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들의 정책을 심판하는 유권자들의 판단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선거를 치러오면서 유권자들은 아직도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을 따져보고 투표하는 것보다 후보자들의 특정정당, 혈연, 지연, 학연 등을 따지는 등 유권자 자신과의 연고관계에 의존하여 투표하여 왔으며, 후보자들은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선거 때만 되면 유권자들의 빈틈을 노리고 때로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을 일삼으며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당ㆍ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공약은 선거 때만의 깜짝 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미래를 구상하고 국민의 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정책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으로 경쟁하고 정책을 보고 선택하는 선진 선거문화 정착여부는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 있다.

오는 6월 4일 실시되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지난 2006년 매니페스토 관련법이 마련된 이후 두번째로 치르는 선거이다. 매니페스토 선거는 막연한 이미지 선거에서 벗어난 활자형 선거이다. 가공된 언어나 화려한 말에 의해 선거가 치러지는 것이 아닌 후보자의 철학과 지향점, 정책대안을 유권자들에게 구체적인 문서로 내놓고 심판을 받는 것이다. 영광신문은 이번 영광지역 지방선거를 정책선거로 만들기 위해 ‘정책선거 매니페스토가 있다’를 기치를 내걸었다.

오늘(28일) 본지 창간 17주년 기념식에 앞서 이번 지방선거에 입지자들과 함께 ‘6.4 지방선거 메니페스토 확약식’을 개최해 그 의지를 군민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매니페스토(Manifesto)란

매니페스토는 선거에 나서려는 사람이 표를 얻기 위해서는 끟임없이 자기를 성찰하고 반성해야하는 과정이다.

후보자는 당선되었을 때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사업의 목적, 착수 우선순위와 완성시기, 예산 확보방법 등 구체적인 공약을 개발하여 제시하는 것이다.

유권자는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을 꼼꼼히 비교하고 따져서 가장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선자가 임기동안 자신이 제시한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평가하여 다음 선거 때 또 지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1.6매

매니페스토의 유래는

매니페스토는 1834년 영국의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이 구체화된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되었다. 매니페스토란 라틴어의 ‘손(manus)'과 ’치다, 빠르게 움직이다(fendere)'의 합성어로 약속 이행을 다짐할 때의 ‘선언, 서약’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선거와 관련하여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의 목표와 우선순위, 이행시기, 이행가능성, 예산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말한다.

매니페스토는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사회적 약속이며, 후보자의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공약이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그 약속을 잘 지키는지 감시ㆍ감독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1.7매

영국과 미국의 매니페스토

영국의 캘러헌 전 총리는 임기 말 지자체 근로자들의 파업 등으로 야기된 경제적 혼란 때문에 ,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한 마거릿 대처총리의 보수당 정부에 18년간 정권을 내주었다. 1997년 토니 블레어 수상은 ‘첫째도 교육, 둘째도 교육, 셋째도 교육’의 슬로건으로 ‘노동당과 국민과의 계약’이란 10대 비전을 발표하면서 구체적 기한과 목표, 재원 등을 제시하는 매니페스토를 제시해 집권에 성공했다.

집권 후에도 매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매니페스토 추진상황을 발표하는 노력으로 노동당은 책임정당으로서 국민적 신뢰를 얻어 현재까지 정권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은 신용을 가장 중요시하는 나라이다. 상호계약을 합리적 토론을 통해서 문서화하고 이행하지 않을 때는 사회적 질타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매니페스토운동이 가장 익숙한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의 매니페스토는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오바마 후보의 선거공약을 전국적으로 1500여회의 당원토론회를 개최했다.

당원들이 적극 참여해 만든 공약이 전당대회에서 채택되는 순간 개개인의 주장이 오바마 후보의 공약으로 발전한 것이다.

과거 미국선거는 추상적 슬로건이 중심이었으나 1980년 레이건 후보가 조세개혁 등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면서 정책선거가 시작되었다.

매니페스토는 왜 필요한가.

우리사회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은 갈 길이 멀고 험하기만 하다. 선거 때만 되면 이합집산 하는 그들만의 정치는 매니페스토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급조된 정당에서 급조된 공약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 같은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정책선거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랐다.

또한 낙하산 후보와 정당의 늦은 후보선출 및 대립구도 등의 정치 환경에서의 정책공약은 국민위주가 아닌 이익단체 위주로 생산되는 폐해가 이어져왔다.

사회적 공기로서의 언론의 역할도 부족했다. 정당의 정책 조절 능력을 비판하고 정책공약의 비교와 실효성에 대한 심층보도보다는 가십성 기사와 경마식 우위 보도의 잘못된 행태를 보여 왔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는 주요 정책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어 정책 집행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되는 일이 다반사이며, 정책의 실패에 대한 평가와 책임소재를 명쾌하지 가려내지 못하는 관행이 계속되면서 정책선거가 정착되지 못하는 후진 정치문화가 계속되고 있다.

매니페스토 운동 이후 정치 사회적 변화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16개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공약이행 현황을 공개했는지, 공약 실천과정에서 주민의견을 충분하게 묻고 있는지 등을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모니터하여 공개하고 있다.

그 결과 16개 광역지자체 홈페이지에 공약이행및 세부결과가 상시 공개되었고, 230개 기초지자체는 절반 이상이 공개중이다.

이는 의미 있는 변화로서 지자체장들이 선거공약을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했으며, 실행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모든 공직선거 후보자의 공약을 증거물로 수집하여 공개하고 있다. 이는 매니페스토라는 어원의 의미가 증거물이며, 매니페스토운동이 시민권리운동이라는 점에서 가장 잘 설명해 주고 있는 사례이다.

매니페스토 이렇게 만들자

정당과 후보자가 시민들에게 제시하는 선거 매니페스토에서는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합리적 공익정신이 우선해야 한다.

선거 매니페스토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며 전체공약의 연계성과 출마동기의 설득력 있는 피력 및 열정과 패기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정당과 후보자의 매니페스토가 실현되면 지방자치의 효과성과 지방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지며, 그것이 결국 정치개혁과 성숙한 지방자치 구현을 위한 기반이 될 것임을 명료하게 설명해야 한다.

지난 2008년 2월에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기초단체장은 12면의 선거공약서를 낼 수 있다.

정책공약서는 후보자의 철학과 가치, 정책대안을 문서화한 것으로 매니페스토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

매니페스토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따라서 개혁적인 핵심 정책과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그 전체의 구성과 정책수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된 전체공약의 연계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