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피고지는 백수해안도로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 나 혼자 걷노라면 ~ 수평선 멀리 ~ 갈매기 한두 쌍이 가물거리네. 물결마저 잔잔한 바닷가에서 ~.”

아이가 흐드러지게 핀 해당화를 보며 노래를 불렀다. 운전하는 아빠도 옆에 앉아 있던 엄마도 어느새 함께 노래를 불렀다.

저녁놀 물드는 바닷가에서 ~ 조개를 잡노라면 수평선 멀리 ~ 파란 바닷물은 꽃무늬 지네 ~ 모래마저 금 같은 바닷가에서 ~”

온 가족이 해당화 동요를 합창을 하며 백수해안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바다만큼 시원한 바람이 휙 하고 불어왔다. 엄마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해당화도 응수하며 함박 웃어 주는 것만 같았다.

엄마, 그냥 지나나기가 아까워요. 우리 또 돌아서 한 번 더 와요. 네네?” 아이도 마냥 졸랐다. “그래, 그러자꾸나.”

아빠도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고개를 끄덕였다. 백수해안도로는 영광군 백수읍에 있는 도로로 해안을 따라 나있다. 노을이 아름다운 길로 알려져 있으며 2011년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 9번째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계절 아름답지만 이처럼 오뉴월이 되면 삼십리 해당화길로 절정을 이룬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모자바위, 거북바위, 고두섬 등의 절경을 볼 수 있으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칠산도까지 보인다. 3.3

 

 

 

 

모자바위

백수읍 해안도로 바닷가에는 모자바위가 있다.

아부지가 고기 많이 잡아서 얼릉 올게.”

아부지, 가지 마. 나랑 놀아.”

엄마랑 잘 지내고 있어. 아부지가 고기 잡아서 맛난 거 많이 사 줄게.”

모자바위

그래도 싫어, 싫어. 가지 마!”

젊은 어부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뗐다. 어부의 아내도 어린 아들을 아버지에게서

억지로 떼어놓았지만 속으로는 한숨을 쉬었다.

부디, 조심하셔야 해요.”

그려, 내 조심히 다녀옴세.”

젊은 어부의 뒷모습이 이상하게도 구슬프게 느껴졌다.

어부가 고깃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 그날 밤, 갑자기 시커먼 구름떼가 몰려오더니 심

상치 않은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어쩌나, 비바람이 많이 불 셈인가. 어째.”

어부의 아내는 창밖만 내다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 바람은 점점 거세게 불더니 천둥

과 번개가 치며 거센 비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성난 파도는 무섭게 일렁였고 엄마와

아들은 너무나 걱정이 되어 뜬눈으로 밤을 셌다.

날이 밝자, 하늘은 맑게 개이고 파도는 다시 잠잠해졌다.

엄마, 아부지 괜찮겠지?”

, 그럼. 꼭 돌아오실 거야.”

엄마, 우리 아부지 마중가자.”

그래, 가 보자.”

엄마와 아들은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마을 앞산에 올랐다. 젊은 어부를 기다리며 아

내와 아들은 매일같이 산에 올랐지만 어부는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 아부지 오늘은 올까?”

, 꼭 오실 거야.”

엄마와 아들은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긴 세월 바다를

바라보며 기다리던 엄마와 아들은 결국 돌이 되고 말았다.

 

 

고두섬

백수읍 해안도로를 걷다보면 해안가에 사

람이 살지 않는 작은섬이 있다.

엄마, 저 섬이 뭐야?”

우아, 멀리서 보니 작은 점 같아.”

누나와 나는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너무

예쁜 섬을 보고 소리쳤다.

, 고두섬이라고 해, 옛날엔 고도도라고 했지.”

고두섬?”

작은 섬은 동글동글 귀엽고 예뻤다.

저 섬에 놀러가고 싶어!”

내 말에 누나도 덩달아 졸랐다.

나도! 나도!”

엄마 아빠는 우리 등살에 밀려 결국 고두섬 가까이에 있는 바닷가에 차를 세웠다.

해가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물이 빠지고 있네.”

고두섬

아빠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잔잔한 파도가 철썩철썩 하면서 물이 조금씩 바다 쪽으

로 빠지고 있었다.

물이 다 빠지고 나면, 걸어서도 갈 수 있어요.”

엄마 말에 우리는 모두 우아, 하고 박수치며 좋아했다.

