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중독은 개인과 가정은 물론, 사회와 나라까지 파탄에 이르게 한다. 지난 1년간 권력을 앞세운 일방통행으로 국민은 불안하고 고통스러웠다. 대화와 협상이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일방통행의 고집은 권력중독 현상이다. 치유가 급하다

어느 해보다 어수선 하고 불안했던 한해가 갔다. 새해에는 제발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 안정되고 편안하길 빈다. 하긴 나무가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가만 내버려두지 않으니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다. 바람이 불지 않게 하거나 피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바람을 불러일으키거나 바람을 쫓아가서 맞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한 해 동안 어지러이 맞은바람은 어떤 바람이었나.

북한과 일본 등 주변국에서 불어온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북한의 핵 위협, 중국의 패권국화, 일본의 우경화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긴장시키기에 충분 했다. 하지만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보다 훨씬 센 바람이 안에서 일었다. 민초들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약속한 국민행복시대가 열릴 것을 기대 했다. 대탕평과 복지, 국민화해로 대변되는 국민행복시대는 새해 벽두부터 국정원이 일으킨 거센 바람에 휘말려 날아갔다.

국정원이 일으킨 바람이 당초부터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금세 잠재울 수도 있었다. 국민행복을 책임져야 할 정부 여당이 일파만파로 키웠다. 야당이 거리 투쟁에 나서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날 정도로 거세졌다. 안팎에서 부는 바람 때문에 국민들은 어느 해보다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한해를 보내야 했다. 국민행복시대는 커녕 국민고통시대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국정의 안정적 운영으로 국민행복시대를 앞장서 열어가야 할 집권세력은 국정원 바람을 NLL 바람을 일으켜 잠재우려 했다. 권력을 앞세워 일방통행의 강행을 시도한 것이다. 두 바람은 마주쳐 거센 회오리로 변했다. 그리고 1년 내내 국민을 불안하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고집불통 집권 세력과 무능한 야당은 정치 실종을 낳고 정치 실종은 국정 불안으로 이어졌다. 국민행복시대를 기대한 국민에게 지난해는 거꾸로 국민고통의 시대였다.

여론조사 결과가 어쩌니 하고 포장해도 박근혜 정부의 집권 첫해는 실패다. 이제 지난해 일었던 거센 바람을 잠재우고 국민이 불안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한다. 먼저 권력을 앞세워 일방통행하려는 병부터 고쳐야 한다. 국정 운영의 주체로서 네 탓만 하는 습관을 버리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어떤 고통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심각한 정치와 경제, 외교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중독은 개인과 가정은 물론, 사회와 나라까지 파탄에 이르게 한다. ·담배·마약·도박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중독이 아니다. 커피·설탕·인스턴트식품·게임·인터넷·스마트 폰, 심지어 일과 운동도 중독된다. 우리는 지난 60년간 빨리빨리를 외치며 숨차게 달려왔다. 이제 밥 먹고 살만하게 됐다. 그간에 많은 스트레스가 쌓였다. 어떤 물건이나 행위에서 쾌감을 얻는 중독에 빠지기 쉬운 상태다. 실제로 대다수 국민이 이것들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의 중독에 빠져 있다고 보고 치유에 나서야 할 때다.

가장 시급한 것은 권력 중독이다. 권력 중독은 독재로 이어진다. 독재가 무엇인가. 일방통행을 강행하는 것이다. 집권 세력은 지난 1년 동안 줄곧 일방통행을 시도 했다. 권력 중독이다. 빨리 고치지 않으면 개인과 정권, 나라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심각한 병증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주의 국가의 권력은 국민에 있다. 정부 여당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 받았다.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게 국정을 운영하는 데 권력을 사용해야 한다. 기초 교육을 받은 사람은 모두 아는 상식이며 원칙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을 수없이 강조했다. 그 정권이 권력 중독에 빠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대탕평과 국민화해, 대화와 협상이 원칙이다. 나는 담배 중독에서, 박근혜 정권은 권력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새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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