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갑오년으로 청말의 해이다. 갑오는 육십간지 중 31번째 간지로 갑의 방위는 동쪽을, 동은 태양이 솟아오르는 곳으로 색으로는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는 청색이다. 띠를 나타내는 십이지 중 오()는 말이니 갑오년을 '청말의 해'라 한다.

말은 십이지 동물 가운데 조류인 닭과 상상의 동물인 용과 함께 하늘을 날 수 있는 신성한 서수(瑞獸)로 그려졌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신라 고분인 천마총 벽화이다. 벽화의 주인공은 날개 달린 천마(天馬). 천마는 지상에서 이룰 수 없는 희구(希求)를 담고 있다. 천마는 하늘의 옥황상제가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상의 말에 날개를 달아 천상을 날게 한 상상은 우리 민족의 말에 대한 신앙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문화에서 말은 신성한 동물, 하늘의 사신, 중요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영물이다. 박혁거세는 말이 전해준 알에서 탄생했고, 부여 금와왕은 말이 눈물을 흘린 뒤 발견됐다. 고구려 주몽도 승천할 때 기린말을 탔다.

말은 날쌔고 용감해 전쟁에서는 훌륭한 병기로 이용되었다. 평시에는 농사일을 돕는 동물로 사람과는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또 성질이 진취적이고 의기양양한 모습을 하고 있어 매우 신성한 동물로도 여겼다.

말은 십이지 동물 가운데 용호과 함께 튼튼한 육체와 활기 넘치는 정력의 화신으로서 희망과 밝은 미래를 약속해주는 존재로도 자리잡았다. 속담에 '말 가는데 소도 간다'는 말이 있듯이, 말은 우두머리요, 지도자요, 선구자를 상징한다.

말은 또한 신의(信義)의 상징이다. 즉 나라 사이의 공물에서 빠진 적이 없는데, 두 나라 사이의 신의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단군왕검의 아들이 중국의 우왕에게 홍수를 다스리는 법을 전수할 때에도 그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맹세로 우왕이 백마 피로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고전 홍길동에도 도적들이 홍길동을 우두머리로 받드는 과정에서 백마 피를 올려 충성을 맹세하는 대목이 나온다.

갑오년 청말띠라 해서 여자 아기 낳기를 꺼린다고 해 유아용품 업계와 산부인과는 비상이다. 여성이 말띠면 팔자가 세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일제시대때 들어온 미신일 뿐이다.

말은 양()을 상징하는 동물로 일찌기 알려져 왔다.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양기가 가장 충만했을 때를 정오라고 한다. 왕성한 에너지와 정열적인 활동 역시 말의 몫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적 가부장 사회에서는 일찌기 말을 남성적 동물로 여겨 왔다.

이처럼 박력과 생동감을 상징하는 말은 쭉 뻗은 체형으로 살아있는 생명력, 빠른 순발력, 힘찬 말굽과 거침없는 숨소리를 갖고 있어서 매사 강력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말에 대한 한국인의 관념은 강인한 생동감의 상징으로 남녀를 가릴 것 없이 활력과 건강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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