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형/ 전 함평군수

필리핀, 중국,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이 증가함에 따라 다문화가정이 증가하여 우리 전남에서만 벌써 1만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76만을 넘고 다문화가정은 1백만 가구에 이른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3D 업종에, 다문화가정의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는 다문화가정을 우리보다 후진 국민으로 폄하하고 사회참여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녀교육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경우 다른 일반 학생들에 비해 언어 학습 능력이 낮으며 이로 인한 정체성, 대인관계 형성 및 다른 학습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문화가정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지원하고 공존하느냐에 따라 큰 힘이 될 수도, 뿌리 깊은 독이 될 수도 있다. 다문화가정의 2세들이 아버지의 나라에서 훌륭한 동량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어머니의 나라에서 볼 때 그들은 우리를 멀고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 가까운 형제의 나라로 여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부터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하고 함께 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함평군수 시절, 필리핀 이주민들을 위해 의미 있는 실천을 한 바 있다. 경찰로 특채되어 안산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이주민이 있었고, 군청공무원으로 임용되어 군민을 위해 봉사하는 이주민도 있었다. 십여 명의 고학력자들은 영어교사로 함평의 자녀들에게 실용영어를 가르쳤다. 축제 때에는 입장료 대신 옷을 수거하여 필리핀에 옷보내기 행사를 매년 시행하였다.

다문화가정도 이제 어엿한 한민족공동체이다. 이들을 사회의 낙오자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인적 인프라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다문화가정 2세들을 미식축구의 영웅 하인즈 워드 같은 보석으로 못 키울 이유는 없다. 우리 주변에 있는 다문화가족들과 따뜻한 애정을 나눌 때, 2, 3의 하인즈 워드가 한국 사회에서 반드시 배출될 것이고, 우리 사회는 능력 있는 인프라를 자랑하는 공동체가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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