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굴비<상>
지역특산품은 지역경제의 견인차로서 지역발전의 원동력이다. 이에 영광군은 특산품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본지는 특산품 육성 정책을 점검하고 영광특산품의 현주소를 진단해 미래를 향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천년의 역사로 한국인의 밥상을 점령
450여 가공업체에서 년간 약 3천억원의 매출 기록
영광굴비는 황해, 동중국해,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걸쳐 어획되는 참조기를 원료로 만들어지는데 참조기는 농어목민어과 조기속에 속하는 한국군으로서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제주도 서남방해역의 깊은 바다에서 겨울을 지낸다.
한국군에 속하는 참조기는 수온이 상승하는 3~4월이 되면 서해연안의 산란장을 향해 북상회유를 시작 4월에 우리 영광군의 칠산도와 위도, 어청도 연안을 거쳐 5~6월에 연평도 근해에 도달하면서 산란한다. 산란을 마친 조기떼는 계속 평안도 연안까지 북상하다가 가을철인 10월부터 수온의 하강과 함께 남하하여 흑산도 근해를 거쳐 제주도 서남방해역에 월동한다.
참조기의 체형은 긴방추형으로 주둥이는 둥글고 위턱은 아래턱보다 짧으며 등빛 깔은 연한 황갈색인 반면 배는 진한 황금색을 나타내고 머리상단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유상돌기가 있다.
영광굴비의 유래를 보면 고려 16대 예종 때 이자겸이 그의 딸 순덕을 예종에게 시집보낸 뒤 공신이 되었으며 그후 딸이 낳은 외손자인 17대 인종에게 셋째, 넷째 딸을 시집보내면서 권세를 잡았다. 인종 때 이씨가 왕이 된다는 참위설을 믿고 이자겸의 난을 일으켰으나 조정에서 이자겸의 식복인 척준경이 인종에게 마음이 돌아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1126년에 영광 법성포에 유배되어 귀향살이를 하게 되었다.
이자겸이 영광 법성포에서 귀향살이를 하면서 조기를 소금에 절여 바위에 말린 조기를 먹어본 결과 그 맛이 너무 좋아 임금님께 진상을 하게 되었는데 ‘결코 자신의 죄를 면하기 위한 아부가 아니고 임금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과 함께 그의 옳은 뜻을 비굴하게 굴지 않겠다’는 뜻으로 ‘굴비’라고 이름을 지어 진상하였다.
영광굴비를 먹어본 임금이 굴비의 맛이 좋아 매년 진상토록 하여 임금님의 수랏상에 오르게 되면서 영광굴비가 유명해지고 명성을 떨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영광굴비의 원산지는 ‘법성포’로서 법성포의 1월 평균기온은 -2.5℃, 8월 평균기온은 23.8℃로 비교적 겨울이 따뜻하고 연평균기온은 10.5℃, 최고기온은 32.6℃, 최저기온은 -14.5℃, 연평균습도는 75.5%, 평균풍속은 4.8m/s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기후의 특성으로서는 법성포의 갯바람은 돔배섬에서 S자형으로 굽이돌아 불어오는 지리적 기상요인으로 낮에는 습도가 45%이하, 밤에는 96%이상에서 5~6시간 지속되고 적당한 일조량도 조기가 급하게 마르거나 마르던 조기의 부패를 방지하는데 적합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다.
영광굴비는 450여개의 가공업체에서 연간 1만9,000톤을 생산하여 2,89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으며, 전국 생산량의 60%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군의 대표 특산품으로서 그 명성이 전국에 떨치고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영광굴비의 대명사는 ‘오사리굴비’로서 그 유래를 보면 법성포 맞은편 구수산에 진달래가 피어오르는 3월에 조기가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해 4월 한식과 곡우를 거치는 사이에 암조기가 산란을 시작하는데 꼭 곡우절에 잡히는 조기를 “오사리” 또는 “오가잽이”라 하는데 “오지다(크다)”말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때 잡힌 조기로 만든 굴비를 “오사리굴비”라 불렀다.
굴비의 명칭은 크기에 따라 다르고 또한 조기를 굴비로 가공하는 업체에 따라 호칭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소소엮거리→소엮거리→중엮거리→장대→오가쟁이→중딱돔→딱돔→대딱돔』으로 불리어지고 있으나 심지어는 규격에 따라 10여종 이상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다.
굴비는 조기를 말린 것이나 조기와는 그 성분이 상당히 다르며 조기는 수분이 주성분이고 단백질과 비타민이 약간 많은데 비해 굴비는 주성분이 단백질이고 지방, 회분, 칼슘, 인, 철분 등 무기성분이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 생조기와는 다른 감칠맛을 내고 식욕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굴비의 제조방법을 보면 참조기를 어체의 크기에 따라 선별하여 우리군 관내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천일염을 사용하여 봄, 가을에는 어체중량의 1/3, 겨울에는 1/2로 섶간하여 24시간~72시간 염간하고 소금물로 5회 이상 세척한 후 10~20미 단위로 엮어 공기소통이 좋은 해변에 설치한 통나무로 만든 걸대에 7~14일간 양건, 음건을 반복하여 건조한다고 설명한다.
영광굴비를 종류별로 보면 대표적인 일반(냉장)굴비를 비롯해 굴비육질을 찢어 만든 ‘고추장굴비’, 굴비육질을 갈아 만든 ‘갈아만든 고추장굴비’, 굴비를 말려 건보리에 보관 판매하는 ‘통보리굴비’ 등이 있다.
