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악의진수 우도농악
“자, 신명나게 놀아 볼까나?”
“얼쑤!”
광대들이 가락에 맞춰 굿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빈자리가 없을 만큼 광대들을 빽빽이 뺑 둘러쌌다. 광대들의 손짓, 몸짓,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구경꾼들은 울고 웃었다.
“이야! 우하하하.”
“다시 한판 더 벌여 봅세!”
“맞소!”
“한판 더!”
사람들은 광대들의 재미난 놀이판에 어느 새 푹 빠졌다.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광대들을 졸라댔다.
법성포 서호농악은 예능 적인 면에서 다양하고 화려함을 갖추고 있다. 설장구, 부포놀이, 꼬깔소고 등 개인놀이가 잘 발달하였고, 가락은 약간 느리지만 사람들의 흥은 밤이 되어도 끝날 생각을 안한다.
들노래
에~에~에~루~뒤어~~아나 농부들 말들어 어화 농부들 말들어 한일자로 늘어서서
상사소리를 들어보소 한포기 두포기 모를 심고 오는 날로는 여기서 놀고 내일 날로
는 어데로 갈거나~~~
에~헤~에로사~뒤어~ 에~헤~에로사~뒤어~ 어울러지네 어울러지네 에~헤~에
로사~뒤어~ 구쟁이는 복판을 울리소 에~헤~에로사~뒤~어~
온 마을에 신명나는 들노래가 울려 퍼졌다. 모내기를 시작할 때면 어김없이 들판마다 흥겨운 가락이 들려온다. 앞 들판에서 이런 노래가 들러오더니 뒷들판에서는
늙고 병들면 못노나니 에~헤에로 사~뒤~어~ 인생일장 춘몽인데 에~헤에로 사~
뒤~어~ 아니 놀고서 무엇을 할거나 에~헤에로 사~뒤~어~ 거드렁거리고 놀아를 보세
에~헤에로 사~뒤~어~ 일락서산에 해 떨어지고 에~헤에로 사~뒤~어~ 월출 동녕에 달
솟아오세 에~헤에로 사~뒤~어~ 잘도나 하시네 잘도나 하시네 에~헤에로 사~뒤~어~
만학 춘성 만화 방장 에~헤에로 사~뒤~어~ 때는 좋다 벗님네야 에~헤에로 사~뒤~어
~ 저 산천 구경가세
하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농부들은 신명나게 일을 했습니다. 고된 농삿일도 노래로 한시름 쉬어갔다.
이처럼 서남면 들노래는 영광군 서남부의 곡창지대에서 이 넓은 들판을 배경으로 마을공동체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소리를 통해 기풍祈豊을 구현한 것이다. 서남면은 불갑산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불갑천과 삼각산, 군유산 등에서 발원한 풍부한 수원을 이용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두레가 필요하였다. 따라서 두레를 통해 들노래가 발전하게 되었다. 이 지역 토박이들에 의하면 마을마다 두레가 섰으며, 들노래는 천신과 지신, 삼각산 산신의 신명을 움직일 만큼 신나고 흥겨웠다고 한다.
벌막놀이
갯벌에서 화렴火鹽을 제작했던 것을 민속놀이화 한 것이다. 1981년 남도문화제에 출연한 바 있다. 과거 화렴을 제작하던 시기에는 벌밭에 몇 개의 벌막을 지어놓고 이른 봄에서 늦가을까지 소금을 생산했다. 매월 음력 초여드레와 스무사흘날 간조가 되면 간수를 모아 가마솥에 끓여서 화렴을 생산한다.
염주는 벌밭이 많은 곳에 10평 규모의 초가로 벌막을 짓고 직경 6m 크기의 옹기솥을 걸어놓는다. 염주가 새로 벌막을 짓게 되면 풍염을 기원하기 위해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벌밭에는 바닷물 중 염도가 높은 바닷물을 모으기 위해서 군데군데에 직경 30m, 깊이 3m 가량의 섯등(바닷물을 모아두는 구덩이)을 파서 그곳에 염도 높은 바닷물을 모은다. 섯등 옆에는 간수통을 설치하고, 염도가 높은 간수를 벌막 가마솥에 넣고 끓이는데, 이때 간수의 염도는 송진을 넣어서 측정한다. 송진이 간수에 뜨면 염도가 충분하며, 송진이 간수에 가라앉으면 염도가 부족하여 다음 간조 때 염도 놓은 가수를 다시 모아서 화렴을 만든다. 섯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가 벌밭을 쟁기질 하는데, 이 작업은 매우 힘들다.
염부들이 벌막을 지을 때 벌막터를 다구질 한다. 이때 힘에 겨워 노동요를 부르며 피로를 달래기도 했다.
