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공동체 대표살림꾼

전라남도가 복지재단설립을 추진중이다. 관련 조례도 제정했고, 발기인 총회도 가졌다. 사회복지기금 출연 등 182억원의 종잣돈을 기본재산으로 투입한다고 한다. 또한 정책개발팀 등 1314명으로 직제와 인력을 편성해서 올 9월 정식 출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광역단위 지역복지 독립재단 설립은 바람직한 일이다. 현재 지방정부나 민간영역은 국가복지전달체계 내의 하청 수행기관 정도의 협소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국가복지의 확장에 조응해 지역단위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정책과 모델 연구, 융복합적 전달체계 구축을 통한 지역단위 복지생태계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통합 조정할 독립적인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기존의 규모와 방식, 관행적인 기능과 역할을 넘어 새로운 환경에 맞는 기구(조직)와 거점(공간), 지향(철학)과 방법(운영)이 요구되어지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 경기 대전 부산은 물론이고 여러 광역단위에서 이미 설립했거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도 현재 추진중인 광주복지재단태스크 포스팀에서 협력하고 있다. 요컨대 다양한 우려와 옥상 옥논란을 감안한다 해도, 광역단위 복지재단은 그 필요성이 이미 검증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전남복지재단의 운영전략이다. 반드시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과 정도가 있다. 첫째, 조직운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고하게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복지가 정치의 볼모가 되거나 비전문가의 전횡으로 파탄나는 파국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둘째, 지자체가 인사권을 내려놓고 복지 전문 협회와 단체 등 민간의 조율에 일임해야 한다. 재단의 인사권을 아래로부터의 합의로 행사하게 될 때, 현장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여 재단 운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재단은 풀뿌리 복지현장의 기관 단체와 중복되는 직접 사업을 최소화하고, 풀뿌리 실핏줄 복지기관의 활동을 지원하고 연계할 수 있는 복지전문 중간지원조직으로써 조정 통합 기능을 최대화해야 한다. 넷째, 재단은 전남공동체의 주인인 전남도민을 존엄하게 여기고, 체계나 제도 정책에 앞서 언제나 지역주민 중심, 지역사회 마을공동체를 중심에 두는 복지철학과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 위와 같은 원칙이 확고하게 곧추 설 때 복지재단은 비로서 순항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만 재단설립의 본래적 취지에도 부합할 수 있다.

나아가 비전을 수립할 때도 전라남도의 특성과 수준에 맞는 차별적 정체성을 살려나가야 한다. 기존의 광역단위 복지재단의 판박이로 전락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전남은 이제 시작이다. 늦은 만큼 한 발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른바 마을공동체 지향형 마을복지재단은 어떤가. 광주복지재단 설립과 관련해서도 필자가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는 바다. 본래의 복지재단 기능을 기본으로 하면서 전체 복지의 틀을 마을 중심형으로 만들어가는 특화된 영역을 개척하고 연구하여 현장을 지원하는 형태다. 단지 마을 중심 복지를 하나의 기술로써 이해하거나 적용하는 게 아니라, 향후 지역복지의 전략적 대안으로 승화시켜 전라남도에 걸맞게 전체 복지 기관 단체 시설의 기능과 역할을 확장 진화시키는 창조적 접근이다. 마을공동체 중심 복지모델은 '자립에 따른 해결을 강조하며 물질적 지원 못지않게 공동체적 인간관계 회복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중시'한다. 재정이든 기금이든 국가의 보조에만 전적으로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동체가 자체 힘으로 복지를 해결할 힘을 키워간다는 전제 위에서 국가의 지원이 결합되는 구조이다. 모든 복지자원이 국가복지 전용체계 내에서 해결되거나, 복지를 그 체계 내에 가두는 일은 위험한 까닭이다. 공동체 내의 복지 자연력을 살리고, 그 힘에 기초해 자연스럽게 복지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마을복지의 허브, 그 일을 전남복지재단이 은근한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해보자. 이것이 전남형 지역복지의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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