영광굴비의 보존 육성을 위한 단체는 ‘영광굴비특품사업단’과 ‘영광굴비정보화마을’ ‘영광굴비보존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영광굴비의 권익보호는 물론 품목의 다양성, 품질의 차별화, 품질의 고급화에 전력하고 있다.
중국산조기 사용과 건조방식에 대한 고발방송은 ?
지난 2월8일 종편방송인 채널 A에서 방송된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가 가짜 영광굴비를 방송한데 이어 2탄이 4월5일 방송되면서 영광굴비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 홍보 방법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탄 방송에서는 영광굴비의 건조과정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아 현재 영광에서 생산되고 있는 전통식 영광굴비는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해풍에 말리지도 않으면서 해풍에 말리는 것처럼 홍보하고 비싸게 판매되는 현장을 찍어 보도했다. 영광굴비특품사업단에 시설된 ‘영광굴비 홍보관’에는 참조기를 습도와 온도 등이 최적인 영광 법성포의 겨울 해풍에 말려서 만든다고 적혀있는데도 취재 결과, 시중에 유통되는 굴비가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하루라는 것.
냉동조기를 해동시킨 뒤 바닥에서 소금을 뿌리고 삽으로 섞어 엮걸이 작업후 소금물에 행구로 나서 곧바로 급냉실로 들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물이 뚝뚝 흐르는데도 급냉실에 넣는 장면과 실내에서 선풍기로 굴비를 말리는 화면이 이어졌다. 이들은 소금을 뿌린 참조기를 엮은 뒤 소금물에 담갔다가 냉동했을 뿐인데, 영광굴비라는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연 소금에 절인 뒤 냉동한 조기를, 영광굴비라고 할 수 있냐고 강조했다.
설을 며칠 앞둔 2월8일 방송에서는 중국산 참조기가 국내산 영광굴비로 둔갑하는 불법 현장을 40여 분간 방송했다
방송에서는 단순 중국산 조기 유통 문제가 아닌 약 2주 동안 영광지역에서 잠복하며 중국산 조기 원물 유입부터 지역 중간책, 제조과정, 폐기물 처리 등 영광지역의 중국산 조기 사용문제를 낱낱이 까발렸다.
방송은 부산이나 인천 등 현지 조기 위판장에서 수입된 중국산 조기가 영광으로 상당량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특히 중국산 냉동조기를 한밤중 영광으로 싣고와 모 양어장에 보관한 뒤 중간업자들을 통해 굴비가공업체들에게 공급되는 현장을 방송했다.
한 중간 판매자는 “영광에서 중국산 냉동조기 판매를 담당하는 업자가 4-5명 정도이다”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또한, 중국산 조기를 구매한 가공업체들이 이를 국내산 영광굴비로 만드는 비위생적 제조 현장까지 생생하게 전했으며, 판매 업주들 역시 믿을 수 있는 국내산 영광굴비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도 전파를 탔다.
한 두름에 200~250여만 원에 판매하는 영광굴비도 사실상 중국산이라는 업체 측 관계자의 충격적 발언도 나왔다
가공업체들이 원산지를 속이기 위해, 폐지 처리업자에게 중국산 냉동조기 상자를 처리하는 과정 등 영광굴비의 충격적 실태를 고발했다.
방송은 중국산 참조기는 국내산에 비해 3~4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의 이윤을 남길 수 있어 원산지를 속여 ‘짝퉁 영광굴비’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상인들은 방송내용이 일부 과장되고 왜곡됐다고 항변했지만 그 결과는 2번째 방송으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굴비의 현실적 문제점은 너무나 많다
영광굴비는 전통식품으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브랜드가치를 가진 수산물이며, 한식 세계화에 부응하는 세계일류상품화가 가능한 상품이다.
그러나 천년 전통의 굴비산업은 과거의 명성에 의존하여 형성된 브랜드 가치를 이용하고 있는 단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현대적인 생산구조와 유통구조를 갖추지 못했다.
전통적인 생산방식이 식품안전성 문제 등 영광굴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저하요인이 될 수 있어 브랜드가치를 유지시키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영광굴비 브랜드가 제주추자도와 여수, 목포 등지의 후발 브랜드에 맹추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 몰지각한 외부 상인들이 중국산 조기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을 영광굴비로 둔갑시켜 유통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영광군 굴비산업 발전에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법성포 굴비상인들 역시 “법성포에서는 절대로 중국산 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업체 스스로의 자정을 외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선별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한 중국산조기 사용을 외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칠산바다 해풍에 말린다는 영광굴비 홍보문구가 현재 생산되고 있는 냉동굴비(물굴비)와는 현실적으로 부적합하다는 데에도 공감하고 있다.
조기는 같은 바다에서 중국배가 잡으면 중국산, 우리어선이 잡으면 국내산이라며 이는 DNA검사로도 알 수 없다. 영광군이 수십억 원을 지원한 명품화사업도 큰 실효성을 나타내질 못하고 있다. 굴비 원산지 이력 등을 추적할 수 있도록 개발해 보급한 QR코드 및 품질인증서 등은 위변조에 무용지물이다. 굴비사업을 총괄하는 특품사업단의 역할도 기대 이상으로 작동하질 못하고 있다. 이를 관리 감독하는 영광군역시 중국산 냉동조기 거래실태 조차 제대로 파악하질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