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고지에 머물러 소중한 것을 지키겠다”

20032회 영광예술제에서 수필 부문에서 장원을 차지했던 한 중학생이 2010년 개간 신인 시각 문예지에 시인으로 등단하며 꿈을 펼쳐 가는 청년시인을 만나보자.

 

 

20032회 영광예술제수필부문 장원 두각

2010년 문예 시각으로 등단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4년 휴학중

영광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복무 중인 한 군인이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불갑군남면대에서 복무중인 김별(26사진) 상등병.

김별 상병은 영광읍에서 출생하여 영광중과 해룡고를 거쳐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문예창작학과 4년에 휴학 중이다. 특히 김 상병은 영광중학교 3년 때 영광신문사가 주최한 2회 영광예술제에서 수필부문에서 장원을 차지하고, 해룡고 2년 시절인 2005년에는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주최한 문장 청소년 문학상부문 장원을 차지하며 시인으로써 일찍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 이후 2010년 개간 신인 시각 문예지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최근 모처에서 만난 김별 상병은 이제는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남들보다는 조금 더 긴 시간동안 입대를 미뤄왔다. 미룰만한 명분이 더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문득 깨닫던 그때, 사실 그때 나는 개울에서 고둥 잡는 어린아이들을 가만히 구경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지나간 일들을 돌이켜 생각하며 말했다.

이어 나는 지금 상근예비역이다면서 예비군들의 훈련일정을 관리하고 홍보하는 일이 내 주된 임무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하는 일이 고되어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편하고 쉽게 비쳐질 것이다. 그래서 가끔 나는 지금 내 군생활의 모습이 꼭 고둥 잡던 아이들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어느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것은, 어떤 힘도 들이지 않고 그저 내버려져 있는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내 신변에서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사실은 내가 군인이라는 점이다면서 내가 군인이라는 말은 곧 내가 무엇들을 지키고 있다는 말과도 동의이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편하게 힘을 빼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리에 버티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군인이 지켜야 할 자리는 어디에든 있고, 그 자리에 머무르는 일은 머무르지 못하게 하는 모든 불의들에 승리하는 일이기 때문에. 고둥 잡으며 노는 아이 같던 내 삶도, 그 물 밑에서는 물살의 밀침에 계속 버티고 있었듯 한다고 말한다.

나는 여전히 군인이다그리고 군대에 오기 전부터 내 직업은 부끄럽게도 시인이었다. 나는 군인이 지킬 자리를 지키면서 또 시인으로 사는 일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여전히 두 고지에 머무르고 있다. 사는 일이 꼭 소중한 것을 지키는 고지전 같다는 생각을, 나는 망설이던 군대에 와서야 처음 배웠다고 말했다.

김 상병의 말처럼 군인이 지킬 자리를 지키면서 또 시인으로 사는 일도 지키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갱생의 부엌데기, 오펜스(offense)

그것은 솥에 핀 해바라기

칼에게 물린 여자의 이빨 이야기가 재밌었다

내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는 죽여도 죽여도 곧 죽어버리는 어떤 거대한 가마솥

그러나 예민한 귀만큼은 잘 닦은 금불상처럼 번쩍번쩍거린다

보다 예민한 귀 더 잘 쓰는 귀

내 경우에는 아마도 왼쪽 귀가 해당될 것이다

 

 

 

우리가 죽인 것은 여자가 아니고 여자의 움직거리는 움직임이다

부엌데기 여자가 죽여 버린 것은

사모님이 아니라 사모님의 귀티 나는 몸매였듯이

사모님의 몸매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부엌의 공기에 살해당했다

살해당한 움직임들은 언제나 부엌 안에만 있으며……

자르라고 했을 때 자른 것이 겨우 내장이라서

여자는 작은 아이처럼 놀림 받았다

 

 

 

집에서 기르는 물소를 잡는 날입니다

물소는 싸움을 잘하는 바로 그 물소입니다

아름다운 처녀인 나는 싸움을 잘하는 바로 그 처녀입니다

나 일생의 의붓딸로 태어나 물소에게 인도적인 사랑을 다 쏟았습니다

맨 정신으로 집에서 기르던 물소를 잡는 바로 그 오늘입니다

온갖 전투력을 살림화하는 나는 참 부엌데기

 

 

 

우리가 죽인 것은 죽음이 아니고 죽음의 움직거리는 움직임이다

여자는 머리맡으로 피를 보내는 법을 배우는 여자

여자는 머리카락에 피 묻히는 가르침을 두르는 무서운 여자

일생을 끝장내고 사랑만을 배불리는 그런 여자

괴벽(怪癖) 때문에 일평생 한쪽 엎구리를 절름절름거리는

식모가 푸줏간 물소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봅니다

잘 들리던 귀 한 쪽도 끝장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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