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만의 국회복귀

민주당이 23일 전격적으로 국회복귀를 선언했다.

민주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주장하던 민주당이 지난 8월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천막농성, 노숙투쟁 등 장외투쟁을 이어간 지 꼭 54일만이다.

내면의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민주당의 국회복귀 선언은 한마디로 잘한 선택이자 환영 받을 만한 일이다.

그동안 민주당에서는 김한길 대표를 비롯하여 자당 출신 국회의원 및 당직자들이 서울시청 광장에 천막을 치고 노숙투쟁까지 벌여왔었다.

하지만 이날 전격적으로 국회복귀를 선언한 이면에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이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국민들 사이에선 오죽했으면 장외로 뛰쳐나갔겠느냐는 동정론과 함께 국회본연의 임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여,야가 똑같이 잘못하고 있다는 양비론에 무게가 실리면서 여야 모두에게 부담을 주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날치기 횡포와 국회 내 폭력을 지양하고 모든 국정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합의로 선진화된 국회를 이끌어가겠다며 스스로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 놓고도 장외로 판을 옮겨가는 민주당이나 민생을 볼모로 야당의 굴종만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모두에게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이미 결산국회가 끝나고 국회의 꽃이라는 국정감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어야 할 시점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던가.- ‘24시간 국회를 비상 운영하겠다.’고 천명한 민주당 의원들의 분발에 기대를 모아본다.

DJ정신은 의회주의

영수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김한길 대표의 기대와는 달리 청와대, 새누리당과의 3자회담마저 별 성과없이 끝난 후 마땅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해 고심하던 민주당이 장기간의 노숙투쟁을 접고 국회복귀를 결정하면서 내세운 명분이 의회주의자인 DJ정신이었다고 한다.

독재와 권위주의에 맞서 숱한 장외투쟁을 벌여 오면서도 국회가 열릴 땐 결코 국회를 포기하지 않았던 DJ정신이 노숙 투쟁에 지쳐가는 야당 의원들을 국회로 복귀시켜다는 것이다.

특히 장외투쟁의 강도를 높이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일부 강경파 의원들도 수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고 보면 아직도 살아있는 DJ정신이 국회파행을 막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김한길 대표는 지난 9일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렸던 학술회의 축사를 통해 어떤 경우에도 국회의원은 국회를 내쳐선 안 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말씀을 고수하고 있다.”며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국회 전면 보이콧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고 전해진다.

민주당 지도부가 DJ정신을 명분으로 내세운 건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국회로 복귀한다는 비판론을 차단하는 동시에 향후의 원내 투쟁을 독려하기 위한 이중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원내복귀 선언으로 9월 정기국회가 정상적인 가동에 들어가긴 했지만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되면서 정국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이 정기국회 본회의의 긴급현안질의를 통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과 채동욱 검찰총장 사의 표명 등을 따지는 등 대정부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벼르고 있어 여야 대치 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국정감사의 파행은 물론 나라 살림의 기초가 될 세법개정안과 예산·결산 심의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어 파행정국은 자리를 옮겼을 뿐 계속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하겠다.

검찰총장사태 DJ정신으로

요즘, 국내 최대 일간지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보도 사건으로 전국이 시끄럽다.

인사청문회에서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던 야당의 극찬 속에 화려하게 등극했던 검찰총장이 혼외자 보도라는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 좌초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종편방송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연일 법무부 감찰이나 유전자 검사 등을 요구하며 채총장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가는 반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신문이나 일부 사회단체에서는 청와대나 국정원의 개입을 의심하는 등 진보, 보수세력간 국론분열로 치닫고 있다.

우리는 채총장의 혼외자 보도에 따른 고위 공무원의 도덕성 문제나 알권리를 강조하는 신문사에 대한 판단은 일단 접어 두기로 하자.

하지만 채총장의 출신지를 거론하며 지역감정을 부추기려는 일부 보수세력의 기도는 단호히 배척하면서 이 난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도 DJ의 화해정신을 적용해 보자고 제안을 하고 싶다.

DJ는 생전에 화합을 중시했다.

그는 수많은 박해를 받았으면서도 오히려 그들의 손을 만져주는 아량과 포용정신으로 동서화합은 물론 남북간의 화합을 이끌어 냄으로써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상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DJ정신으로 국회등원이 결정되었던 것처럼 여,야 쌍방이 외길로 치닫는 검찰, 국정원문제도 DJ의 화해정신이 큰 몫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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