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을 선물 받았다. 국정감사장의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 그들에게 국가와 국민은 권력과 벼슬에 필요할 뿐인가. ‘우리가 남이가를 붙들고 있는 한 영혼 있는 정치인, 벼슬짜리들은 기대할 수 없다. 내가 받은 선물을 그들에게 전달한다

학형 문 한식 변호사로부터 시()선물을 받았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로 시작,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후회 없는 삶을 위하여…….’로 끝나는 21행의 짧지 않은 시다. 스스로에게 사람들을 사랑 했는지,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지,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후회 없이 살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렇게 살기를 다짐 한다.

이 시는 제목처럼 가을이 오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언제 읽어도 마음에 와 닿는 좋은 시다. 삶의 지침서 같기도 하고 종교의 경전 같기도 하다. 아쉬운 것은 작자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윤동주님의 시다 아니다의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윤동주님은 마지막 2년간 옥고를 치르다 후꾸오까 감옥에서 순국 하셨으니 24세 이전 작품인 셈이다. 내용과 나이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사용된 언어도 윤동주님의 시어와 다르다는 등의 이유는 작자미상이 옳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시의 작자가 누구이건 선물 받은 시를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러웠다. 한편으로는 TV 속에서 뭐라고 떠드는 국정감사장의 사람들에게 이 시를 전달,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추궁하는 국회의원이나 답변에 나선 벼슬아치들 모두에게다. 그들은 국정을 집행하고 감시하는 사람들이다. 시쳇말로 나라를 말아먹는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묻는다. 나라를, 국민을 사랑했느냐고.

그들은 과연 맡겨진 일을 열심히 했을까. 최선을 다했을까.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은 하지 않았을까. 어떤 열매를 얼마나 맺었을까. 질문에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웠는가. 후회 없는 삶을 위하여 노력 했을까.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내 마음의 답은 부정적이다. 국민을 편하게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 그들이 한 약속을 송두리째 까먹었다. 아니 국민은 그들의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권력을 탐닉하느라 바빴다. 정쟁하느라 세월 가는 줄 몰랐다. 국민에게 충성해야 할 그들은 오직 제 자리, 제 밥 챙기기만 열심히 했다. 상대 진영 사람들에게, 국민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만을 일삼았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하여 좋은 말과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우겠다는 생각은 단 한순간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답변에 나선 벼슬짜리들도 국회의원들과 다르지 않다. 나라보다, 국민보다 개인의 입신출세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들의 답변 양태는 한결 같다. ‘국정 철학으로 포장된 지침에 따르는 결과다. 답변에 영혼은커녕 성의도 없다. 그들은 분명 개인적 실력이나 능력은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실력이나 능력보다 국정철학의 공유를 강요받고 있는 입장이니 창조적 업무 수행은 기대할 수 없다. 실력 있는 인재들에게 국정을 맡긴 것이 아니라 일정한 틀에 넣어 찍어낸 벼슬아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권력이나 소속 정당 보다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 개인과 소속 집단의 이익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앞세우는 관료들은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볼 수 있을까.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단결을 호소하는 것은 과연 국가와 국민에게 이로운가. 그런 인물을 국정의 중심에 두어서 후회는 없을까. 정치인에게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라는 요구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는 순진한 국민들의 헛된 꿈인가.

문 변호사, 시와 함께 보내준 헬렌 피셔의 노래 기도를 저들에게 보내세. 혹시 아는가. 신의 은총으로 이 나라가 바뀔지. “우리의 눈이 되어 주시고……무지할 때 지혜를 주시옵소서……길을 잃고 헤맬 때 은총으로 이끌어 주소서……당신께 기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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