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전국 언론인 3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21일부터 3일간 ‘마을기업과 마을만들기’를 주제로 광주광역시, 전북 완주군, 진안군 등에서 마을만들기 전문가들을 강사로 한 전문연수를 진행했다. 이에 본지는 마을만들기 선진 사례 및 전문가들의 의견 등 연수결과를 통해 우리지역 마을만들기 활성화 및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마을만들기 과제와 발전방안은?
#인식과 진단= 전국적으로 마을만들기 관련한 사업들이 전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영광군의 경우도 법성, 묘량 등 행복마을사업을 비롯해 염산, 백수, 군남 등지에서 농어촌체험마을 및 권역개발사업, 염산면, 영광읍, 법성면, 백수읍 등 소재지 종합개발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개발 사업 외에도 마을기업 육성이나 마을가꾸기 및 경관정비 등 소규모 실천 사업 등 수 많은 사업 등에 행∙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지역공동체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마을만들기와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은 특별한 예산을 도입해 새로운 사업만을 만들어내 추진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금살고 있는 마을을 계속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마을로 만들어 떠나지 않고 잘 살자는 취지로, 마을에 필요한 일을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 추진해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행∙재정적 지원 효율도 높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업 등이 행정 주도적 하향식으로 부서별 비 전략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투입 예산대비 주민들의 실익은 물론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질 못하고 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 예산을 확보한 뒤 보조금 지원식의 하향식 사업 추진의 구조적 문제에 개선이 필요하단 의미다. 하지만, 주민들의 자치 역량이 이에 뒤따르질 못하고 있어 더없이 아쉬운 상황이다.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완주군이나, 진안군 등 전국 지자체 들은 10여년간의 장기적 전략아래 마을만들기 인식을 높이고 현 실태를 진단하는데 많은 노력을 해왔다.
전문가들 역시 마을만들기나 공동체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마을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나 이들의 지속적 참여를 위한 ‘관계만들기’를 어떻게 지속화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행정지원과 하드웨어 중심의 마을만들기가 주민주도방식의 소프트웨어적 측면이 보강된 형태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제대로 된 진단과 인식이 시급하다.
복지 연계한 마을만들기는 여전히 과제
여민동락공동체가 느낀 한계와 문제점은
#공동체 복원 장기대책= 마을만들기에 복지를 결합해 시험대에 오른 묘량면 여민동락공동체가 느낀 문제점은 무엇일까?
결국 문제의 중심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맺기다. 마을만들기 활동가와 마을리더, 마을주민들 사이의 올바른 관계 맺기가 모든 마을만들기 관련 사업의 핵심적 내용 중의 하나다. 각 주체들 간의 끈끈한 신뢰와 애정을 기반으로 한 마을만들기는 오래 걸려서 그렇지 한번 맺어지기만 하면 실패하기가 어렵다. 여타의 수많은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수행하는 이들은 사람과의 관계 맺기가 너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편하게 혼자 일하거나’ ‘그냥 마음 맞는 사람 소수와 일을 진행한다’고 한다. 너무 부정적일까 싶지만 식민지 경험과 전쟁이라는 혹독한 국가적 어려움 속에서 나라를 부강시키는 방법으로 채택한(?)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이데올로기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 서로를 개별화, 파편화함으로 인간에 대한 근본적 성찰, 협동과 연대, 공동체 내 민주주의 구현을 어렵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 누구나 성찰, 협동과 연대, 민주주의를 구현하자고 외치지만 늘 나약하고 부족하여 서로를 힘들게 하는 그렇고 그런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사실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오래된 숙제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민동락은 농촌에 아직 남아 있는 협동과 선의 힘, 공동체 민주주의 정신을 복원, 재생하고 인간의 본성에 있는 선의 뿌리를 찾는 교육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한다. 공동체 정신 함양과 같은 인문학 강좌부터 리더와 마을민의 역량 강화를 위한 실제적 기능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현장 교육, 살을 맞대고 배우는 소소한 생활교육까지 말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협동과 연대라는 사람 중심의 따뜻한 관계 맺기가 이루어진다면 만연된 이기심과 욕심, 의존성과 배타성을 극복하고 사람을 이유로 쉽게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사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주민참여와 자립성= 묘량면 마을만들기인 ‘품앗이 학교’를 주최하고 지원 협력하는 여민동락공동체와 지자체는 말 그대로 조력자, 협력자로 남아야 한다. 사회적 경제의 대표주자인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그 밖의 다양한 형태의 재정 지원 사업 등이 지원이 끊기는 순간 자체 생존율이 급감하거나 마을공동체가 쪼개지는 것은 운영하는 그들을 주인으로 세우고 진정한 자립을 위한 창조적 지원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한 참여 주민들의 의존성, 책임회피, 이기심과 욕심으로 인한 내부의 분란과 갈등은 더불어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는데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여민동락공동체도, 함께 하는 마을도 상시적으로 그러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늘 공부하고 대화하며 실천하고자 한다.
