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김정은의 ‘전쟁마케팅’으로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까지도 흑자를 봤다. 중국에 중개수수료 주고, 미국에 ‘커미션’주어야 하는 우리만 적자다. 일본은 군비확충의 명분을 얻었다. 종전 협상으로 당사국의 지위를 얻어야 우리 손으로 우리 문제를 풀 수 있다”

김정은의 ‘전쟁 마케팅’에 한국·미국·중국·일본이 한동안 부산을 떨었다. 당장에라도 미사일을 발사할 것 같은 움직임에 긴박감이 돌았다. 그들의 말대로 전쟁이 시작 됐다면 지금쯤 한반도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기도 싫다. 다행히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이익을 보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만 ‘적자’다. 북한과 미국·중국·일본은 ‘흑자’다.

‘마케팅’ 당사자인 김정은은 내부적으로 ‘강성대국’을 과시함으로써 체제를 공고히 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된다. 외부적으로는 핵보유국 지위 확보에 한걸음 다가섰으며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대화를 제안 받았다. 이제 중국의 중재로 미국, 한국과의 협상이 차례로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원리에 따라 중국은 중개수수료를 챙기게 되어 있다. 미국도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나라가 아니다. 한국이 “응징 하겠다”고 큰소리 칠 수 있도록 뒤를 봐주고 ‘커미션’을 챙긴다.

일본도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여서 부담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대비’를 핑계로 공격적 군사력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이 마련 됐다. 소위 ‘평화헌법’에 따라 군대를 보유할 수 없는 일본 자위대가 방어 목적의 군비를 갖출 명분을 얻었다. 물밑에서 진행해온 군비 확충의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벌써 ‘전범(戰犯)’으로서 달고 다니던 ‘주홍글씨’ 격인 평화헌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결국 미국에 ‘커미션’ 주고 중국에도 중계수수료를 챙겨줘야 되는 한국만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정전(停戰) 60년. 우리는 줄곧 북측의 이같은 ‘전쟁 마케팅’에 시달려 왔다. 60년씩이나 시달려 왔으면서도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하고 응급 처치에 급급했다. 전쟁 당사국의 지위조차 미국이 행사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드라도 우리 마음대로 작전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입장이다. 60년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며 목소리만 높였을 뿐 분단 문제 해결을 위해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햇볕정책’을 이명박 정권은 “핵무장을 위한 시간과 돈을 주었을 뿐”이라는 이유로 폐기 했다. ‘비핵개방 3000’으로 대체 했다.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국민소득을 3000불로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북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전혀 실현 가능성도,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대북정책이다. 사실상 대북정책이 없었던 셈이다. 결과는 5년간 북의 도발에 적잖은 국민이 생명과 재산을 잃었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다. 1단계는 인도적 지원, 2단계는 낮은 수준의 남북경협, 3단계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다. 2단계가지는 조건을 내걸지 않고 정치 상황에 따라 추진하고 3단계는 비핵화 등의 신뢰가 전제조건이다. 이명박의 그것과 같다. 신뢰가 자리 잡기 위해 남북이 주고받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조차 분명치 않다.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60년간 제자리걸음을 했으면 이제 진도가 나갈 때도 됐다. 현실적으로 눈앞에 있는 문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임기 내에 성과를 거두겠다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정전협정을 종전(終戰)협정으로 바꾸는 것이 남북문제 해결의 첫 단추다. 그래야 남북이 대등한 지위를 가진 당사국으로서 문제를 해결할 협상이 가능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영원히 국가 차원의 효과적인 대북정책을 수립하기조차 어렵다.

내 집 일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미국에 업혀 가야하는데 우리의 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미국의 대북정책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처량한 신세부터 벗어나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거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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