운 나라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를 위협 받고 있는, 역사적으로 어느 때보다 중대한 고비다.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과 국민이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사의 장관 임명 여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사치다. 우리를 지켜보는 국제사회에 부끄럽다.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의 전쟁 위협을 세계의 지도자들과 긴밀히 협의하는 외교전쟁을 하는데 몰두해야 한다. 국민과 소통하며 정치권의 협력을 이끌어 내 전쟁 위협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챙길 사람이 있으면 전쟁 위협으로부터 벗어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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