마을 임원진들의 자발성과 열정을 기반으로 한 마을기업, 협동조합, 리더 역량 강화 등 다양한 주제의 교육과 주민 주도의 김장김치, 농산물 판매 시범 사업 등을 실시했다. 마을복지위원회를 설립하여 월 1회 마을 발전을 위한 임원진 회의와 비정기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 약속했던 3년 안에 자립과 자치가 가능하도록 끊임없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 중심의 따뜻한 관계 맺기를 토대로 진행한다. 그렇지 않으면 설사 반짝 성공한다 싶더라도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본격적으로 자립의 물적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주민 중심의 마을경제 사업을 실시한다. 진정한 자립은 내부의 경작과 마중물로 사용될 외부의 지원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을 때 가능하기에 마을의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 자원 활용을 위한 활발한 논의와 실천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에 마을 밖으로는 주민과 주민을 이어 신명을 돋우고, 각계 시민사회단체, 사회적 기업, 자치단체를 연결하면서 여러 생각과 자원들이 어울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나아가 자립과 협동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사회적경제 연합회도 구성하여 사람 중심의 가치가 충만한 농촌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전문가가 조언하는 마을만들기는
#주민 주도가 핵심=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을만들기는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주민자치를 통해 지속되어야 하며, 주민자치는 지역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공유를 토대로 얼마나 다양한 주민조직과 구성원들의 참여가 신뢰관계를 통해 지속되고 포용되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지역공동의 문제에 대한 인식, 논의와 소통, 합의, 실천의 과정을 통해 현안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 시급성 등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일련의 과정이 생활화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마을차원에서 생활공간을 함께하는 ‘커뮤니티’ 차원의 문제해결 의지와 실천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거버넌스의 주체인 주민 혹은 주민조직이 대표성과 신뢰성을 가질 수 있도록 폐쇄성과 정치성을 지양하고, 다양한 의사를 가진 주민과 조직에 개방되어야 한다. 또한 이들의 역할 찾기를 통해 지속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마을만들기 사업도 주민이 체감할 수 있고, 성과를 누리며 애정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세분화된 내용들로 구성해야 한다.
특히 행정, 마을조직, 전문가, NGO 등의 역할 찾기와 재정립이 필요하다. 행정의 경우, 광역 차원에서는 제도적 정비, 교육, 정보수집 및 제공 등 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한 기반 및 환경조성에 비중을 둬야 한다. 기초차원에서는 사업의 실현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 상담과 사업관련 행정지원이 필요하다. 전문가와 NGO는 주민교육과 사업에 대한 자문 및 연구, 교육부문에서 역할을 찾고, 이를 정립해야 한다.
단, 민간주도의 마을만들기 핵심이지만 초기 참여와 여건조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의 경우, 행정주도의 지원과 함께 전문성을 가진 NGO 등이 견인주체로서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의 경험과 성과에 있어 지역 간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거버넌스의 유형과 수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자치와 협동의 기능= 마을만들기는 주민자치를 배우고 실천하는 학습과 경험의 장으로서 주민자치의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인 동시에 도시재생과 활성화, 불균형해소를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지속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과제는 주민들이 “나와 가족”이라는 관심과 공간의 영역을 확대하여 “마을”이라는 관심과 공간에서 “관계 맺기”를 실천해야 한다. “관계 맺기”는 사소한 관심사에서부터 정치적 관심사까지 광범위하게, 고령자와 젊은 세대가 함께하고, 소외계층과 기득권층이 함께하는 경험 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지속적 경험과 이해 속에서 “마을인재”를 육성해야 하며, 주민의 관심이 마을 현장에서 실천될 수 있는 교육과 기회제공이 상시적이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발굴되어야 한다.
마을만들기의 주체적 기획과 실천을 담보하는 지원 역시 매우 중요하다. 공모방식의 사업계획이 갖는 획일성과 단기적 시야가 지양되기 위해서는 주민의 고민과 바램으로 부터 발굴된 아이디어와 사업을 ‘마을’차원에서 만들어가야 한다. 수동적 차원의 ‘마을만들기’ 사업은 사업 수행 경험과 시간에 비례한 성과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기 때문이다.
마을만들기의 지속성과 활성화를 위해 ‘마을기업’과 협동조합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마을자원’과 ‘마을인재’가 연계되어 ‘마을’이 삶의 공간으로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