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모든 이 막장이다. 가장 문화적이어야 할 문화판 마저 비문화적이다. 정치판이 리드하고 있다. 인간성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풍조 때문이다. 지역 갈등을 부추긴 대표적 구시대 인사가 권력의 2인자가 된 나라에도 희망은 있는가. 절로 미소가 우러나는 을 보고 싶다

못난이 주의보란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정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못난이의 희생으로 가족애를 키워가는 드라마다. 다른 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르다. 등장 인물 가운데 특별한 악역이 없다. 모든 등장 인물들이 그야말로 인간적이다. 속이고 욕심내며 고래고래 소리 질러대는 막장드라마와 달리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 드라마다.

드라마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세상사의 축소판이다. 최근 드라마는 막장이 대세다. 사랑보다 증오, 화해와 소통 보다 미움과 갈등이 팽배해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도다. 속이고 욕심 내며 고래고래 소리 질러대는 모습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승자 독식이 보편화 됐다. ·인물·학벌이 인격을 결정하는 요소다. 정직 한가, 정의로운가, 믿을 수 있는가는 따지지 않는다.

인간성 보다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조가 세상을 막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무시 당하고 짓밟히고 만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움켜쥐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돈을 쥐기 위해 불법을 불사한다. 권력을 쥐기 위해 줄서기와 아부를 마다하지 않는다. 호감을 사기 위해 성형수술 하는 것 쯤은 전혀 거리끼지 않는다. 몸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첫걸음이라는 말은 구시대의 유산이 돼버렸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예찬하는 것은 무능력의 변명이 돼버렸다.

나라 안의 모든 , 심지어 가장 문화적이어야 할 문화까지도 막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막장화의 리더는 단연 정치이다. 3류라는 비판을 수없이 들으면서도 도무지 달라지지 않는다. “국민 행복 시대를 열기 위해 대화합을 내세우며 등장한 정권하()에서 국민은 을()이 되어 정치의 쌈박질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신세가 돼버렸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거나 민심이 천심”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은 선거때나 써먹는 정치인들의 도구로 전락했다.

경제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세계 10위를 목표로 하는 나라의 국민들 답지 않게 팍팍한 삶이다. 물론 극소수의 부자들은 돈을 효율적(?)으로 투자할 곳을 못찾아 안달이다. 비자금을 빼돌리지 않는 대기업 경영자는 없다는 확신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탈세나 감세를 위한 로비, 이를 이용한 관계자들의 치부도 일반화 됐다는 인식도 마찬가지다. 오죽했으면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그렇게 컸을까. 지금은 그마저 시들고 있지만.

문화도 권력에 맛들려 오염된 냄새를 풍긴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다. 전시회, 각종 대회 등의 입상 관련 비리 뉴스도 눈이 짓무르고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갤러리 마저 돈세탁과 뇌물의 터미널로 인식될 정도다. 가장 문화적이어야 할 문화마저 비문화적이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이 돼버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화 예술인들의 비문화적 사고와 행동이 낳은 비극이다.

모든 들의 현주소가 이러하니 행세깨나 하는 나라들 가운데 청렴도는 낮고 부패지수는 높은 나라라는 불명예를 안는 것은 당연하다. 돈과 권력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풍조가 나라 안 곳곳에서 악취를 풍기는 한 국민 행복 시대는 열리지 않는다. 지역간, 계층간의 갈등 해소도 머나먼 길이다. ‘대화합은 커녕 골만 더욱 깊어질 뿐이다. 역사와 함께 발전한 것은 입고 먹고 자는 것 밖에 없는가.

우리가 남이가?”로 지역 갈등을 부추긴 인사가 사실상 권력의 2인자가 된 나라, 외교관 출신에게 정치적 갈등 해소가 주업무에 외교관 출신이 기용되는 나라에도 희망은 있는가? 박 대통령의 국민 행복 시대약속은 아직 유효한가. ‘못난이 주의보처럼 미소가 절로 나는 을 보고 싶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