정말이었다. 물이 다 빠지자 고두섬이 덩그란히 드러났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섬쪽으

로 걷기 시작했다. 마치 신나는 탐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마음이 두근거렸고 드디어

고두섬에 도착했다. 가까이에서 본 고두섬은 더욱 아름답고 신비하게 느껴졌다.

 

 

거북바위

아이고, 내 아들! 왜 돌아오지 않는당가! 하늘도, 바다도 무심하제! 흐흑

백수해안에서 아득히 보이는 낙월도의 하낙월리에 사는 늙은 노모는 바람이 몹시

부는 날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생각하며 바다를 바라보며 통곡을

했습니다. 눈물을 하염없이 흘러 그칠 줄 몰랐지요. 할머니는 아들을 잊지 못하고

매일 밤, 바다 용왕님께 빌고 또 빌었습니다.

용왕님, 제 아들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니면 제 목숨도 가져가십시오. 비나이다,

비나이다. 아들을 한번이라도 제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할머니는 지극정성을 들여 용왕께 날마다 기도를 올렸지요. 할머니의 정성어린 기

도에 용왕도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밤, 용왕이 할머니께 나타나 말

했지요.

네 정성이 갸륵하여 허락하노라. 네 아들을 밤마다 만나게 해 주되, 아무도 몰래 꼭

혼자 와야 한다. 알겠느냐?”

네네, 여부가 있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날 이후, 할머니는 바닷가에서 아들을 밤마다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아들을 매일

본다는 기쁨에, 할머니의 얼굴은 밝아지고 건강해졌습니다.

어머니!” “아이고 내 자식아!”

할머니와 아들은 밤새 서로 어루고 만져도 또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니가 밤마다 바닷가에 나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웃 부부가 있었습니다.

여보, 옆집 할머니 이상하지 않수? 밤마다 어딜 저리 가는지

그러게. 오늘 밤은 우리 한번 따라가 볼까?”

남의 일에 호기심 많은 부부는 할머니 집을 힐끗거리다가 밤이 되자 할머니 뒤를

따라나섰지요.

어머니!”

바닷가에서 밝게 어머니를 맞이하는 아들을 본 부부는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습

니다.

으악, 저 사람 죽은 거 아니었어?”

사람 살려!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

몰래 지켜보면 부부는 비명을 질렀고 할머니와 아들도 이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용왕님도 노하셨지요.

넌 약속을 지키지 않았구나. 꼭 혼자 와야 한다 했거늘!”

아니에요. 제 잘못이……정말 아니에요…….”

화가 난 용왕은 할머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로 아들을 낙월도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백수해안에 거북바위로 만들어 버렸답니다. 할머니는 가슴을 치며 통곡했지만

이제는 아무 소용이 없었지요. 그리고 할머니는 하낙월도에서 백수해안만 바라보다

가 할미여가 되었답니다.

 

 

거북바위 2

어째, 열이 당최 내려가질 않네.”

우리 아이도 그래요. 자꾸만 아프고 낫질 않네요.”

언제부터인지 자꾸만 바닷가 인근마을 아이들이 아팠습니다.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아이도 생겨났지요. 마을 어른들은 큰 걱정에 어찌할 바를 몰랐지요. 마을에서 용

하다는 의원도 소용없고 먼 이웃에 용하다는 의원까지도 모두 소용이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눈물 마를 날 없고, 걱정 마를 날도 없었지요. 아이가 아파하자,

어머니는 날마다 울며 바다를 향해 용왕님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어찌나 지극정성

인지, , 무릎이 닳을 정도로 빌고 또 빌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어머니 꿈에 용

왕이 나타났습니다.

네 정성이 하도 갸륵하여, 널 도우러 내 사신을 보내 마. 마을 어귀에 내가 보낸 사

신이 도착하면 나를 대하듯 정성스럽게 절을 하거라. 그러면 마을 아이들 병도 다

나을 것이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 꿈에서 깼습니다. 그리고 밖을 나가 기도드리는 바닷가에 가니

커다란 거북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정성스럽게 절을 하고 나서 이렇게 말

했지요.

용왕님 감사합니다. 부디 저희 아이들을 지켜 주세요.”

그 말이 끝나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커다란 거북이 마을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돌로 변해 버렸지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거북바위가 생긴 뒤로는 마을 아이들 모두 병이 씻은 듯 나았지요. 더 이상 아파하는 아이도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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