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민주당과 새정치 연합의 55 합당이 성공하면 정치가 살아난다. 대한민국이 살아난다. 민주당의 꼼수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의 통 큰 양보 없으면 합당의 성공은 어렵다. 경선이라는 명분을 네세워 텃밭인 호남 지키기 성공을 시도한다면 새정치는 실패한다

민주당과 새정치 연합의 합당은 충격이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두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민주당이 새정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양 진영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이유야 어떻든 국회의원 126명의 거대 정당이 소리 소문 없이 합당을 결행한 것은 놀랍다. 우리 정치사에 이처럼 큰 변화를 이처럼 조용히 해치운 역사는 없다. 갑론을박 시끄럽기는 해도 큰 변화는 없는 것이 정치판이 아니던가.

이 역사에 남을 결행에 국민들은 일단 박수를 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앞서가던 지지도가 근소한 차이로 좁혀졌다. 안철수와 김한길은 일단 새누리당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데는 성공했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대단한 정치적 성과를 거두었다. 새정치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증거다. 문제는 둘이 하나가 되면서 나오는 파열음이다. 서로 자기 진영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은 당장 지지를 철회한다. 구태 정치의 상징적 행태이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새정치가 민주당에 흡수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다. 그래야 새정치가 실패한다. 정치판이 변하지 않아야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세력의 바람이다.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는 크다. 큰 기대만큼 걱정도 크다. 가장 큰 걱정은 민주당의 꼼수. 살아남기 위한 꼼수라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 새정치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 하겠다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 없이는 성공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성공의 조건은 ‘55’. 덩치 큰 민주당이 덩치가 작은 새정치 연합 측에 기꺼이 절반을 내주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주어야 한다. 새정치 연합 측에서 받기가 미안할 정도로 주어야 한다. 그동안 구태 정치, 3류 정치를 한 벌을 스스로에게 내리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랬을 때 파열음은 나지 않는다. 파열음이 나지 않으면 합당은 성공 한다.양측 모두 살아난다. 정치가 살아난다. 대한민국이 살아난다.

새정치 연합측 윤여준 위원장은 프로인 민주당이 어디에 지뢰를 심을지 알 수 없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을 전적으로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꼼수에 넘어가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순진한 안철수 진영은 자칫 민주당의 꼼수에 속아 새정치에 실패하고 민주당에 에너지만 공급하는 바보가 된다는 경고다. 윤 위원장의 말대로 민주당이 지뢰를 심는다면 언젠가 드러난다. 그리고 합당은 실패한다. 새정치는 실종된다. 3류 정치는 계속된다.

민주당 측의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새정치 성공의 선결 조건이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새정치 연합 측과의 협상에서 유연성을 보이고 통큰 양보를 해야 한다. 당장 당직 배분 과정에서 당직자들을 내보내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지방 선거 공천이다. 기초 단체 공천을 포기했지만 광역 단체 공천에서도 양보해야 할 상황이다.

새정치명분으로 100% 경선을 주장한다면 새정치의 상징성을 지닌 정치 신인들이 공천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윤장현 공동위원장의 경우 광주시장 여론조사에서 당선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지도는 낮아도 새정치프리미엄이 컸다. 하지만 민주당 예비후보들과 경선한다면 불리하다. 경쟁자는 현직 시장과 국회의원이다. 결과는 신당 공동위원장 가운데 유일한 신인으로 새정치의 아이콘인 윤 위원장은 출마도 못하고 정치를 접어야 한다. 새정치 자체가 좌절되는 결과다. 공정으로 포장된 불공정 공천이다. 텃밭이던 호남을 지키기 위한 꼼수‘55 합당으로 포장해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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