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사회복지학 박사

우리 사회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변호인이라는 한편의 영화를 개봉한 날 관람하고 작은 울림을 안고 고민하면서 이글을 써 나간다. 우리 사회는 극도로 이념의 갈등 구조에 내몰려 있는 게 사실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등장하기까지는 동서라는 지역 갈등 구조였다면, 노무현 대통령 이후 좌우 이념갈등이 우리사회의 저변을 흔들고 있어서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틀렸다가 아니고 다르다이다. 이것은 주의가 아니고 성향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음 한다. 차이를 만드는 차이는 광고라고 정의하고, 영화 변호인이야기를 통해서 국가, 국민이라는 단어에 집중하면서 지난 2002년 칼럼 하나를 말하려고 한다.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으로 진행되는 영화 변호인이 개봉이후 최단기간에 천만돌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 변호인은 관객에게 말한다. 이건 고작 30년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고……. 국가란 곧 국민이라고……, 우리는 잊고 살았습니다. 너무 오랜 기간 동안 국왕을 하늘처럼 모셨고, 조선이 무너지며 일본 제국주의에 몸을 움츠렸고, 그 이후엔 군사독재에 익숙해져 있었던 우리는 국민이 곧 국가라는 자유 민주주의의 당연한 사실을 잊고 살았던 것입니다. , 성공보다 더 소중한 것은 바로 우리 국민들이 자신의 가치, 권리 그리고 그로 인한 의무를 깨닫는 것입니다. 바로 살아있는 계란이 죽어있는 바위를 이길 수 있는 날을 꿈꾸는 것입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겨냥해 썼던 홍사종의 칼럼은 <대통령은 냉장고가 아니다>라는 겁니다. 홍사종의 논지는 이런 겁니다. 요즘 냉장고에 대한 광고를 보면 더 이상 성에가 끼지 않는다거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냉장고라는 기능을 알리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냉장고는 사랑입니다라거나 여자라서 행복하다고 합니다. 옷 광고도 마찬가지인데 냉장고식의 행복예감 광고로 유권자의 감성만 자극해서 되겠냐고 꾸짖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 칼럼을 읽고 이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아니다. 대통령은 냉장고가 맞다. 생각해봅시다. 냉장고나 의류 광고에서 기능에 대한 내용이 빠진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능이 조금도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까? 아닙니다. 요즘 냉장고가 성에가 끼고 전기 효율이 낮습니까? 어떤 옷의 바느질이 문제가 됩니까? 이미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대통령 후보 노무현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 알지 않습니까? 대통령 후보 경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은 노무현이 어떤 정치인 이였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쳤으니까요.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기 전까지 노무현의 삶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철학이 무엇인지,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떻게 국가를 운영 할 것인지도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상대방 후보와의 비교 평가도 끝나 있던 상태입니다. 냉장고라면 이미 성능검증은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냉장고가 맞다고 한 것입니다.

노무현은 당시 일 년 내내 온 국민이 보는 가운데서 대통령 자질을 검증 받았습니다. 홍사종은 그걸 잊었던 것일까? 광고가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예술임을 몰랐던 것일까? 실제로 2002년 대선은 창의적인 광고전에서 이회창이 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노무현 쪽에서 현재적인 광고를 쏟아냈고 국민들은 공감했습니다. 노무현 캠프에서는 시대의 맥락을 잘 읽고 있었고 대중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계란에서 닭이 태어나고 닭이 바위를 뛰어 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오랜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견더낸다면 어쩌면 우리는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한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우리의 아이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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