(뒷소리)
얼널널 상사도야 들었다 놓았다 쿵쿵 찌어
(선소리)
이 벌땅을 다구질 쳐서
뉘 벌막을 지을랑고
반암 양반네 벌막을 짓네
칠산바다에 물들기 전에
염한鹽漢패 딸이 시집을 갔다네
시집살이가 이만저만
하루아침에 밥상을 올릴 때
소금을 뺀 반찬을 올렸다네
그 뒤부터는 시집살이가 풀렸다네
불갑 상사화축제
9월은 기다림의 반란
온 산 피에 젖었다
누가 누굴 탐하는 거 아니지만
그리움에 목이 매면
이겨낼 재간 없다
할 말 다 잊고
침묵으로 섰지만
사랑만큼 절절한 시간이야
반란인들 두렵것냐
시인은 ‘9월은 기다림의 반란’이라고 표현했듯이 가보면 안다. 안 가보면 상상일 뿐이다. 상상보다 훨씬 놀랄만한 꽃들의 반란을 보게 될 것이다. 들어서는 초입에서부터 산의 정상까지 끊임없이 펼쳐진 기다림의 융단길. 누구라도 한구절의 절절한 시가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인지 상사화를 소재로 한 시들이 많은가 보다.
논두렁과 밭두렁에서부터 등산로를 따라 가면 바위 밑 나무사이 그 위태로운 틈새까지 기다림을 색깔로 뿌려 놓고 몇날 며칠을 뜬눈으로 기다리는 상사화가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이라도 하듯 자태를 뽐내고 있다.
거기에 천년 고찰인 불갑사가 긴긴 역사를 담고 산을 오르고 내리고 하는 중생들에게 위한의 말씀을 들려주고 있다.
축제는 9월 셋째주 금 · 토 · 일요일에 열리지만 상사화는 그 이전부터 피기 시작하여 그 이후에도 피고 지고를 한 달 가깝게 이뤄내고 있다. 축제기간 중에 오면 상사화의 아름다움과 함께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으로 펼쳐지는 전국 어느 축제에서도 볼 수 없는 볼거리 먹거리 등이 있다.
상사화를 이용한 천연염색이라든가 상사화탁본 상사화 학술연구대회 등도 축제기간을 전후로 해서 열리는 인터넷 백일장이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상사화를 구경하고 돌아가서 조용히 떠올려보는 시상이며 젊은 날의 사랑에 대한 추억을 기다림의 미학에 연결시켜 아름다운 글로 써서 인터넷으로 보내면 심사하여 푸짐한 상금과 상품을 보내주는 행사는 전국의 곳곳에서 그 응모자수가 수백 명에 가깝다.
그냥 지나쳐버리는 축제가 아니고 집에 가서까지도 여운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 행사는 지역의 어느 신문사가 주관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축제 기간 중 미니 콘서트, 거리 프린지 공연, 우도농악 시연, 영광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천년의 빛 사랑나눔 예술단’ 이 펼치는 창무극과 전통춤들이 발길을 잡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먹거리 이야기를 뺄 수가 없는 것은 인근 마을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할매텃밭’은 그야말로 50여 년 전 우리민족들이 먹고 살아왔던 텃밭의 싱싱함들이 날마다 축제를 살려내고 있다. 감, 밤, 대추 등 잘익은 과일들이 가을을 풍성하게 빛내주고 있으며 추석전에 베풀어지는 축제일때는 차례상의 과일을 준비해가기에 딱히 알맞은 시기이다. 고구마, 호박, 가지 등의 채소나 푸성귀 등 또한 웰빙의 식탁에 기가 막힌 것들이다.
3일 동안 이어지는 축제는 금요일 오후부터 차량이 밀려들기 시작하면 토요일엔 완전 피크를 이룬다. 줄잡아 다녀간 사람들은 50만 명이라니. 오다가 교통이 막혀 그냥 돌아섰다는 사람 또한 많다.
밀려드는 차량으로 혼잡하다고는 하지만 이곳 축제장은 군데군데 대형 주차장이 있어 주차관리 또한 모범적이다. 주차비도 없으며 입장료도 없으며 주차가 편리한 편이여서 관광버스들이 선호하는 1순위 관광지이며 축제장이라고 입소문이 나있다. 숙박시설은 현지에는 없으나 축제장에서 10분 거리인 읍으로 나가면 호텔, 모텔, 펜션 등 다양한 시설 등이 산재해 있고 20분쯤 더 나가면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해변 노을길이 있어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가 있으며 주위에는 법성포구가 눈에 들며 굴비의 고장답게 입맛을 돋우게 하고 있다.
사랑하면 꽃이 될까
꽃이되면 사랑을 알까
상사화 네 잎에 서면
잊혀진 그녀 가물가물
내 앞에 서는 구나
오십여 년 그 시절
꿈처럼 떠오르다
나도 기다리다 못해
발길 그냥, 그냥
기다림이 무엇인지. 젊은이에게는 사랑의 메신저를, 황혼의 누나 오빠들에게는 첫사
랑의 추억을 물씬 솟아나게 하는 9월엔 상사화 지천으로 피는 영광불갑산 상사화축제
장에나 가볼까. 그래서 시 한 구절이라도 낚아볼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