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일본의 우경화가 우리와 주변국들의 상처를 할퀴고 있다. 잦은 영토분쟁, 침략전쟁의 부인, 평화헌법 페기, 야스쿠니 신사 참배 확산 등에 국제사회의 관심을 사고 있다. 남북과 일본의 군비 증강 경쟁 가능성도 있다. 대화합 정치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일제 강점 36. 반만년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세월이다. 결코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되는 치욕의 역사다. 아무리 심한 상처도 시간이 흐르면 아무는 법. 통증도 사라지고 악몽 같은 시간도 서서히 잊혀지는 것이 자연그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우리는 68년이 지난 오늘까지 치욕의 역사가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아픔도 어제 입은 상처인 양 잊혀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자연스럽지 않다.

침탈의 달콤한 맛을 잊지 못한 일본이 반성은 커녕 68년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해 안달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서다. 일본은 68년전 국제사회에서 전범국으로 낙인 찍혔다. 독립국으로서는 굴욕적이랄 수 있는 평화헌법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다. 공격용 군비를 갖추지 않는다는 헌법이다. 군국주의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일대에서 침략 전쟁을 일으킨데 이어 미국 등 연합국을 상대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대가다.

패전국으로서 굴욕의 세월을 보낸 것도 잠간. 5년만에 터진 한국 전쟁은 일본에게 행운이었다. 한국전쟁은 일본에게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 대국을 이룬 발전의 초석이었다. 일본에게 한국은 또다시 영양 공급의 원천 역할을 한 셈이다. 전쟁으로 망한 나라가 전쟁으로 더 큰 부흥을 이룬 역사의 아이러니다. 일제 강점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전쟁을 치루느라 도탄에 빠진 우리에게는 비극이요 분통 터지는 역사다.

일본은 독일과 달리 전범국이었던 역사를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 하기를 외면 했다. 침략 전쟁이 아니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소녀들을 강제로 동원, 위안부로 만들었던 만행조차 부인한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 한다.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서슴지 않는다. 세균전을 획책한 731 부대를 그리워 한다. 공격용 군비를 갖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같이 우리의 참담한 생채기를 할퀴는 짓거리들이다. 아프다. 분통이 터진다.

8·15를 맞아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관심이 모아졌다. 우리는 물론 중국 등 주변국들과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참배객이 많아지고 관료와 정치인들이 보라는 듯 참배 행열을 이루는 것은 일보의 우경화, 군국주의로의 회귀로 해석되고 있다. 침략전쟁의 전과자일본의 우경화, 나아가 과거의 군국주의를 동경하는 움직임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은 또다시 세계 평화를 깨트리는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중동과 한반도가 꼽힌지 오래다. 하지만 전쟁과 침략의 추억에 젖어 그 시절로의 회귀를 꿈꾸는 일본도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나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공격용 군비를 갖추고자 하는 움직임, 주변국들과의 노골적인 영토 분쟁, 야스쿠니 신사 참배 확산 등을 전쟁 획책 조짐으로 읽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일본 우경화와 군비 증강은 우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북측의 도발 대비만도 만만치 않은 판에 일본의 움직임에도 소홀할 수 없다. 국방비 증액은 필연이다. 나라와 국민의 살림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칫 이런 저런 이유로 남·북과 일본이 군비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동해를 사이에 둔 남·북과 일본 모두에게 불행한 시나리오다.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은 남북 당사자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해도 동해는 일본의 의지에따라 평온한 바다가 될 수 있다.

대외적 여건이 어려워진 만큼 박근혜 정부 5년은 위기의 세월이다. 국내 정치로 힘을 뺀다면 50여년간 이룬 역사의 발전이 멈추거나 후퇴할 수 있다. 대통령과 여야가 대화합 정치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일본에는 군국주의에 대한 동경이 자멸의 길임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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