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도그TV 방송이 눈앞에 다가왔다. ‘개님으로 분열돼 갈등을 빚지나 않을까. 개 팔자는 상 팔자가 된다는데 국민 팔자는 펴질 기미가 없다. 통치자만 있고 지도자가 없다. 양보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통치다. 대통령은 착각하고 있다

늘어져 자고 있는 개를 보면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들 한다. 개가 부러울 정도로 삶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일게다.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삶의 동반자로, 혹은 자식처럼 애지중지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이라는 새로운 단어까지 널리 쓰인다. 동물을 동물로 대하지 않고 인간처럼, 혹은 인간보다 소중한 존재로 알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다. 개가 반려동물 가운데 가장 인기다. 다음은 고양이 정도다.

빠르면 10월부터 개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TV 방송이 시작된다. 적록색맹이며 청각이 예민한 점까지 고려해 방영한단다. 애니메이션도 제작, 방송한다고 하니 개가 인간 못지않게 TV를 즐기게 된다. 개의 외로움을 달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송이 등장한다니 격세지감을 금치 못한다. 유료로 방영되는 이 채널 이름에 라는 단어는 없다. 천하고 가치 없는 것을 일컬을 때 흔히 -’라고 불러온 습관 때문인 듯하다. 소중한 반려자가 즐기는 방송에 감히 ()를 붙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세 번째로 알려진 도그TV’의 방영으로 우리나라 애완견, 아니 반려견들의 격은 세계 최고가 됐다. 자살률, 교통사고율, 이혼율, 저 출산 등에 이은 또 하나의 세계 최고인 셈이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개들은 이지만 다음 달부터는 TV를 보지 못하는 가난한 집 개와 유료 TV를 즐기는 개로 구분된다. 개들의 사회가 개님으로 갈라져 갈등을 빚지 않을까?

남북, 동서, 보수와 진보, 좌우, 빈부의 갈등이 지긋지긋한 판에 개들의 사회까지 빈부 갈등을 빚을까 심히 우려된다. 개들이 무엇을 알아 저희들끼리 갈등을 빚겠는가. 문제는 우리 집 개는 TV를 본다며 은근히 과시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또 하나의 갈등 구조가 생길 것이 우려된다. 대다수 국민은 하루하루의 삶이 고달프다. 미래가 밝아지리라는 믿음도 없다. ‘개 팔자가 상팔자인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 지수를 높이려 애쓰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도자를 자처하며 내로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그런데 국민들이 믿을 만 한 진정한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명실 공히 최고의 지도자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과 몇 달 전 대통합과 국민행복시대를 약속했다. 분열과 갈등이 지긋지긋한 국민들에게 대통합은 꿈에 불과한가. 남북, 동서, 보수와 진보, 좌우, 빈부의 분열과 갈등의 실체만 더욱 확실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박 대통령은 지도자의 길 보다는 통치자의 길을 걷고 있다. 분열을 조정하고 갈등을 추스르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의 양보도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북측에도, 호남에도, 진보와 좌파에게도, 야당에게도, 가난한 서민들에게 조차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 갈등의 상대를 무조건 억누르고 일방적으로 이기려고만 든다. 결과는 뻔하다. 분열과 갈등의 확산이다.

북측의 유화 제스처에 웃고 있다 뒤통수를 맞았다. 상대를 만만히 본 때문이다. 그로인해 이산가족의 상봉이 무산 됐다. 자주 만나 민생을 논의해야 할 파트너인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또 어떤가. ‘의 입장인 만큼 을 다독이며 상생의 길을 찾았어야 했다. 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은 얻는 것이 정치며 협상이다. ‘입장차만 확인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정치력도 협상력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가 걸은 통치자의 길을 지도자의 길로 착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개들의 복지보다 국민행복시대의 구현을 위해 가진 자들의 양보를 이끌어 내야 한다. 지도자의 길이다. 개 팔자 보다 국민의 팔자를 상팔자로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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