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는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분열과 갈등의 한 단면이다. 대통령의 안현수 관련 발언이 선수단을 멘붕에 빠뜨린 것은 아닐까. 4년후 평창 성적으로 용서 받도록 하는 것이 용인술이며 정치다

이상화가 눈물을 훔쳤다. “2등이나 3등을 하기 싫어서죽도록 운동에 매달린 만큼 올림픽 2연패 후 훔친 눈물엔 많은 것들이 녹아 있을 것 같다. 해냈다는 만족감, 스스로에 대한 감동, 고달파도 참아야 했던 시간들, 가족과 코칭 스태프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담긴 눈물이리라. 눈물을 훔치는 상화의 손톱이 돋보인다. 발바닥에 군살이 박였다. 허벅지 근육은 우람하다. 언제 네일 아트로 멋을 냈을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상화도 천상 여자였다.

초라한 성적표에 실망하고 있는데 3000m 계주에서 낭자군이 드라마를 연출했다. 현지 중계진도, 지켜보는 국민들도 목이 터져라 응원 했다. 금메달은 틀렸구나 싶어 발을 구르고 소리를 지르며 몸을 비트는 데 심석희가 막판 스퍼트에 성공 했다.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 였다. 응원하는 상화나 조해리·박승희·김아랑·공정자·심석희 등 다섯명의 낭자들이 어찌 그리들 예쁜지. 특히 혼신의 힘을 다해 막판 스퍼트를 하는 심석희의 얼굴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 이유가 대통령의 입을 통해 언급 됐다. 선수단의 심기가 편했을 턱이 없다. 안현수가 국적을 옮긴 이유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입에 올리면 다칠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빙상 관련자 거의모두가 불편해진다. 그래서 공공연한 비밀처럼 여겨졌다. 판도라의 상자를 대통령이 열어 버렸다. 언젠가는 열어서 밝힐 것은 밝히고 바꿀 것은 바꿔야 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대통령께서 선수단을 격려해야 할 시점에 선수단을 공포에 질리게 하지는 않았을까.

역시 스탭이 꼬였다. 우리 선수들이 꽈당 꽈당 넘어졌다. 메달 기대도 함께 무너졌다. 전쟁에 투입된 병사에게 사기는 승패와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소치의 실패는 타이밍을 못맞춘 대통령의 발언도 핑계는 된다. 상상해보자. 대통령이 안현수 귀화 이유를 언급 했다. 즉각 소치 선수단 전화통에 불이 났을 것은 시쳇말로 안봐도 비디오. 눈 앞의 경기보다 귀국후 변명과 발빼기 할 방안 마련이 급해진다. 선수단 분위기가 어수선 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꼬인 것은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어느 분야나 파벌 다툼은 있다. 득세한 쪽은 행복, 반대 쪽은 불행이다. 밥 그릇의 크기와 질이 달라진다. 역사 기록까지도 바꾸지 않던가. 그것이 우리 사회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갈라져 갈등하고 싸우지 않는 분야·계층이 없다. 정치가 사회적 갈등 조정 기능을 해야 한다. 웬걸 우리 정치는 오히려 갈등 조장의 원천이 되고 있다. 분열과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이유다. 비정상의 정상화엔 적극 공감한다. 환부는 도려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치료 방법과 시기다.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 대통령이 체육계의 문제를 언급하고 나서니 새누리당 최고위원 한 분이 덩달아 나섰다. 컬링 선수들을 푸대접 했다며 문제를 제기 했다. 언제부터 관심이 그렇게 많으셨나. 내용도 모르고 하신 말씀이 선수단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웃이 장에 가니 두엄지고 따라가는 꼴이다. 정치 하시는 분들, 정치야말로 문제가 가장 크고 많은 분야랍니다. 당신들도 아시지요. 모르는 척 하지 마세요.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미흡미숙은 허용되지 않는다. 차기 대회 개최국 대통령으로서 소치 대회 개막식에 불참 했다. 타이밍을 못맞춘 체육계 비정상의 정상화촉구 발언은 선수단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 했다. 대통령에게서 미흡미숙이 보인다. 귀국할 선수단을 겨냥해 칼을 가는 대통령의 사람들이 있을까 우려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면 안된다. 4년후 평창에서 성적을 올려 과오를 용서 받도록 하는 것이 용인술이며 정치다. 세계가 우리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 글을 읽을 때는 이미 김연아가 임을 다시 한번 입증해 우리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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